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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Dec 18. 2023

명예훼손으로 신고당했습니다

다양성과 포용(D&I) 앞에서 나는 떳떳한가

브런치 임시삭제 글
브런치 권리침해 안내문

 제목 그대로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당했다. 11월 27일 글을 스크롤로 내려보는 작은 노력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인생을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다. 뉴스에서만 보던 명예훼손을 직접 내가 했다고 하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블로그, 브런치 모두 해당 글은 삭제처리 되어있다. 현재는 재게시 심의를 신청했고 검토를 거쳐 다시 정상적으로 복구될 예정이다.

 명예훼손으로 신고된 글은 약 한 달 전에 올린 <의대증원, 과연 최선일까?> 다. 이 글은 신고한 당사자의 실명도, 구체적인 이유도 모르나 아무래도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내 생각을 다소 강력한 어조로 피력해서 그런 것 같다.

 이 글은 사실 대중들에게 공공연하게 드러난 이슈 앞에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었기에 쓰기 전부터 조금 조심스러웠다.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비난도 예상했다. 그래서 너무 한쪽 편만 든 거 같아 바로 다음 날  100% 의사 입장에 빙의해서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특정 누군가를 저격한 것도 아니고, 내 SNS에 내 생각을 말하는 건데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신고자의 의도는 사실 아직도 좀 의아하기만 하다.

 의대 찬성글은 그대로 놔두고 반대 글만 명예훼손 신고를 한 걸 보아 신고 당사자는 의사이거나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다. 사실 그 어떤 직업이 됐든 크게 상관없다. 그 글 자체로만 봤을 땐 의사의 입장이 아닌 정부와 국민입장에서 쓴 글이니까 물론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 근데 난 단언컨대 명예를 훼손한 적은 없다. 정말 훼손했다면 재게시 심의를 통과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 이야기의 전문은 복사를 못하겠지만(또 명예훼손 신고를 당할까 이제는 겁이 난다 하하)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명예훼손 신고 당한 글

 친한 형의 집에 의사인 친구와 놀러 가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의대증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주제가 나왔다. 이에 2시간 동안 의사 당사자와 100분 토론에 걸맞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 저출산과 지방소멸에 결부시켜 내 논리에 근거를 들어 정리한 것뿐이다.

반민주적, 포퓰리즘에 비친 정치쇼, 집단이기주의 이런 자극적인 단어 사용으로 흑백논리적 사고나, 정신적 여과의 오류를 범했다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정신적 여과란 특정 의견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그 정보가 마치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걸 말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랬다면 그다음 글인 찬성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었겠는가.


 이 일의 모든 원인과 결과를 차치하고, 오늘 일은 절대잊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반증이라 믿는다.

 최근에 며칠 동안 내가 쓴 글들이 연이어 운 좋게 메인에 뜨면서 일 조회수가 3만이 넘었다. 덕분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댓글로 받고 있다. 내 글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해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내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남기기 위해 브런치에 가입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정성스러운 비판을 해주신 분도 계셨다. 글을 쓴 당사자 입장에서는 칭찬이든 비난이든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준 것 자체에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모두의 생각이 절대 나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 사회현상의 내 의견을 대중에게 알리고,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글로써 열띤 토론을 펼치는 것이 나는 재밌다. 누군가의 말처럼 스스로를 옥죈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넓어지고 성장하는 느낌이다. 타 플랫폼에 비해 한없이 폐쇄적인 브런치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도 어쩌면 그런 것이다.

  느끼는 게 참 많은 날이다.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할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어쩌면 나를 더 성장시킬 자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그만큼 내 글이 그 사람의 심경을건드릴만큼 논리적이었나보지라고 생각해야지 뭐. 정말 형편없는 글이었다면 귀찮게 본인의 시간을 들여서까지 명예훼손을 신청할 가치마저 없었을 거다.


 이 일로 하여금 글의 힘이 참 강력하다는 걸 느꼈다.  내가 공인도 아니고 이 파급력을 걱정할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 믿는다. 나는 계속해서 쓸 것이다.

 밥로스의 명언이 떠오른다.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한다.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한다.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은 그림 속에서 반복된다”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것도 없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것도 없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슬픈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명예훼손 신고가 있으면 그만큼 좋아요도 있고. 더 넓은 포용만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만든다. 명예훼손 신고를 한 당사자를 비난하기 전에 다양성과 포용 앞에서 나는 떳떳할 수 있나. 제주도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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