추석, god 콘서트 길을 들으며 드는 소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걸까?,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추석 때 어릴 적 좋아했던 god콘서트를 보는데, <길>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순간 머리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20년이 지난 노래에도 지금 내 고민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 이것에 놀란 것이 아니다. 정말 모두가 공감하고 사랑을 받는 이 노래 가사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 고민을 지금 어른이 됐음에도 아직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god의 길을 처음 들었을 때 충만한 꿈을 안고 있던 그 시절과, 지금 큰 꿈이 없는 내가 듣는 길은 또 새롭다. 꿈조차 없는 날들 계속 이렇게 걷다 보면 분명 또 새로운 길이 기필코 열릴 것이라 믿는다.
어릴 적부터 해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외국어 배우는 것이 재밌었다. 자연스럽게 무역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겨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회사에서 하고 있다고 늘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회사는 철저히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나는 작은 하나의 부품에 불과했다.
너무 건실한 회사를 다니고 있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고향 친구는 묻는다.
"니가 뭐가 걱정이라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노, 잠이나 자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인생은 상대적이다.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에 따라 인생의 행복의 척도가 나뉜다. 그 가치가 충분하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고, 충분하지 않다면 나는 불행할 것이다.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많다. 내 지금 와이프도 똑같은 경험이 있다. 20대 때 정말 죽도록 가고 싶던 회사에서 면접탈락을 했을 때, 정말 죽도록 노력했던 일의 성과가 좋지 않았을 때 등이다. 그 당시는 정말 죽을 만큼 힘들고, 잠도 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도, 내 와이프도 각자의 능력을 알아봐 준 회사를 잘만 다니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죽도록 원했던 그 회사는 아니다. 여기서 잘 살다 보면 또 좋은 기회가 와서 우리가 원했던 기업에 갈 수도 있겠지. 나와 내 와이프가 만난 것처럼 그 회사랑 인연이 닿는다면. 그냥 그때의 내가 원했던 곳은 나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화위복이 되어 대체로 그때의 아픔들이 지금 더 잘 풀린 경우가 있었다. 반면, 정말 좋아해서 시작했던 일도 결과는 더 안 좋았던 경우도 있었다.
진인사대천명은 진리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면, 차분히 하늘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 면접시즌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임원면접 100% 합격하는 법> 글을 보고 따로 연락이 온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면접 결과가 안 좋을까 봐 너무 불안해요. 면접관이 ~~ 이렇게 답했는데, 혹시 긍정 시그널일까요? 부정적인 시그널일까요?"
"면접 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자꾸 생각이 나요. 그때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나는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이미 지나간 것 후회하지 말고, 아무런 신경도 쓰지 말고 그냥 차분하게 결과 기다려라"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 고작 이거에 목숨 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고는 조금 안돼 그들은 합격했다고 고맙다고 연락이 온다.
내가 소개해주어 결혼을 해서 지금은 애기까지 있는 친구와 카카오톡을 하다 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지금 가는 길에 있어 이 친구처럼 매사에 초연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흘러가는 이 길이 정답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그 순간의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남이 뭐라 하든 내가 그때 그게 맞다고 생각했던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았다. 그 당시 내게 처한 상황에 있어 최선의 선택. 지금 와서 과거를 돌아봤을 때 더 최선의 선택이 존재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한들, 그때는 몰랐으니 그뿐이다.
늘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옳다고 확신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진짜 비로소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생각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변치 않는 마음가짐이라고는 딱 두 개뿐이다.
첫째로는, 여기서 더 나아지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경제적 부가 됐든, 내 능력을 향상하는 자기계발이 됐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든. 늘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머릿속에 그려가야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현재 가진 한정된 자원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출퇴근 길을 채워가야 한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그 어떤 순간이 돼서라도 늘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를 이롭게 한다.
두 번째는 내 길을 응원하고, 언제나 내 곁에 있으며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를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두 나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가는 것이 그게 진짜 바른 길이다.
god가 길을 부르기 직전에 윤계상은 이런 말을 한다. “우리의 보통날들이 모여 이렇게 길이 되었다. 그 길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이 길이 두렵지 않다"
이게 정답이다. 내가 어떤 길을 가든 그 힘든 여정 속에서 그것이 내 혼자가 아니라면 그것으로 잘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