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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Oct 02. 2023

티어(Tier), 서열에 목매는 대한민국

개성과 기호는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하는가

다들 한 번쯤은 (Tier)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경쟁을 좋아하고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어쩌면 일상 속에 자리할지 모른다. 단어를 풀이하자면 티어는 수준이나 단계를 의미하는 영어단어다. 등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보통 탑티어, 1 티어, 2 티어, 3 티어 이런 식으로 나뉜다. 요즘은 게임에서 유래되어 탑티어의 경우 상타치, 평타치, 하타치 이런 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속어로 씹쌍타치=최상위탑티어)

 Ex. 30살에 1억 모았는데 어느 정돈가요? ㅆㅅㅌㅊ(씹상타치)

그냥 최고다 이 말이다. 비슷하게 상남자, 하남자 등등 등급을 얘기하는 10대~20대들의 단어는 수도 없이 많다. 등급을 매기는 단어는 정말 많지만 우리에게 그나마 가장 익숙한 티어로 살펴보자. 가령 고등학교의 입시경쟁에서의 티어를 나누어보자.

 

2024년 최신 입시 현황을 반영한 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탑티어는 당연 SKY이다. 그 밑으로 우리가 모두 예상했듯 역시나 1 티어는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순으로 내려간다. 인서울을 벗어나면 티어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모두가 탑티어, 1 티어만 기억한다. 자녀를 SKY대학에 보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키고, 영어유치원을 알아보고, 내 아이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까지 아이들을 경쟁에 내몬다. 아이의 온전한 '행복'을 배제한 채 말이다. 사실 서울대는 대학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방금도 친구랑 카카오톡을 하는데 애기가 동화책을 열심히 읽는 것 같다고 서울대에 보낼 것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면 말이다.

 모든 부동산도 학군에 의해 집값이 천차만별이고, 위장전입까지 해서 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친구를 사귀게 하여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토록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하지만 우리도 알고 있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 내 아이가 좋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간다 한들, 좋은 대학교에 갈지 만무하고, 설령 스카이 대학이나 좋은 대학교에 갔다 한들 좋은 곳에 취업한다는 보장도 없다. 어떤 무리에 있든 내가 공부를 하고 싶어야 잘하겠지. 특히 요즘은 취업에 있어 거의 대부분 블라인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랑은 전혀 관련이 없다. 그저 부모의 마음은 좋은 환경에서 내 아이가 자라길 바랄 뿐이다.


 자, 그렇다면 다시 티어로 넘어와 이번엔 취업 관련 티어메이커를 해보자. 취업 서열 같은 경우, 우리가 모두 아는 대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회사를 순위로 매기는 것이 어쩌면 직업에 전부 포괄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정보회사에 나오는 직업 티어를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할 듯하다. 이런 것이 진짜 있을까?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진짜 있다. 심지어 매년 업데이트되고, 저 분류 안에서 등급이 매겨져 듀오와 같은 규모가 있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제로 활용 중이다.

2024년 최신 등급표다. 남녀 간 차이가 좀 있다. 당연히 남자가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자리 잡고 있다. 맨 밑에 15등급을 보면 여자는 무직이라도 남자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어야 같은 등급을 받는 것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여자의 경우 본인의 직업보다 부모의 재력과, 부모의 직업이 더 중요시 평가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의 1~3등급을 보면 맨 앞글자가 <부모님>이다. 본인이 뭘 하고, 본인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이런 것들은 전혀 배제된 채 부모직업만 본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결혼시장의 먹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남녀 통틀어 1~3등급은 탑티어, 4~6등급은 1 티어, 7~9등급은 2 티어, 10~12 3 티어, 그 외 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이 표에서 정말 재밌는 것은 표에 반영된 직업이 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의아할 정도로 평가기준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파란색으로 표시된 남자 8등급을 보자. 7급 합격자(지방직)는 같은 등급에 있는 공인회계사, 약사, 세무사와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차이 수준으로 급이 떨어진다. 수입이나, 인지도, 워라벨, 진입장벽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10등급에 있는 서울시 9급 합격자를 보아도 그 밑에 있는 100대 기업 입사자, 공인중개사, 대기업입사자, 중학교, 초등학교 교사와 비교했을 때 과연 우위일까? 전혀 아니다. 누가 평가기준을 세운 건진 몰라도 실제 2030의 현실을 반영 못한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니 그냥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재미로 보면 그만이다.

