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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Dec 31. 2023

연예인들이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

우리가 진짜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

 연말이라 연예대상이 한창이다. 연예대상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빛나는 수트와 드레스를 입고, 수많은 대중 앞에서 트로피를 안고 수상소감을 말한다.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빛나는 삶이다.

하지만 이런 빛나는 모습 뒷면에는 마약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이도 있다.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 글을 쓸지 말지 많은 고민을 했다. 길거리에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을 하는 멕시코와 미국에서 나는 마약 하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그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마약에 관련된 글을 씀으로써 혹여나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질까 봐 노파심이 들었다.

자,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마약을 중범죄로 인식하고, 절대악으로 생각하는 걸까? 술이나 담배도 중독성이 있는데 대체 왜 마약만 유독 범죄라고 규정하고 마약 하는 이들을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걸까?


 바로 술과 담배는 기호식품일 뿐, 마약은 재기불가능한 파멸을 다른 이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듣고 본 것이 많아 이 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마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를 비난하면서도 그사람이 자살을 하면 대중의 여론은 비난에서 동정으로치환된다. 연예인이기전에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나와 같은 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가엾이 여기는 것’


 대한민국 사회는 연예인에게 더 큰 도덕적 잣대를 부여해 왔다. 대체 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생각해 보자. 과거에는 그저 광대, 코미디언 '우리를 재밌게 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어떤가. 럭셔리한 외제차에, 한강뷰 고급 아파트에, 식을 줄 모르는 유명세에 일종의 공인에 가깝다. 일반인의 삶과는 괴리감이 있다.

 문제는 우리는 이들을 노력으로 그 자리를 일궈낸 행정고시 합격자, 고위 공직자, 대통령, 대학교수, 과학자가 아니라 ’운이 좋게‘ 돈을 많이 벌게 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저 내 옆에 있을 법한 사람인데 돈을 많이 벌고 유명세를 얻으니, 배알이 꼴리는 거다. 실제로 물론 운이 좋아 한번에 떡상한 연예인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본인의 노력으로 정상까지 올라간 사람인데 불구하고 말이다.

 그저께 MBC 연예대상을 받은 기안84만 봐도 이를 알수 있다. 그는 상수동 곰팡이가 핀 반지하에서 망한 그림쟁이로 살았다. 그 누구도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겐 인생에서 절대 포기할 수 마지막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림이었다. 본인의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끝내 웹툰계에서 그림 하나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아티스트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로 당연히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근데 이 사회는 다르다. 연예인을 공인이라는 가면을 씌워,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엄격히 규정하고 나눠 올가미를 씌운다. 그러고는 냄비근성을 발휘해 하나의 사건이 터질 때 재기불가능할 정도로 뭉개버린다. 그 연예인은 상처를 받고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버리는 악순환의 연속을 낳고, 그들은 안온적 삶에서 한층 더 멀어진다. 마약도 그중 하나의 원인일 테고.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가 그 문제에 대해 올곧은 잣대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돌아보지 못한다. 나는 2가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저 대다수가, 혹은 권력자가 1이 맞다고 하면 1을 따라가는 맹목적인 선택의 오류를 범한다.

 이기주 기자가 터트려 큰 논란이 된 '바이든 날리면' 기사도 이를 대변해 주는 완벽한 예시다. 윤석열대통령이 한미회담을 마치고 한 발언에 대해 MBC에게는 그게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더 이상 진실의 영역이아니었다. 이처럼 주관적 판단을 진실로 믿고 권력자가 다른 이에게 강요하면 사회는 위험에 빠진다. 언론과 미디어는 이제 공적인 영역을 넘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민영화된 주식회사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냄비근성, 미디어, 언론의 현상태다.

 내가 일전에 썼던 의대증원 반대 글에 나는 그냥 명예훼손 신고로 그쳤지만 그걸 유명연예인이 썼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들은 사회가 정한’공인‘으로서, 한 사회현상에 편중된 시각을 가져서도 안 되고, 선한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비춰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린다. 아니면 청소년들이 못된 걸 따라 배워 그 책임은 또 그 연예인에게 전가되기에 그들에게는 늘 높은 윤리적 잣대가 따라다닌다.

 

 자, 진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연예인은 본인의 진짜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을 투영한다. SNS와 같다. 타인의 관념 속에 그려지는 삶, 외부적인 기대에 늘 맞춰야 하는 삶.

타인의 관념 속 본인과 지금의 모습의 괴리감이 곧 공허함으로 발전한다.

마약을 하는 연예인들은 이 공허함에 환멸을 느낀다. 이 공허함에 못 이겨 그들은 마약을 한다. 일종의 도피처다. 대중들의 많은 관심, 많은 돈, 풍족 한 삶 가운데서도 그 어떤 것에도 삶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게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허무한 느낌, 바로 공허함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큰 함성 속 내가 주인인 콘서트를 마치고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온 그 느낌처럼.

지드래곤의 ‘missing you’의 노래 후렴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2:38초 마지막 권지용이 직접 부를 때 더 크게 그의 외로움이 와닿는다.

지드래곤- missing you

‘내 마음은 이렇게 울적한데 말할 사람이 없다

나도 가끔 활짝 웃고 싶은데 곁엔 아무도 없다’

공허함은 이토록 우리를 무섭게 한다. 이 노래를 작곡한 권지용은 당시 25살이었는데, 25살의 나이에 벌써 연예인의 양면적인 삶, 고독함과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거다.


사람이 느끼는 아래 쾌락지수를 보자. 얼추 공감 갈 거다. 인간에게 욕망과 쾌락이란 일시적이다. 지속되지 않기에 그 잠깐의 쾌락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 더 새로운 욕망과 강한 자극을 원하는 무한 굴레의 사이클.

사람이 느끼는 쾌락지수

 표를 보면 마약이 가장 지수가 높다. 빨간 음영 가장 지수가 높은 도박과 마약 이 둘을 제외하고, 위 모든 항목의 공통점이 있다. 이는 모두 '예측 가능한 쾌락'이라는 것이다. 저 상태가 됐을 때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자극을 가져다주는지 얼추 안다.

 하지만 도박과 마약은 본인도 예측불가능한 쾌락이기에 최대의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들은 이것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마약은 육체적 피곤함을 마사지나 사우나처럼 개운함, 시원함으로 푸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결핍을 채우기 위한 일시적 도피, 즉 영혼이 충만하지 못한 사람들의 허상이다.


 이 공허함을 마약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인될 수 없고 무거운 처벌이 마땅하다. 하지만 윤리적 가치에 반하는 범법자라고 힐난하기 전에우리는 이 마약 하는 사람을 옆에 내 친구, 옆집 아저씨처럼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된다. 범죄자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구원해야 한다. 사회 문제로 결부시키기 전에 정신이 병든 한 사람을 구원한다는 시각을 먼저 가지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반성, 용서, 화해, 사랑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발휘해 마약중독을 이겨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를 이겨내기 위한 건강한 식습관, 운동 등 원론적인 방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이는 온전히 타인을 돕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공허함을 벗어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 그 가치에 따른 희열과 성취감을 충만하게 느끼고 이를 통해 남을 돕는 것이다. 위의 쾌락지수 20인 위로를 해줬을 때, 30인 타인의 결과에 의한 뿌듯함처럼.


 남을 도우면 내 삶의 이유를 알게 되고 삶의 보람을 가진다. 마약보다 더 큰 삶의 건전한 즐거움을 이끄는 선순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사회는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시스템부재를 논하기 전에 우리 개개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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