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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04. 2023

퇴근 후 맥주보다 더 소중한 것

불안함과 꿈 사이에서의 20대를 지나며

 이건 금요일 밤 술집 앞을 지나가다 술 먹고 담배피는 많은 사람들을 헤집고 걸어가며 떠오른 단상이다.

30대에 들어서자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20대 때 그토록 원했던 무언가 중 한두 개는 가지게 되고,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며 내 삶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얻었든 엄청난 노력을 통해 얻었든 20대 때 내가 얻은 성과에 어느정도 만족하며 살게 된다. 다르게 해석하면 안주다.

 인생에는 늘 소소한 행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무언가 하기는 참 쉽지 않다. 그럴 수 있다.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서 맥주 한잔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 삶을 내가 원했고 만족스럽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그 인생을 그대로 즐기면 된다.

 근데 꼭 이런 사람들이 일요일 밤마다 기분이 나빠지고, 월요일 아침에는 산송장 같은 표정을 지으며 회사에 출근한다. 회색빛의 얼굴을 한 채 지하철을 탄다. 이건 이 삶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는 거다.

 

 자, 그럼 아무 노력도 안 하면서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맥주 마시고 티비보고 이번주도 고생한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라고 자위하기엔 본인이 본인 인생을 너무 싫어한다.

 직장인의 삶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토록 원했던 회사고, 일이 재밌어 출근길이 마냥 즐거운 사람도 분명 있다. 다만 20대에 치열하게 이 곳을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때를 잊지 말자는 거다. 다시 치열하게, 이 직장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미쳐보거나,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 그것을 남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삶을 바꿀 수 있다. 크게 노력은 안 해도 된다 치자. 그냥 꾸준히라도 해야된다.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는 본인의 레시피를 정말 상세하게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고 전수해 주기로 유명하다. 어느 날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아니, 그렇게 사람들에게 영업 비밀을 다 오픈하면 어떡해요?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해서 셰프님 망하는 거 아니에요? “

 그러자 이연복셰프가 답했다.

“어차피 알려줘도 상관없어요. 그래봤자 다들 안 해요.”

이 대답을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백 명에게 인사이트를 전하는 건 쉽다.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진짜 실행에 옮기는 자가 있다면 그 전달자는 성공한 것이다. 얼마나 쉽나? 그냥 하기만 하면 결과가 어쨌거나 5% 안에 드는 거다. 해볼 만한 게임이다.

 살다 보면 흐지부지되는 것들이 참 많다. 약속시간, 여행날짜, 계모임, 운동, 새해목표 등. 우리는 적극적으로 그걸 행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세상 탓하지 말고.

 최근에 소설도 조금씩 써보기 시작했는데 처음 써보는 거라 어떤 걸 적을지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도 나는 일단 퇴근 후 책상에 앉는다. 앉아서 몇 분 간 고뇌한다. 그럼 누가 그랬냐는 듯 진짜 글이 써진다. 이렇게 5% 안에 드는 거다.


 내 주변만 봐도 확언할 수 있는 것이 제대로 무언가 도전하고 그걸 꾸준히 하는 사람이 없다. 다 고만고만하게 산다. 당장 먹고 살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이 정도에 만족해야지’ 하며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는 직장에서 열심히 했다고 자위하고 퇴근 후 술 먹으며 스트레스 풀기 바쁘다. 그 직장에 있는 시간마저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우리는 합리화할 것을 찾는다. 그 합리화의 중심에 있는 단어가 바로 ‘워라벨’이다.

 일과 삶의 균형. 균형은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든 최상의 성과에는 늘 시간투자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세이노도 이런 말을 했다. 워라벨을 고집하면서 성공을 바라지 마라고. 이 세상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을 주목하기 전에 전성기 전 거기까지 어떻게 갔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철저하게 고독한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나아지고자 하는 데에는 하나도 나에게 즐거운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떠날 수 있고 즐거움이 사라지고 무엇보다 처절하게 외롭다. 사람들과 의미 없고 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할 시간에 나를 가꾸어간다고 생각하자. 외로움을 사랑하자.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바뀐다.

 

 생각은 아무런 힘이 없다. 그냥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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