 이렇게 간략하게 입시, 직업부문만 살펴봐도 수많은 자료들이 나온다. 부동산, 부자순위, 지역순위, 학군순위, 여행지 순위, 우리가 매길 수 있는 티어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실제로 다 존재하는 것들이다. 두 개만 살펴봐도 이런데 대한민국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많은 경쟁 속에 노출되어 있는가. 이젠 놀랍지도 않다. 불행의 지표라고 부르고 싶다.

 

  소제목에서 '개개인의 개성과 기호는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하는가'로 적은 것과 같이,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고자 생각을 바꿔봤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모든 티어는 어쩌면 진짜 행복이 아닌 수단에 불과한 명성, 부, 명예에 치중된 것들이다. 하지만 소위 우리가 그렇게 집착하는 티어, 서열 매기기를 진짜 행복에 비추어보면 어떨까?

 그 행복의 원천은 당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기호에 기반한 것들일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나는 햄버거 중에 버거킹을 좋아한다. 근데 타인은 맥도날드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거기에 관련해 본인이 직접 그들과 토론하며 재미있게 티어를 나누어보는 것이다. 정말 본인만의 '개성'과 '기호'에만 국한된 티어메이커다.

 얼마나 건강하고 바람직한 경쟁인가. 이처럼 돈과, 명예, 물질적인 것들의 순위 매기기는 끝이 없다. 무한대다. 전재산 1,000만 원 가진 사람은 1억 가진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고,  1억 가진 사람은 10억, 10억은 100억 자산가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본인이 드러내고 싶은 개성과, 기호는 다르다. 정답이 없다.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것이며 우위를 가릴 수도 없다.

 가령 넌 스테이크를 좋아해, 난 햄버거를 좋아해. 네가 나 무시할 수 있을까? 내가 햄버거가 좋다는 데 어쩌라고? 가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호를 존중하며 내 의견, 생각을 말하는 것처럼  건설적인 대화는 없다. 그 대화 속에 있는 인원들은 재미까지 느끼며 관계를 형성하고 나를 드러내는 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우리 모두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 모두 뉴욕에 1~2년 거주한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그 거대한 도시 속에서 내가 더 좋아하는 것, 더 매력 있게 생각하는 것에 같은 경험을 한 친구들과 함께 순위를 매겨본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각자의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직접 미국 같이 같던 친구들과 만들어본 티어메이커다. 다방면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각자의 개성과 기호가 묵살된 이 사회에서 나를 더 드러내고 어필하는 것은 돈에만 국한된 이 끔찍한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기회를 낳는다고 믿는다.

 강연회나, 토론회나, 설명회 어딜 가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Q&A 시간을 대놓고 줘도 아무도 손들지 않는다. 손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모든 시선은 그 사람에게로 쏠린다. 이 문화가 과연 우리가 바라는 건강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일까? 어쩌면 이는 오로지 몇십 년간 경제발전에만 국한되어 살아온 환경 탓이기도 하다.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영어를 문법, 읽기만 잘하고 해외에 가면 말 한마디 못하는 걸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획일화된 교육방식, 남 앞에 나서지 못하는 소극성, 나를 어필하는 것이 나댄다고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주변인들.


 우리가 먼저 바꿔나가야 한다. 정작 저 위에 결혼등급표 남녀 모두 1등급을 받은 남녀가 만나 결혼했다 치자. 행복의 서열에서도 1등급일까? 진짜 개소리다. 우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정작 돈, 재력, 직업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개성을 더 드러내고, 서로의 존중 속에 건설적인 정보 교환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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