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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29. 2023

외향적인 내가 말이 아닌 글을 쓰는 이유

외향적인 에너지를 글에 쏟는 방법

혹자는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100명이 넘는 친구가 결혼식에 오고 넓은 관계에서 고통받는다는 앞선 글을 보았을 때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맞다. 워낙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늘 사람들 무리 속에서 지냈다. 살아가며 배운 것도 아니고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

 요즘 소개팅을 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MBTI라고 한다. 나는 80%가 넘게 ENFP로 나왔다. ENFP는 늘 활기차고 낙관적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보통은 사람 중심적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정말 많은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을 품을 수 있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밖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방에 갇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ENFP의 밝은 모습에 대비되는 특징 하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이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맨날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가는 것이 아니니 비축한 이 에너지를 혼자 있을 때 글로써 분출한다.


 그럼 외향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할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 전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을 활용한다.

 나는 영어를 몇십 년 간 배우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가 있다. 바로 'Take advantage of something'이다. 이 숙어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이용하다, 기회로 활용하다’라는 뜻이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성비 넘치고 실용적인 멋진 활동인가. 두 번째는 ‘어떤 것을 이용해 먹다. 약점을 이용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이 뜻으로는 사용할 일이 없다.

나 같은 사람도 방법이 어찌 됐든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똑같다. 그저 수단을 글쓰기룰 선택했을 뿐이다. 다만 글을 쓸 때 나만의 내 능력을 활용한 방법은 ‘말을 하면서’ 쓴다는 것이다. 방에 혼자 있을 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말을 계속해본다.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때까지 작게 지속적으로 읊어본다. 이렇게 한 주제에 관해 말을 하면서 쓰면 효과적인 것이 전문적인 용어나 비문을 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조금 더 쉬운 단어로 편안하게 설명하고 내 의견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쓴 글은 무엇일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전문서적? 아니면 창의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베스트셀러 소설? 나는 바로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 글이 최고의 글이라 생각한다. 그 최고의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말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글을 쓰는 최적의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갑자기 생각나는 영감을 녹음하거나, 아이패드, 폰 메모장에 수시로 적어두는 것도 외향적인 내가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NFP는 건망증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말이든 글이든 기록하지 않으면 글을 쓰는 데 큰 지장이 생긴다.

 가수 이적은 마음에 드는 멜로디나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녹음기를 켠다. 가수 정재형도 마찬가지다. 그때 바로 입으로 멜로디를 가사 없이 녹음한다. “뚜 뚜루루뚜두두두 뚜~” 이런 식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것을 다시 켜서 그때의 멜로디 영감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외향적인 내가 말이 아닌 글로 옮길 때 말보다 글은 흔적으로 남기 때문에 내 자산이 된다. 녹음기를 쓸 필요도 없다. 말은 녹음을 하거나 영상으로 녹화하지 않는 이상 남아있기 힘들다. 글은 오로지 내 생각을 옮기기에 흔적도 남고, 정답도 없으며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주변에서 내가 책을 썼다고 하면 100이면 100 모두 놀란다. 내가 가진 대외적인 이미지로는 절대 글을 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많고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이런 성격의 모든 근원이 나는 글에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먼저 써야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고,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듯 글로써 내 상사를 설득할 수 있고, 내 진짜 목소리를 피력할 수 있다. 외향적인데 글을 쓰는 것은 남들에게 없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진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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