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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Oct 03. 2023

글을 쓰면 보이는 것들

홍그리, 구독자 500명을 자축하며 글쓰기에 대한 회고

 홍그리, 당시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가 얼굴이 동글동글 하다고 해서 지어준 별명이다. 그리라는 것이 언어유희로 굳이 따지자면 '글'이라는 뜻도 되기에 참 마음에 들었다. 저 귀여운 이모티콘은 친구가 직접 그려줬다. 쿠바에서 계산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한국인이 있어 통역을 해주다 그렇게 쿠바 길거리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이 됐다. 늘 고맙고 사랑스러운 내 친구. 한마디 통역해 줬는데 날 브랜딩까지 해줬다. 나와 싱크로율이 100%라고 늘 생각한다.

 나는 글을 처음 어떻게 쓰게 된 것일까? 정확히 올해 1월이다. 12월쯤에, 브런치를 운 좋게도 한 번만에 합격하고 방치하고 있었다. 그 당시 브런치는 그냥 글만 쓰면 합격하는 곳인 줄 알았다. 탈락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작가님들께 죄송스럽다.

 올해 1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정상적이었던 것들이 하나 둘 삐걱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직장에서 시작해 여자친구, 가족, 자산(주식), 친구관계 계속 뻗어나갔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내 감정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 몸의 모든 부분이 예민해져 있었다. 여행을 가도 그뿐이었다. 여행에서 아무리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걸 먹어도 머릿속은 온갖 풀리지 않는 여전히 삐걱대는 수많은 문제들과 마주했다.

 그때 여행을 마지고 집에 와서 문득 노트북을 켰다. 그냥 word 빈 페이지에 아무 두서없이 써 내려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디에 이끌린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를 지금 스트레스받게 하는 원인들에 대해 차근차근 하나씩 써보았다. 욕도 하면서 그냥 내 혼잣말로 편안하게. 직장상사는 왜 나한테 저럴까? 엄마는 왜 나한테 그럴까? 여자친구한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내가 투자한 주식은 왜 늘 바닥만 치고 있나. 하나둘 한 시간가 써 내려가고 나니, 소름 돋는 일이 펼쳐졌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마음만 편해졌을까? 나를 둘러싸고 있던 영원할 것 같던 문제들도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씩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때부터였다. 그렇게 난 글쓰기를 접했다. 내가 살려고 시작한 글쓰기가 주변의 사랑 속에 구독자가 어느덧 500명이다. 누군가에겐 참 작은 숫자일 수 있지만, 기대 없이 시작한 이 브런치라는 앱에서 이정도 관심은 벅찬 감동이다. 아무리 무심코 읽는 글이라 할지라도 내 글이 500명에게나 읽힌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500명의 삶의 한 부분에 들어가는 것이며 영향을 끼친다는 반증이다. 유튜브와 달리 어느 정도 폐쇄적인 브런치라는 앱에서의 500명은 실제로 다른 소셜미디어의 500명과 천지차이라고 여긴다.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글을 쓰는 데 더 힘이 난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은 사랑받는 글이 될 수 없고, 책으로 엮일 수도 없다. 단지 독백에 불과하다.

 약 10개월이 넘도록 글을 쓰며 브런치작가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어쩌면 모두가 할 줄 알고 나와 같은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먼저, 특정 정보를 쉽게 풀어서 얘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전에 쓴 책도 그렇고, 무언가를 설명 할 때 나는 늘 쉬운 단어를 통해 풀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20대 때 과외도 많이 해봤고, 많은 봉사활동을 하며 나보다 어린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 이외에, 전문용어같은 경우는 나 스스로 잘 모르는 것도 사실 한 몫한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쉽게 내가 아는 단어를 활용해 설명을 하니 사람들은 이해하기 편해했고, 쉽게 읽어 내려갔다.

 글을 쓰며 변함없는 생각 하나가 있는데 바로 가장 최고의 글은 쉽게 읽히는 글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사이슈나, 사회이슈에 대해 쓰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나만의 단어로 쉽고 평이하게 내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  '어려운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 설명하는 것' 이것이 진짜 문과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간혹 ‘이것이 뭔 말이냐,똑똑한 척하지 마라’ 등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정규 대학졸업 수준의 독해력을 가지길 노력하는 대신 '내가 지금 알아듣지 못했으니, 그 책임은 너에게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자기 검열, 자기 견제가 사라진 문화 속에서 쉽게 적어 내려 가는 것은 어쩌면 내가 브런치를 통해 해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스스로 뿌듯해한다는 것이다. 나는 늘 동생들이나 나보다 어린 누군가에게 늘 말하는 것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라'

 아직 나 또한, 서른 갓 넘은 나이지만 20대 때 꼭 해야 할 경험이 있고, 30대 때 해야 할 경험이 있다고 여긴다. 경험만이 나를 사유하게 하고, 나를 더 발전시킨다. 책을 읽으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어쩌면 하루는 한정된 24시간이기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경험을 모두 할 수 없으니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돈을 주고라도 다양한 경험을 사서 나만의 인사이트를 늘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어떤 경험이 됐든, 단순히 SNS에 자랑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더 값지게 돌아올 것이다. 내가 20대 때 했던 경험이 만약 아무것도 없이, 그냥 범생이처럼 대학만 다니고, 시험공부만 하고 했었더라면 이 글을 처음부터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경험이 됐든, 내가 아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타인들에게 알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마지막은 도전이다. 사실 구독자가 500명이든 600명이든 1,000명이든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계속 글을 쓸 거니까 앞으로 2,000명, 3,000명도 언젠가 당연 되겠지. 중요한 것은 내 경험과 생각이 맞고, 그걸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늘 새로운 것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대기업직장인은 사실상 허물이다. 회사입장에서는 그저 하나의 부품이다. 부품이 빠지면, 다른 부품으로 면접을 봐서 끼워 넣으면 그만이다. 나만의 페르소나를 가질 수 있는 시발점이 바로 글이라고 믿는다.


 브런치를 한 번만에 합격한 것은 큰 복이다. 이 복을 걷어차지 않고,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늘 삶 속에 글이 있길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


이 자리를 빌려 제 글을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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