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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Nov 16. 2023

인생에서 수능은 딱 5%다

수능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능 하루 전 잠이 안 오던 그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오늘은 대망의 수능이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 늘 수능한파가 몰아치던 과거와 달리 오늘은 서늘한 가을날씨다. 19살의 청년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어쩌면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의 과정을 오늘 시험하나로 평가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대학입시에 있어 수시가 확대되어 수능이 절대적인 요소를 차지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도 수능은 수능이다. 특히 이번 수능은 기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과도한 추론을 요하는 킬러문항을 없애서 형평성을 보장했다. 보다 공정하고, 그 어떤 논란의 여지도 없이 노력의 결과로 수험생들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시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 수능은 현역이 아닌 재수생, 반수생들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앞으로 그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하면 현실은 SKY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을 나와도 백수가 부지기수다. 스카이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들도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준비를 위해 수능을 다시 보는 사례가 많다.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만이 내 삶을 온전히 보장해 준다고 믿고, 조금 늦더라도 거기에 인생을 거는 것이다.

 과거 10년 전과 달리, 이제는 더 이상 학벌이 우리 인생을 밥 먹여 주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철저히 능력중심 사회이며, 내 능력은 다른 걸로 얼마든지 배양하고, 찾을 수 있다.

 19살 겨울이 생각난다. 아침에 엄마가 무슨 도시락을 싸 주었는지는 십몇 년이 흐른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수능을 못 봐 집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진짜 수능이 인생의 전부였다.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내가 바라던 대학교에 가지 못했고, 나는 취업도 그래서 안될 것이고, 그저 인생이 망했다고만 생각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십몇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내가 만족하는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스무 살 이후 내가 바라고 원했던 것은 위기 속에서도 거의 모두 이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변에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들의 인생이  월등하게 다른 사람들보다 좋아 보이진 않는다.

 

 수능은 주관적 기준으로 인생에서 딱 5%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 5%가 망할지언정, 우리에게는 남은 95%가 있다.

 처음 1%라고 하려다가 5%를 준 이유가 있다. 그 5% 속에는 멋진 학벌의 선후배들이 끌어주는 관계 속 기회라던지, 우월한 조직에서 배우는 동기부여나 자아성찰, 자극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딱 그뿐이다. 나머지 95%는 미래의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흙 속의 진주처럼, 그 어떤 조직에 있더라도 내가 바꾸면 된다. 주변 환경을 내가 바꿀 수 없다면 나 스스로를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대학교, 대학동기들, 회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외부요인들은 내가 바꿀 수 없는 말 그대로 통제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럼 나는 이들과 다른 나의 생활을 바꾸어가면 된다. 늘 부지런히 무언가 시도해 보고, 적성을 찾아보는 거다.


 오늘 수능을 마치는 수험생들이 생각보다 수능을 잘 보았다면 그 자체로 너무 축하할 일이고, 본인의 꿈을 그대로 펼쳐나가면 된다. 배우고 싶은 학문을 원하는 곳에서 배운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만약 그렇지 못한 수험생들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좌절말자. 며칠 그냥 힘들어하고 훌훌 털어버리자.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빨리 찾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봤으면 한다. 지금 대학교를 좋은 데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열등감이나, 주눅 들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잘된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더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내게 준 셈이니까.


수능이 사실 뭐 인생에서 별로 안 중요한 시험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성적이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을 온전히 평가할 수는 없다. 수능은 10년 안에 없어질 것이다. 만약 안 없어진다 해도 그 중요성은 앞으로 계속 낮아질 거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우선 정량적인 암기 이론에 따른 평가방식은 더 이상 사회에 필요가 없다. 단순히 수능은 그때 어릴 때 내가 ‘공부’라는 것에 조금 ‘노력’했다는 정도의 인식으로만 받아들여질 것이다. 노력의 정도의 차이. 그렇지 못한 학생은 지금부터라도 관심분야에서 노력하면 된다. 관심 있는 분야가 없다면 그걸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아가면 된다.


 이 사회는 다양성과 창의성, 신선함을 요구한다. 100명 중에 99명이 Yes를 외칠 때 내가 다수의 답변이라고 안심하지 말자. 진짜 사회에서 성공은 No를 외친 그 한 명이 한다. 본인만의 독특한 사고와 그에 따른 명확한 근거, 방향성이 곧 혁신을 낳는다.


돈을 많이 벌고 말고 여부를 떠나, 진짜 인생의 성공 혹은 잘 살고 있다는 타인들의 평가는 수능이 아니라 ‘내 것을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에 달렸다. 그것이 창작이든, 노래든, 영상이든, 사업이든, 본인의 개성 있는 무언가로 진짜 내 것을 만들고 그걸 사람들이 공감해 줄 때, 다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성공이다.


수험생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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