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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27. 2023

친구보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더 좋다

결국엔 혼자가 남는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샀다. 처음에 5를 사려다 내가 하는 게임에 오버스펙이라는 생각이 들어 중고로 테크노마트에서 4를 샀다.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 적이 거의 없었는데 와이프와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다.

 지금까지 집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늘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풀고 위안을 얻었던 소위 ‘인싸’의 삶을 살았다. 서로 맛있는 걸 먹으며 사람 사는 얘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면 늘 그들은 나를 다시 찾았다. 왜냐하면 본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나도 결혼을 했듯, 누군가는 또 결혼을 하고,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하고 그렇게 각자의 고유한 부분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취업을 아직 못했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들은 자진해서 모임에 나오지 않았고 만나서 하는 얘기라고는 근황이라는 포장 아래 주식, 부동산, 내가 얼마나 (너희들에 비해) 잘 살고 있는지 자랑을 늘여놓기 일쑤였다.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 서면 각자가 처한 외적변수로 인해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나 성향, 성격 모든 것이 변한다. 관계를 대할 때 사람인지라 우리는 비교를 할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형성하고 또 다른 친한 무리를 새롭게 만든다. 변하는 관계 속 또 적응하고 안정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비교에서 평생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다. 우위와 열위를 가릴 수 있는 부, 외모, 명예, 성적, 성과, 직책은 그냥 비교 속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자. 내가 부족하다면 다음에 더 높이면 되는 것이고, 남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면 지금처럼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다. 전혀 좌절할 필요도, 자만할 필요도 없다.

 그거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가치관이다. 내 취향, 성향, 삶을 대하는 가치관. 이건 절대 관계 속에서 침범받으면 안 된다. 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철저히 지켜내야 한다. 이게 조금이라도 어긋날 시 관계는 무조건 깨진다.

 친구는 시험에 합격했는데 나는 불합격했다고 가정하자. 마음껏 슬퍼하고 비교해도 된다. 나는 못생겼는데 친구는 잘생겨서 여자한테 인기도 많고, 매일 사람에 둘러싸인다. 마음껏 열등감 가져도 된다. 근데 가치관이나 취향을 보면 가령, 나는 치킨을 좋아하는데 상대방은 피자를 좋아한다고 하자. 극단적인 예시다.

"너 왜 피자 좋아해? 난 치킨 좋아하니까 치킨 먹어!"

이것만큼은 지켜내라는 거다. 내가 피자를 좋아하는데상대방은 나를 위해 싫어하지만 피자를 한 조각 같이 먹어준다거나, 그 자체로 존중해 줄 줄 아는 만남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늘 나이가 들어가며 친구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근데 애초에 나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 가치관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게 원래 어렵고 이는 당연히 소수일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게 당연한 거다. 이게 진짜 내 사람이고 관계다.

 약속이 있어 만나서 놀다 집 가는 길이 공허한 적이 있는가?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결론은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들의 간헐적인 포장일뿐.


 나플라라는 래퍼를 처음 알게 된 노래이자 가장 좋아하는 곡 제목은 '혼자가 편해' 다.

"어른들의 말은 다 그런 거

그냥 자기네들 생각이 맞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 술잔을 같이 부딪쳐

그걸 듣고 있어야 해

왜냐면 우린 철이 아직 없는 어린애

나의 갈 길은 가시밭길이라

걸을 때 피가 나니깐 가끔 이게 두려워

딴 애들은 얘기를 하지

너처럼 하고 싶은 거 하는 애들이

멋있고 또 부러워

You never been in my nike pairs

You never been in my shoes

모르지 뒤에 따르는 노력들

떠날래 급해"

 나이가 많아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 중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이 가사처럼 본인의 경험만 맞고, 그들은 그걸 과시하려 늘 후배들을 앉혀놓고 술을 사주고 한다. 우리는 그걸 그냥 계속 듣고만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게 앞서 말한 친구라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더 짜증 나겠는가.   

 관계에서의 상처나, 이런 사람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을 샀다. 어떨 때에는 약속이 있는 새벽에 일어나면 부담으로 다가오는 날도 있을 정도다. 이제는 내 가치관을 존중할 줄 아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에 내 에너지를 집중하고자 한다. 그 만남이 아니고서야, 만남을 최소화하고 그 시간에 내 걸 하고 종종 쉴 때 와이프와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고, 재밌다. 정말 술이 마시고 싶은 날에는 혼자 집에서 맥주 한잔을 마신다.

영어 Alone(혼자)는 all +one. 완전한 하나라는 뜻이다. 그 자체로 완전하고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all one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그걸 얻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자, 마지막 가사를 보자. '떠날래 급해'

 이처럼 우린 이런 만남을 억지로 그리고 표면적으로 가질 시간이 없다. 급하다. 진짜 이젠 내 걸 하러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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