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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an 02. 2024

새로운 시작 앞에서 꼭 해야 하는 것

만족과 몰입에 대한 고찰

12월 31일 밤 11시. 새해를 한 시간 앞두고 SNS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2023년 회고와 동시에 희망찬 2024년 목표를 세운다.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세상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경외감이 들면서도 감정과 노력을 몰입한 것 치고 이룬 것이 딱히 없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휘몰아친다.

 

 2023년 전체를 요약해 보자면 운동을 일주일에 몇 회이상 하겠다, 글을 꾸준히 쓰겠다, 무언가를 새로 배워보겠다 등 많은 목표 가운데서도 몇 개만 이루고, 몇 개는 시간을 핑계로 ‘아, 이건 조금만 나중에’ 스스로 쳐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뭐든 도전해 보는 성향이지만, 2023년의 아쉬움을 개선하고자 2024년은 조금 더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기로 했다. 바로 ‘쉼’이다.

이것저것 다이어리에 적지 않으면 나조차도 기억 못 하는 목표는 본질을 흐리게 한다. 여러 다짐을 계획하는 것보다 몇 개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그냥 철저히 쉬는 거다.

의사 선생님이 병원만 가면 늘 식상하게 말씀하시는 단어 ‘과로’는 할 말이 없어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만병의 근원이 실제로 맞았다. 설령 대단한 무언가 이룬 이들에게도 쉴 땐 쉬면서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2024년, 거창하게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꿈은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연결고리를 찾아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싶을 뿐이다. 단, 내가 만족하는 선에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내 역량으로만.

마냥 쉽지만은 않을 한 해가 될 것 같다.

2023년 내 인생을 감히 회사의 성과평가처럼 S등급, A등급, B등급으로 물론 나눌 수 없을 거다. 시간이 지나 기억은 미화되고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어 자신을 더욱 관대하게 평가하기에 평가의 객관성과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2023년 내 뇌리에 가장 강하게 박힌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얻은 듯하다. 이것만으로 값진 한 해를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옳다고 믿으며 행했던 이 두 가지는 이 채널의 지향점처럼 새해에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한 걸음 더 나아지는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정답을 이미 알고 있다. 이게 맞다는 확신을 가진다. 작년에 직접 내가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먼저, 지연만족이다. 만족이라는 감정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나 TV, 유튜브 영상의 명강연들 속유명인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이건 현재 YOLO마인드를 대표하는 2030 세대의 거시적인 사회적 흐름이기도 하다.

“지금을 즐기세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를 사세요“

이 말은 사실상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오류하나 없는 이상적인 문장이다. 카르페디엠, 라틴어에서 현재를 즐겨라는 격언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이 말은 5년 전 내 중남미 여행에서 딱 맞아떨어졌다. 당장의 취업준비가 걱정되어, 동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 내심 걱정하며 여행 중간 서둘러 귀국했던 그때. 내가 그때 현재를 살았더라면, 그 순간을 즐겼더라면 지금 그때를 후회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고 세상을 살아보니 만족을 지연시키는 것이 곧 복리이며, 시간이 지나 우리에게 더 큰 만족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당장 급하게 무언가 말로만 앞선 행동이나 결정보다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것. 우리가 바라는 최종적인 만족을 지연시켜 그 순간을 위해 매 순간을 희생한 것이 성공적인 결혼을 이끌었다.

다이어트도 똑같았다. 운동을 아예 안 하다 하루에 10km를 뛰고 웨이트까지 하고 나면 다음날 피곤해서 헬스장에 가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다 금세 다시 포기한다. 조금씩 2km씩 뛰다 그다음 날 조금 더 늘려보고, 그렇게 중량이든 거리든 식단이든 조금씩 늘려가며 맞춰가는 거다.

주식도 조금 올랐다고 금방 팔아버리고, 단기적인 보상에만 뇌가 반응해 버리면 뇌는 거기에 적응해 더 큰 즉각적 보상을 원한다. 그럼 언젠가는 또 잃는다. 워런버핏이 10년 동안 보유하지 않을 거면 주식을 사지 말라는 것도 그 원리다.  S&P 500이 이 결과를 대변한다.

연도별 미국 S&P 500 지수변화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시간을 쌓는 일. 인간관계에서나, 남녀의 사랑, 재테크나, 운동이나 공부나 취미, 자기 계발 세상 모든 만사에 시간을 쌓는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위대하고 믿음직한 보상을 가져다준다.

오늘 먹을 마시멜로우를 참으면 내일 두 개가 되고, 다음 주는 세 개가 된다. 이걸 알기에, 무언가 시작하는 데 있어 시간을 두고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다음은 방 안에 있는 시간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퇴근 후 회식을 가거나 약속을 잡아 술만 마시던 날들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또 후회하고, 또 후회하면서 일주일, 일 년을 보내고 나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지금 생각하며 쥐어짜내도 정말 단 하나도 남는 게 없었다. 당시 나눴던 대화들은 술에 취해 담배연기와 함께 다 사라졌고 인맥, 관계라는 포장된 허물 속에 스스로 곪고 망가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끝내 지키려고 했던 그 관계마저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물론, 내가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삶의 활력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매일 쳇바퀴 같은 무료한 삶의 전환점을 낯선 환경에서 리프레쉬하기 위해 여행을 가는 거다. 무라카미하루키도 전 세계를 다니며 글의 영감도 얻으니 관계에서의 만남, 여행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점도 물론 있다.

이것들에서도 우리는 배우는 게 많지만 결국은 나 혼자 내 방 안에서 무언가에 '몰입'할 때만이 진짜 결과물이 나온다. 그게 무엇이든 혼자 보내는 시간에 혼자만의 공간에서 집중하는 무언가가 시간이 지났을 때 내게 의미 있는 보상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 하다못해 가계부를 적어도 활자가 주는 몰입은 우리 인생에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낸다.

그 어떤 방해도 없는 내 공간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을 2024년에는 더 가져보길 바란다. 내면적 성숙과 동시에 어쩌다 타인을 만날 때에도 존재의 소중함을 알아 그 관계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친구와 재밌게 놀고 집 가는 길에 현타가 온 적이 있는가? 만약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외로움과 공허함은 그 어떤 누구와 함께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망각하게 만드는 일시적 쾌락과 우리는 멀어져야 한다.


 2023년에 배운 값진 이 두 가지만큼은 놀 때 놀더라도, 쉴 때 쉬더라도 꼭 지켜가려고 한다. 이 두 개만 성공해도 일 년 뒤 25년 1월 1일에 우리는 더 성장한 본인의 모습에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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