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소비와 경제에 대한 소고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를 끊었다. 엔화가 최저점, 100엔당 850원까지 내려왔을 때 이때다 싶어 100만 원을환전했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전망에 대한 말이 많다. 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장기침체의 미래가 될 것인지, 경기가 풀릴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서민들이 몸소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돈데, 요즘 길거리에 돈을 쓰는 사람이 없다. 일 년 전이나 오마카세니, 호텔이니, 골프니, 충동적, 보복성소비를 했었다면 지금은 당근마켓에 골프채가 1~2분 단위로 올라오고(실제로 그렇다), 오마카세 사장님들이 줄폐업을 한다. 20만 원짜리 오마카세 코스를 9만 원에 팔아도 아무도 안 온다고 한다. 나도 치킨 한 마리를시키면 배달비가 아까워 직접 가 포장한다.
아, 물론 얼마 전 크리스마스 때 일박에 100만 원 하는 서울 5성급 호텔들이 전 객실 매진이었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이 가는 것도 전 객실 매진에 한몫했겠지만, 요즘은 서민들이 돈을 아껴 모아놨다가 특별한 날에 한 번에 소비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비의 양극화 및 소비 행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만 봐도 대다수는 소비가 아예 얼어붙었다. 누가 더 안 쓰나 내기를 하는 듯하다. 날씨 탓인지, 경제 탓인지 주말에 번화가를 가도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마치 일본 국민과 흡사하다.
일본행 비행기를 끊은 것도 사실 이 목적도 있다. 일본 경제와 국민들의 삶을 우리나라에 빗대어 보며 앞으로의 경제전망 및 소비습관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실제로 일본에 거주한 적이 있거나, 일본여행을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본인들은 퇴근 후 맥주 한잔에 행복을 느낀다. 우리나라처럼 이것저것 푸짐하게 시켜 회식하는 문화가 아니다. 옆 테이블에서 각자 맥주 한잔으로 3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다 나가시는 것도 보았다. 그만큼 일본 국민들은 검소하다. 부동산 폭락에 따른 잃어버린 30년, 절약만이 살길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활 습관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선진국 아니야? 세계 2위 경제대국 아니야?” 맞는 말이다. 물론 일본도 잘 나가는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세계 50대 기업중36개가 일본기업일 정도로 경제호황을 누렸다. 일본의 부동산이 한창 오를 때, 일본 부동산금액은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일본 국민들의 삶에서 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개인차가 있겠으나, 샐러리맨의 월급은 한국이 이미 앞선 지 오래다. 게다가 우리나라보다 일본은 기본적인 지출, 즉 의료나, 전기, 가스, 수도, 교통비 등이 훨씬 비싸 삶 자체가 아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집도 작고, 하이브리드나 경차, 소형차들을 주로 많이 타며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는 큰 집도 많고, 외제차도 많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돈 많은 부자들이 포르쉐를 타든, 벤츠를 타든 일반인들은 크게 신경 안 쓰는 분위기다.
근데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예외가 있지만 일반인도 벤츠 타야 하고, 호텔 가야 하고, 명품백 하나는 있어야한다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남이 뭘 입든, 남이 뭘 사든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본인의 삶에 맞는 소비를 하는 느낌이 드는 반면에 한국사람들은 남들 하는 대로 나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있다.
짱구(크레용 신짱) 만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만화에서 짱구는 아래와 같은 주택에 산다. 저렇게 대저택에 사니까 금수저니 뭐니 말이 많지만, 사실 짱구네는 전형적인 일본 서민층에 해당한다.
짱구아빠는 모두가 알다시피 일반 셀러리맨이다. 나이는 35세~36세이며, 만화에서 1억 3천만 엔 복권이 연봉의 20년치라고 밝힌 적이 있으므로, 연봉은 대략
650만 엔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평균적으로 40대 중후반이나 부장들이나 받을 수 있는 연봉이다. 30대 중반을 감안했을 때 짱구아빠 연봉은 일본 평균 직장인보다 많은 편이다.
위 짱구네 집의 평면도를 보고 집이 굉장히 크고 넓고 좋다고 해서 금수저 썰이 돈 것 같은데, 실제로 이 집의위치는 ‘사이타마현 카스카베’라고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도쿄가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수도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도권에서 인구 25만 정도의 위성도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저 큰 집이 3억 원 정도다. 짱구네 집이 대출할부가 35년이라고 했을 때 전형적인 서민이라고 할 수 있다. 금수저라고 보기는 힘들다.
엔화가 바닥인 지금, 우리로써는 당연히 일본여행 싸게 가서 좋다. 코로나 때 25만 명밖에 되지 않던 일본 여행객은 현재 2천만 명을 넘었고, 전성기 때의 관광객3천만 명을 따라잡을 수준이다. 이 모두가 엔저현상에따른 관광객 유입이다. 관광객만 이렇게 흥청망청 쓴다. 일본은 돈 빌려줄 사람은 많은데 쓰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정부의 국내투자에 대한 미온적 자세다. 일본은 2012년부터 모두가 아는 아베의 아베노믹스 선언으로양적완화를 도입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엔화를 그냥 막 찍어낸다는 거다. 엔화가시중에 많아지니, 당연히 엔저현상이 발생한다.
