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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20. 2023

쓰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브런치 글쓰기, 일 년 생일을 맞이합니다

2021년 3월. 야심 차게 브런치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어? 근데 승인을 받아야 한단다. 그냥 아무나 쓰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흐지부지하다 일 년이 지났다. 내 삶은 그 어떤 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왜냐? 시작자체를 안 했으니까. 네이버를 검색하니 무슨 5번도 떨어진 사람이 있단다. 이런데 내가 해서 될까?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

 인생은 늘 무언가 도전하고 실행할 때만이 변화한다. 실패한들 변화한다. 그 사이에서 배운 게 있기 때문이다. 삶에 불평을 가지면서도 나아진 내일을 바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다는 걸 또 다른 일 년이 지나고야 알았다.


 그리고 또다시 일 년이 지났다. 사람은 계기가 있어야 움직인다. 이건 진리다. 직접 본인에게 깊이 와닿는 사건, 생각, 관념이 자리해야 한다. 평범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하나씩 삐걱대더니 연인, 관계, 가족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돈은 또 돈대로 다 잃고, 관계에서는 그 어떤 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날 비웃는 것 같았다. 날 사랑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을 단 한 사람이라도 찾고 싶었다. 근데 잠시만, 6평짜리 골방에서 이 상태로 있다가는 더 곪아 터질 것만 같다. 주거공간의 열악은 마음속 응어리와 외로움, 스트레스를 더 확장시킨다. 밥 먹는 공간, 자는 공간, 공부하는 공간이 10m 안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현실은 나를 밖으로 나오게 했다.

 하지만 단지 물리적 공간의 탈출은 아무런 변화도 불러오지 않았고 이 내면적 괴로움을 어느 곳에는 풀어야 했다. 그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글이었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조금씩 써 내려갔다. 처음엔 그냥 아무 말이나 썼다. 왜 지금 기분이 안 좋지? 원인이 뭐지? 그렇게 하나 둘. 나를 지탱하는 건 뭐지? 난 어떤 순간일 때 행복하지? 그렇게 또 하나 둘. 정말 아무런 두서없이 썼다.


기적은 그렇게 일어났다. 전보다 한결 편해진 마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게 했다.

 2021년의 가입 메일을 다시 들춰봤고, 나만의 이야기를 조금씩 세상에 그리고 이 브런치에 써 내려갔다.

 23년 11월 22일 일 년 전, 나는 그렇게 한 번만에 브런치를 통과했다.

 

 어젯밤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브런치를 한지가 벌써 일 년이나 됐어!!!“

“벌써 그게 일 년이나 됐어? 시간 진짜 빠르다. 너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고 되게 좋아했었잖아^^”


맞다. 벌써 이렇게 일 년이 흘렀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애착을 가지고 글을 썼던 스스로에게 감사하다. 한 번씩 글쓰기가 힘들고 지칠 때, 다음 포털에도 몇 번 글을 띄워줘 조회수로 다시 동기부여를 찾게 해 준 브런치에게도 그렇다.

 지금까지 일 년 간, 총 186개의 글을 올렸으니, 일 년 동안 이틀에 한 번은 무조건 글을 쓴 셈이다. 다시 내가 쓴 글을 읽어볼 때 ‘내가 여기에 관련된 글까지 쓴다고?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하며 놀랄 때가 있는데, 전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이 느낌도 썩 나쁘지 않다.


 브런치를 하면서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더 공부하고, 책을 읽으며 지식습득 측면에서 나를 성장시킨 것도 물론 크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꾸준하면 뭐든 된다’라는 거다. 고작 1년 했을 뿐인데 어느덧 글을 쓰는데 멈춤이 없고, 어떤 사회이슈나 사건에도 내 견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건 꾸준하니까 된 거다. 글을 쓰는 게 전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정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조차도 일 년 하니 이렇게 성과가 있는 것이다. 책도 (운 좋게) 2권이나 내고, 나를 기다려주는 작가님들도 있다. 글은 내게 있어 나를 동굴에서 구원해 준 유일한 무언가였고 나아가 내년을 더 기다려지게 만드는 존재다.

 후배들이 주변에 많다. 취업준비를 하는 후배도 있고, 직장생활이 안 맞아 사업준비를 하는 친구도 있고, 취업도, 사업도 아닌 백수로 살며 명문대 졸업에도 불구하고 진로선택에 갈팡질팡하는 친구들도 있다. 늘 내게 어떤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하고 물어본다.

“나도 후회하고 있는데 뭔 소리야”

라고 능청스레 장난치며 답변하면서도 가장 먼저 얘기하는 것은,

“일단 뭐라도 써봐라”

라는 거다. 사람의 뇌는 복잡하고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갈등이나 문제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늘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답을 찾는다. 하지만 인간을 만든 조물주가 한 가지 놓친 것은 우리는 늘 잊어버린다는 거다.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나, 계획이 내 뇌를 스쳐갈 때 기록하지 않으면 무조건 100% 잊히게 설계되어 있다.

 왜냐고? 계속 끊임없이 뇌는 일을 해야 하고, 선택해야 하고, 생각을 해야 하니까. 문구사에 to do list 메모장과 포스트잇, 공책을 파는 게 다 이유가 있다. 지난 삶의 정리도 좋고, 앞으로의 계획도 좋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좋고, 오늘 친구와 있었던 일의 일기든 뭐든 일단 뭐든 적어보라고 늘 이야기한다.

 이곳 브런치는 확실히 검증받아야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니만큼, 작가님들 스스로가 자부심도 있고, 글의 질이 타 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수준차이가 있다. 광고나 욕설도 아예 없다. 수려한 언어와 문장들 그리고 화려한 업적을 가진 작가님들에 비해 너무 초라하나 타 작가님들이 아닌 나 스스로와 비교하며 꾸준히 지금처럼 나아가려 한다. 꾸준하면 사람이 어디까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이려 한다.


 186개의 이야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 이야기를 전부 다 만들었다. 근데 300개, 1,000개의 이야기를 왜 쓸 수 없겠는가. 1년이 지난 지금 내게 주어진 보상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직접 무엇을 만들었는지 성과를 얘기해야 한다. 어쩌면 작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올해 일어났듯, 많은 것이 기대되는 지금 나는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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