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인 에너지를 글에 쏟는 방법
혹자는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100명이 넘는 친구가 결혼식에 오고 넓은 관계에서 고통받는다는 앞선 글을 보았을 때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맞다. 워낙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늘 사람들 무리 속에서 지냈다. 살아가며 배운 것도 아니고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
요즘 소개팅을 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MBTI라고 한다. 나는 80%가 넘게 ENFP로 나왔다. ENFP는 늘 활기차고 낙관적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보통은 사람 중심적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정말 많은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을 품을 수 있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밖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방에 갇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ENFP의 밝은 모습에 대비되는 특징 하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이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맨날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가는 것이 아니니 비축한 이 에너지를 혼자 있을 때 글로써 분출한다.
그럼 외향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할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 전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을 활용한다.
나는 영어를 몇십 년 간 배우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가 있다. 바로 'Take advantage of something'이다. 이 숙어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이용하다, 기회로 활용하다’라는 뜻이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성비 넘치고 실용적인 멋진 활동인가. 두 번째는 ‘어떤 것을 이용해 먹다. 약점을 이용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이 뜻으로는 사용할 일이 없다.
나 같은 사람도 방법이 어찌 됐든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똑같다. 그저 수단을 글쓰기룰 선택했을 뿐이다. 다만 글을 쓸 때 나만의 내 능력을 활용한 방법은 ‘말을 하면서’ 쓴다는 것이다. 방에 혼자 있을 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말을 계속해본다.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때까지 작게 지속적으로 읊어본다. 이렇게 한 주제에 관해 말을 하면서 쓰면 효과적인 것이 전문적인 용어나 비문을 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조금 더 쉬운 단어로 편안하게 설명하고 내 의견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쓴 글은 무엇일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전문서적? 아니면 창의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베스트셀러 소설? 나는 바로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 글이 최고의 글이라 생각한다. 그 최고의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말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글을 쓰는 최적의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갑자기 생각나는 영감을 녹음하거나, 아이패드, 폰 메모장에 수시로 적어두는 것도 외향적인 내가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NFP는 건망증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말이든 글이든 기록하지 않으면 글을 쓰는 데 큰 지장이 생긴다.
가수 이적은 마음에 드는 멜로디나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녹음기를 켠다. 가수 정재형도 마찬가지다. 그때 바로 입으로 멜로디를 가사 없이 녹음한다. “뚜 뚜루루뚜두두두 뚜~” 이런 식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것을 다시 켜서 그때의 멜로디 영감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외향적인 내가 말이 아닌 글로 옮길 때 말보다 글은 흔적으로 남기 때문에 내 자산이 된다. 녹음기를 쓸 필요도 없다. 말은 녹음을 하거나 영상으로 녹화하지 않는 이상 남아있기 힘들다. 글은 오로지 내 생각을 옮기기에 흔적도 남고, 정답도 없으며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주변에서 내가 책을 썼다고 하면 100이면 100 모두 놀란다. 내가 가진 대외적인 이미지로는 절대 글을 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많고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이런 성격의 모든 근원이 나는 글에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먼저 써야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고,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듯 글로써 내 상사를 설득할 수 있고, 내 진짜 목소리를 피력할 수 있다. 외향적인데 글을 쓰는 것은 남들에게 없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진 것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