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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Dec 29. 2023

보이스피싱 오면 내가 하는 말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2023년의 마지막 출근길 새벽이다. 마지막 날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쉬지 않고 본업을 위해 강남 쪽으로 길을 나선다. 앉을자리가 없다. 새벽 6시 지하철을 타보면 대한민국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이 세상에는 대단한 성과를 이룬 분들,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 누구나 부러워할 백만장자가 된 분들, 존경해야 할 분들이 수도 없이 많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그냥 갑자기 유명세를 탄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빛나는 재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지금 위치까지 온 것이다.

 나는 특정분야의 타고난 재능이 없다. 감히 삶의 태도를 논할 지식도, 경험도 모두 일천하다. 그래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조언할 자격도 없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도 늘 주저한다. 그저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하며 나에게 혼잣말한 일기들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약 삼십몇 년 인생을 살며 동년배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거다. 28개국을 다니며 그게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많은 일을 겪었다. 미국에서 해고도 당해보고, 멕시코에서 택시강도도 당해보고 돌아와서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목표한 돈도 모아보고, 책도 출간해 보고.

 2024년 새해를 앞두고 또 다른 나를 다짐해 본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경험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가 보인다. 바로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다.


10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어제 부친 사망 관련 보이스피싱이 왔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그저께는 전화가 오더니, 이제는 문자다.

어제 받은 피싱 문자

지독하게 사악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말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들한테도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건 열심히라는 거다. 진짜 끝까지 열심히라도 사기 친다.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또 오고 또 오고계속 온다. 이 사람들 마저 본인의 일에 있어 열심인데끔찍하도록 게으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악의적인 말만 해대는 사람들은 과연 이 보이스피싱범을 욕할 자격이나 있을까.

무심하게 답장 버튼을 누르고 타자를 친다.


‘너도 참 열심히 산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사회 탓을 한다. 사회가 이렇기 때문에 지금 내 모습이 이렇다는 거다. 사회 때문에 나는 취업을 못한 거고, 사업이 망한 거고, 눈이 높은 거고, 여자친구도 없고, 성공하기 힘든 거라고. 그냥 다 갖다 붙인다. 기회가 주어지면 본인도 잘할 수 있는데 사회가 이렇게 만든 거니 사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무책임하고 원론적인 발언을 일삼는다.

반대로 뼈 때리는(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강력한 조언들도 존재한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 따라간다?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은 거 해라, 즐기면 다 된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며 노력 없이그냥 즐겨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삶의 태도의 이런 양면적인 모습 속에 어쨌든 둘의 공통점은 같다. 바로 ‘그래서 뭐?’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현실이 왔나? 불만족스러운 바로 지금. 지금은 똑같다는 거다. 사회가 잘못됐든, 세상이 만만하지 않은데 내가 안일했든, 일단 이 상태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의 우주에서는 나밖에 없다. 나만 바꿀 수 있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냥 무조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더 열심히.

세상에서 유한한 것 중에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시간이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80세가 돼서 20대, 30대 때 “~할걸”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 나는 이런 후회가 지금 실패하는 것보다 100배 200배는 더 두렵다.


열심히 살면 살아가며 많은 기회가 저절로 따라온다. 내 가족, 친구, 아끼는 주변 사람들도 챙길 수 있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존재로 이 세상에 남는다.자아실현도 하고 주위 사람도 돕고 멋진 선순환이다. 그리고 결국엔 누구나 갈망하는 부자가 된다.


타블로의 블로노트에는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친구는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며 한숨을 쉰다. 되게 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없으면서’

무언가 열심히 할 의지와 행동이 합쳐질 때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여기서 열심히라는 것은 그저 미친 노력으로 내 분야에서 열심히 해서 성과를 창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난이도 순으로 요가 동작이 1번부터 10번까지 있다고 할 때, 저번주까지는 1번까지만 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해보니 2번도 되네?

책만 읽으면 늘 바로 잠자기 바쁜데 그저께는 10p 읽고 잤는데, 어제는 20p까지 읽고 잤네? 그게 개선이며곧 성장이다. 바로 열심히 하는 것의 내가 내린 정의다.  

 

 근데 이 열심히라는 것이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두 가지를 충족하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세상에 가치를 전달할 사명감이다. 무엇을 열심히 하든 세상에 긍정적이고 선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만능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나 애플의 잡스가 위대하다고 사람들이 일컫는 이유는 이 세상에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발명한 전구와 아이폰으로 세상을 더 윤택하게 살고 있다. 이처럼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 속에서 하다 못해 내가 수영을 열심히 배운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바다에서 위급상황 시 누굴 도울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시작하면 그것이 세상에 전달하는 이로운 가치다.

래퍼들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의미 있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곡을 만들며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 위해 글을 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똑같다. 내가 어떤 선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충족한 상태에서 열심히여야 한다.

 두 번째는 지속할 수 있느냐다. 인간은 지독하게 간사하고 편협하다. 끊임없이 더 편할 걸 찾고, 이기적이다.재미없는 무언가를 계속한다는 건 뇌에서 그만하라고 도파민을 분비하며 이제 포기하라고 명령한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끈기가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3일 열심히 하고 4일째 포기한다면 그 열심히 한 지난 3일이 의미가 있을까? 더디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지속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 유튜브나 브런치를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 영상을 처음 올리는데 1만 명, 10만 명이 내 영상을 보지 않는다.조회수 100에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계속 꾸준히 하는자만이 떡상을 하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사람들의관심을 받는다. 브런치도 작가의 서랍 속에 몇 개의 글을 꾸준히 써야 작가로 승인이 나고, 사람들이 내 글을 하나둘 보기 시작한다. 세상만사 다 똑같다. 그저 심플한 원리.


 어차피 인생은 고통스럽다. 이 세상에 스트레스, 고민 없는 사람은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갓난애기도 밥을 안 주면 스트레스받아 울지 않나. 삼성 이재용 회장도 돈과 명예는 지녔지만 그 거대한 기업을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감에 늘 고민이 함께 한다. 늘 고통 속에산다. 하늘 위에는 지옥이 있다.

우리의 인생 속에는 고통 속 잠깐, 아주 잠깐의 달콤한 보상이 주어진다. 가령, 등산을 하고 난 뒤 정상에 올라가서 마시는 물 한 모금, 입사 후 한 달 열심히 일해서 내 힘으로 번 첫 월급, 일 년 밤을 세가며 준비한 프로젝트에서 상을 받은 당일, 고등학교 졸업 후 기대되는 대학생활, 전역 날의 설렘과 후련함 등 달콤한 보상이 있으나 이 모두 잠깐이다.

인생은 지속적인 고통과 간헐적 행복이니, 그래서 이 짧고 유한한 시간 속 열심히 살아서 작은 무언가라도 이루어내야 한다.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의미를 내가 주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이만큼 가치 있는 게 있을까.


 내 인생에 의미 하나 안 가지면 매일 아침 눈뜨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쉬고, 무한반복 속에 우리는 기계와 무엇이 다르겠나. 진짜 나만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 2024년이 그런 멋진 해가 되길 바라며.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복 많이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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