근데 여기서 문제는 기업은 가만히 있어도 일본 엔화가 가치가 떨어지니 수출경쟁력이 생겨 영업이익이 개선된다는 거다. 당연히 이 돈으로 해외에 설비를 재투자하거나, 해외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투자를 늘려갈 것이고, 국내투자는 자본수익률도 낮고 수지가안 맞으니까 투자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투자를 안 하니, 국내 일본 기업들의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자연스레 임금도 낮아지고 소비도 안 하고, 가계불황이 찾아온 거다.
우리나라가 문재인 정부 때 리쇼어링이라고 해서, 해외에 본사나, 공장을 둔 우리나라 기업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인 데에는 다 이때문이다. 국내 기업투자를 활발히 해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활성화를 이끌기 위함이다.
바이든이 왜 SK나 현대, 삼성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 하면 그렇게 인터뷰에서 웃으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는가? 다 미국이 잘 사는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디트로이트만 봐도 그렇다. 디트로이트는 예전의 미국에서 잘 나가는 도시였으나 공장이 철수하면서인구도, 경제도 다 무너졌지 않나. 내가 30년간 살았던고 향 울산도 어쩌면 이 절차를 밟을까 심히 우려된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사실 아베가 아니라 8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고이즈미 총리 때부터 실시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적완화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일본은 그때 정책이 성공하면서 2000년대 경기 호황을 이끌었다.
하지만 하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다. 일본은 이 사태를 겪고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한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 2%이 넘으면 금리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일본정부는 사실 발표했지만, 당장 일본에게는 소비자물가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금리정상화를 늦게 해서 생기는 부작용은 당장 국민은 생활물가가 오르는 것만 힘들어하면 되는데, 지금 금리를 정상화시키면 일본의 잃어버린 40년, 50년이 될 수도 있기에 망설이는 거다. 일본 입장에서는 훨씬 잃는 게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국가부채 때문이다. 일본 국가부채를 보자. 경제가 박살 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 최고다.(약 1,026조 엔) 금리를 올리면 일본 국민은 부채에 허덕여 이자를 내는 데도 힘들어할 것이다. 이는 소비가 더 떨어지고 경제가 더 망하는 일본의 장기불황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본 국민은평균 가계에 모두 최소 1억 이상 빚이 있다고 생각하면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일본사람들은 고금리에 대한 면역과 내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30년 이상 저금리로 일본경제가 돌아갔다. 은행 가서 대출을 빌리면 금리가 0.2~0.3%인데 갑자기 4~5% 하면 돈을 빌릴까? 손이 떨릴 것이다. 더 소비가 줄어들고, 경제는 더 악화된다. 마음 놓고 돈 빌려서 집사고 40년씩 갚는다. 20대 청년이 50살이 되고 한 가정을 책임지고 은퇴할 나이 될 때까지 금리가 없었다는 거다.
근데 갑자기 금리가 올리면? 부담에 허덕이면서 더 경제가 악화될 것이다.
근데 사실 저금리 때문에 일본이 장기불황을 하고 있다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일본의 장기불황은 저금리가 아니고, 경기순환에서 나오는 불황도 아니고, 자산버블이 터지면서 발생한 불황이다. 채무변제가 우선순위가 되기에 월급을 받아도 쓸 돈이 없으니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거다.
근데 일본은 아무 걱정할 게 없다. 1억 2천만 이상의 탄탄한 내수경제와 과거 해외투자로 배당과 이자로만 해도 한해 200조 원 넘는 돈을 번다. 최근 일본경제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기업들의 국내투자도 일부 시작했으며 부동산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선진국의 정의는 각 기구나 평가하는 업체에 따라 다 제각각이다. 북유럽의 작은 국가들은 복지나, 소득 수준은 높으나 인구 및 경제규모가 작아 세계에 큰 영향력 안 끼치기에 대체로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력이 어느 정도 커야 국방력도 커지니 그렇다.
돈만 많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중국을 보자. GDP는 세계 2위나, 1인당 GDP가 낮아 선진국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사우디도 석유나 지하자원이 풍부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중동부자들은 클라스자체가 다르다. 축구 구단도 그냥 사버리지 않나. 근데 우리는 사우디나 중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위는 권위 있는 8개 국제기구에서 선정한 22개국 선진국 표다.
우리는 이제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는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이젠 우리나라도 기존 소비에서 새로운 소비계층이 자리 잡았다. 소확행이나, 소유가 아닌 공유를 중시하며, 1인가구의 비중이 높은 새로운 계층이다.
유교에서는 사농공상과 함께 근검절약 정신 올바른 경제사상이라고 여겼다. 절약은 미덕이지만 온 국민이 절약만 한다고 하면? 예를 들어 호텔에 더 이상 사람들이 가지 않고, 외식도 하지 않는다면? 호텔도 망하고 가게도 망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부동산 가격은 사실 전문가들도 모르고, 그냥 예측만 할 뿐이다. 경제활성화 대책에는 정답은 없지만 현 상황에 대한 문제는 보인다. 저출산, 초고령화시대, 시장에 돈이 안도는 불황에 고물가 스테그플레이션.
대한민국은 지금 일본보다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더 이상 일본에게 무시당하는 나라가 아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인터뷰 한번 하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게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 인구감소 사회 이미 경험한 국가이기에 이를 반면교사삼아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거품을 서서히 제거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단기적인 국가성장을 위한 부채증가보다는 국민들의 효용, 하위계층의 소득을 고려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게 경제적 위축을 막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라고 여긴다.
이번엔 오사카를 갈 예정이다. 일본에 직접 가서 또 보면 새로운 게 떠오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