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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06. 2023

결혼 두 달 만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소중한 것을 잃을 때의 아픔과 해결방법에 대하여

아.... 죽 고 싶 다(진짜 속마음)

제목 그대로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이걸 쓰면서도 가슴이 아려온다.

주말 아침, 결혼식에 가려고 아침에 반지를 찾았는데 원래 놔두는 화장대에 없는 것이 아닌가.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마치 바이킹에서 내려오는 듯한 이 기분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항상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은 생기는 것 같다. 집 안 온 구석을 다 뒤지느라 결혼식에 늦을 뻔했다.

더 심각한 건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조차 감이 안 온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살면서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수도 없이 잃어버렸다. 우산은 살면서 한 2백 개는 잃어버렸을 거다.

 어렸을 적, 엄마가 태권도 회비를 쥐어줬는데 그걸 받아 봉투를 거꾸로 들고뛰는 바람에 돈이 길거리에 다 흘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돈이 만원밖에 안 남아 있어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새로 회비를 내셨지만 그때의 그 무서움과 속상한 감정이 지금까지 무언가 잃어버릴 때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어제 기분이 정확히 그랬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그 멘탈나가는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속상하다. 계속 마음속으로 역 추적을 해봐도 내가 결혼반지를 놔둘 수 있는 곳은 아침에 하는 사우나와 집뿐이다. 사우나는 회사 사우나이기 때문에 웬만해서 다 카운터에 맡기거나 돌려준다. 카운터에는 고가의 물품이 항상 맡겨져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정직하다. 저번에 시계도 여기서 찾았다. 여기 사우나를 다니며 알게 된 것은 확실히 재정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건들지 않는다.

 보통 락커에서 나올 때도 항상 놔둔 것이 있나 한번 보고 나오는데 도대체 기억이 안 난다. 원래 놔두는 집에도 온 집안을 다 뒤져도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내가 지금 반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토록 가슴 아파하고 일상에 지장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나는 지금 기회비용이 아닌 매몰비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즉,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을 해버리고 난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나는 이미 반지를 다른 곳에 놔두고 다시는 못 찾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명확한 매몰비용이다. 다시 회수할 가능성이 1%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자체가 내게 더 정신적인 손해를 끼친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이 기분을 가장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내 것이 아니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비싸든, 싸든 내 거었으면 당장 내일이나 다음 주 시간이 흘러서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미련과도 같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려고 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잃어버린 물건, 관계, 사랑, 회사 일 다 똑같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건 미련 없이 보내주는 게 맞다. 계속 미련을 갖게 되면 피해를 보는 건 나 자신이다. 모든 일상이 무너지고, 그 어떤 것에도 집중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매몰비용에 집착하고 있는 나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

 물론 결혼반지와 같은 의미 있는 것들은 내 돈을 주고 새로 똑같은 걸 사면된다. 와이프가 알든 말든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둘의 의미를 지키는 것이기에 어떻게든 다시 구하는 게 맞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사실 수도 없이 많은 문제와 갈등을 마주하는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다.

 너무 아깝고 후회되지만 이를 하루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용기가 내 삶을 더 도약하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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