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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07. 2023

내가 2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딱 하나만 하라고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곧 수능이다. 늘 수능한파가 몰아쳤는데 딱 이번주 기온이 떨어지니 진짜 수능인가 보다. 출근길, 명문대를 일 년에 몇십 명씩 보내는 휘문고 앞을 지나가면서 교복 입은 친구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진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교복을 입은 것만 같다.

 나이가 들며 시간은 time flies. 진짜 난다. 30대가 화살처럼 어느 순간 날아와 꽂혔다. 평생 하지 못할 것 같은 결혼도 했다. 사실 매일 하루하루 치열하게 큰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해도 삶의 방향만 있다면 모든 일은 순리대로 흘러감을 느낀다.


 저 나이 때만 하더라도 수능점수에 따라 인생의 길이 달라질 거라 믿었다. 점수가 1점이라도 더 높은 사람은사회에서 성공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 곧 수능 점수 순이라고 믿었다.

 지금 30대에 익숙해진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반 꼴찌인데 사업을 해 성공한 사람도 있고, 공부는 중간정도 했는데 본인의 밝은 성격과 유머를 살린 인플루언서도 있다. 당연히 공부 반 1등은 의사, 회계사 전문직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공부 못했던 사업가, 인플루언서보다 성공한 삶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 돈, 대중성, 워라밸 모든 면에서 그렇다. 물론 수능점수가 좋아 좋은 대학을 간다면 인생 선택의 기회의 폭이 넓어지는 건 맞다. 거기서 더 뛰어난 수준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색다른 걸 도전해 볼 수도 있고, 내 주변환경이 달라지기에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것도 많다. 동기부여와 삶의 자극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거다. 같은 관심사내의 우수한 사람들이 모인 무리에서는 혼자일 때보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내 20살을 돌아본다. 그들의 머릿속도 나의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자’


 내가 이 글을 그때 봤더라면, 조금 더 넓게 생각하고 삶을 관조하며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었을 거다. 악착같이 좋은 대학, 이름 있는 대학에 가려고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을 거다.  그때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자기 계발서가 있다. 당연 본인의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 얘기들이겠지만, 여태껏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격언들은 다소 진부한 것이 사실이다. 진부하다는 단어는 우리가 많이 들어왔다는 거고, 많이 들어왔다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정답이니 그렇게 말하는 거다. 본인보다 먼저 같은 경험을 한 인생의 선배의 말은 대체로 아주 높은 확률로 맞다.


 수많은 계발서에 나온 말들을 차치하고, 그들에게 딱 하나만 내가 얘기해주고 싶은 건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으라는 거다. 학원을 다니고, 학교에 가서 여러 과목을 배우고, 여행을 가고, 친구를 사귀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사실 딱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나는 무엇을 하는데 행복한가? 무엇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가?’를 찾기 위함이다. 그것을 잘하든 말든 아무 상관없다. 내가 좋아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소, 시간을 불문하고 그것을 꾸준히 하게 될 거고 무조건 잘하게 된다. 시간투자는 절대적으로 양에 비례한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남들보다 월등히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설령 잘하지 못할지언정, 익숙해진다.

 나는 이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이 20대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알아도 20대는 성공했다고 본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스펙을 쌓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면 잘 돼 봤자 대기업 회사원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진짜 공부를 월등히 잘했다면 전문직 타이틀은 달았겠지.

 

 우리가 아는 유명인들은 모두 본인이 원하는 게 뚜렷하게 있었다. 이강인도 8살 때부터 ‘챔스에서 우승하는 축구선수가 되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고,  일본 야구의 전설 이치로도 6학년 때 ‘주니치 드래곤즈 계약금 10억을 받는 야구선수가 되겠다‘ 라는 목표가 있었다. 근데 이건 그들의 얘기고 한 예시일 뿐 어릴 적부터 구체적으로 안 세웠다 하더라도 괜찮다. 세우려고 한들 이미 지났다. 성시경은 대학생 때 부산여행 도중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중요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거기서 점을 보고 말이다. 딱 20대 안에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천히 살피며 정하면 된다. 그리고 아주 운 좋게 그걸 발견했다면 그냥 그렇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기만 하면 된다. 그뿐이다. 내가 이걸 이걸 10년 전에 알았더라면 삶이 180도 달라졌을 거다.


 현대사회는 시간이 곧 돈이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마치 군인 공제회, 교직원공제회에 들어있는 돈과 같다. 가장 먼저 넣은 돈이 10년 뒤, 20년 뒤 이자가 제일 많이 붙는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고 투자하는 것이 내 미래를 밝히는 거다.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이다. 하지만 리스크 없이 안정된 삶은 그 어떤 베네핏도 우리에게 가져다주지 않는다. 달콤한 월급을 포기하고, 20대에 내가 원하는 것에 한 번만 딱 매진해 본다면 더 달콤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안 돼도 괜찮다. 거기서 배운 게 분명 있다. 그때는 기필코 또 다른 아이디어가 샘솟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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