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Nov 28. 2023

찰나의 순간이 모든 걸 결정한다

왜 꼭 생각을 해야 하지?

 사람들은 말한다.

"생각 좀 하고 말해"

"이런 일은 신중하게 오랜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하는 거야"

"생각을 안 하고 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야"

 물론 그런 일들도 있다. 집을 사야 한다거나, 해외에서 일을 한다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내 인생이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들. 하지만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경험한 것들은 대개  단 10% 정도만이 오랜 고민과 생각, 조건들을 비교하고 따지며 해야 하는 일이었고, 나머지 90%는 그냥 별도의 깊은 생각을 요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평상시에 그런 생각 없는 일들이 모여 진짜 예키지 못한 성과를 만든다. 브런치도 그렇게 시작한 거다. 어? 한번 해볼까? 절대,

'나는 브런치에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데, 어디 한번 내가 붙을 수 있는지 사람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평가해 보고 결정하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없을 거다. 그냥 넣어보는 거다.


새벽에 눈을 뜨며 이런 생각이 종종 들곤 했는데 이 단상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한 겨울 새벽에 일어나는 건 쉽지 않다. 아직 어둑하기도 하고 춥고 뇌는 자꾸 누워 있으라고 명령한다. 우리 뇌는 편한 것에 익숙해 있고 그걸 무엇보다 좋아한다. 가령 과식을 하거나 늦잠을 자고 난 뒤 분비되는 도파민처럼 말이다. 회사 출퇴근거리가 한 시간이라고 가정해 보자. 잠깐 파견을 나와 10분 거리로 가게 되었다. 그 10분에 중독되어 한 시간 거리로 다시 돌아가면 사람은 불편을 느낀다. 이미 1시간에 익숙해졌는데 더 편하고 좋은 걸 경험한 거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하기 전에는 유튜브 광고를 잘만 보다가,  한번 프리미엄을 한 달 무료체험을 하고 나서는 돈을 주고서까지 절대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레이 타다가 소나타로 차를 바꾸는 건 쉬운데 다시 레이로 돌아가는 것만큼 비참한 순간이 없다. 원룸 살다가 아파트로 가는 건 좋지만, 아파트 살다가 다시 원룸으로 돌아가는 건 수치스럽다.

 본론으로 돌아가, 무언가 더 불편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 뇌의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 찰나의 마음가짐‘이 모든 걸 결정한다. 그 순간을 참으면 작은 성공들이 모이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든다.

 어제도 설거지를 하다 전화스페인어가 울렸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잠시만. 나는 지금 스페인어를 쓰는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돈도 안 되는 이걸 왜 해야 하지? 귀찮은데 그냥 오늘 하루만 받지 말까? 한 번쯤은 안 받고 그냥 설거지 마무리하고 푹 쉬어도 되잖아 ‘

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뇌를 스쳤다. 중요한 건 그 찰나의 마음가짐이다. 참아야 하는 리드타임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어제 같은 경우는 전화벨이 끊기기 전, 5초정도의 시간 동안 관성을 깨고 고무장갑을 벗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결국 마침내 받은 전화는 시작하고 나니 몰랐던 어휘도 배우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끝낼 수 있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새벽수영을 갈 때나, 새벽기상을 할 때에도 똑같다. 눈을 뜨자마자 그 짧은 5초가 모든 걸 결정한다. 일단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 5초가 흐르기도 전에. 행동으로 보이면 그럼 어느새 난 옷을 입고 있고 샤워를 하고 있다.  사람은 기존의 습성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생각을 함과 동시에 절대 불편한 걸 하려 하지 않는다. 김연아의 명언처럼,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그냥 이렇게 하다 보면 지금같이 한 해를 돌아볼 때 작은 성과라도 분명히 존재하게 된다.

찰나의 순간이 아닌 조금 더 시간을 요하는 행동을 살펴보자. 먼저 공부가 있다.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거나,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거나, 입시 준비를 하는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자리에 앉았다 치면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공부를 하는 그 순간에는 사실 지우개가루 치우는 것 마저 재밌다. 그들이 대부분 타임워치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냥 공부 시간이 아닌 '순공부시간'을 계산하고자 함이다. 순 공부시간을 하루에 7시간, 8시간 할 수 있는 이들은 처음 5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5분 동안 아무 잡생각 없이 오로지 공부에 집중하기에는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버거운 일이다.

 전문직 시험을 합격한 친한 형은 애초에 내가 7시간을 온전히 공부만 하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에 1시간 뒤 쉬는 시간 10분을 목표로 하고, 그 50분을 참는 연습을 먼저 했다고 한다. 멀지 않은 순간의 잠깐의 행복을 위해 달리는 것이다. 그럼 조금씩 늘어난다.   


 생각 자체를 않고 행하는 모든 일에는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결과가 작용할 때가 많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아니, 조건 자체를 아예 생각 않고 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200만 명 구독자를 가진 유투버는 아직 촬영을 핸드폰으로 한다. 더 좋은 장비,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무언가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일침을 주는 것 같다.    

 찰나의 순간을 참으면 늘 관성만을 쫓던 우리 뇌도 놀라는 결과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친구보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더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