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단어들 : ‘오히려 좋아’ ‘그럴 수 있지’
(사진은 빅아일랜드 용암 분출 당시 찍은 사진)
하와이 호놀룰루에 가서 와이키키비치 해변에 누워있으면 천국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수영복을입은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해변 앞에 젖어있다가도, 하와이의 다른 섬 빅아일랜드에 가면 다른 의미로 놀란다. 바로 자연이다. 검은 모래사장 앞에 펼쳐진 기나긴 해변과 용암이 분출된 화산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저절로 입이 벌어질 정도다. 용암이 분출되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그저 웅장하고 거대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특히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정말 작은 소국에서 자랐다. 이 무모한 스케일이 주는 끔찍한 감동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연 앞에서 우린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생각해 보자. 지진이나 해일, 산사태로 하루에도 수천 명, 수백 명씩 죽는다. 인간이 잘못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일상 속 자연 앞에 우리는 힘없이 죽어간다. 인간도 어떻게 보면 자연이 만든 산물이다.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그대로 죽는다. 그만큼 작은 일에 스트레스받고, 집착하고, 더 많은 탐욕으로 부를 원하는 것이 결국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부질없다는 것이다.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매사에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매사에 초연해진다는 것이 사실 참 쉽지 않다. 지난 사람에 대한 미련,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좋지 않았던 성과, 내게 무례하게 하는 사람들 등 우리는 이 모든것들 앞에서 스트레스받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이때 이렇게 생각해 보자.
‘그럴 수 있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나의 잘못으로 놓쳐버린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한 피해가 있을 때 그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하거나 피해를 줘서 아파하고 슬펐던 경험들도 ‘ 본인만의 사정이 있었겠지’ 나 ‘나와 생각하는 것이 달랐겠지’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아주 작은 하나의 행동에도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해석을 한다. 예를 들어 회사 면접장에서도 똑같다. A를 말했는데 그들은 B로 알아들을 수 있고, 좋다고 한 행동에도 안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다.
요즘 2030에게서 유행인 단어가 있다.
“오히려 좋아”
라는 말이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내게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이 말이 유행이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불확실성 짙은 사건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반증일 테다.
’오히려 좋아 ‘라는 말처럼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때의 잘못된 선택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나 같은 경우 콜롬비아 장학생에 합격했으나 멕시코를 선택해서 평생 잊지 못할 인연과 추억을 만났다거나, 자발적 퇴사가 아닌 채 이직을 했으나 더 좋고 나에게 맞는 회사가 왔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나하나 우리에게 주어진 결과 앞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이 광활한 자연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매 순간그저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면 된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 ‘진인사대천명’을 떠올리자. 가변요인이 많은 것에 결과를 통계적으로 예측하려 하는 것은 나만 손해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9월은 이렇게 마음가짐을 갖는 연습을 많이 한다. 초연하게 모두 받아드리고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나아가는 것. 이렇게 여행 하나에도 느끼는 것이 많으니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