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되고 있는 갓생에 대한 소고
’월 천만 원 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지금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 모르나 sns나 인터넷에만 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월 천만 원의 진실과 열심히 사는 인생을 뜻하는 갓생이 변질되는 과정에 대해 돌아보려 한다.
일년 전 욜로가 사그라들고 이제는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갓생은 모범적이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사는 인생을 말한다. 새벽 다섯 시에 미라클모닝을 하고,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난 뒤에 비로소 출근을 하고 퇴근 후 또 자기 계발을 한다. 삶이 팍팍해지니 자연스럽게 본인을 계발해서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아주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삶이다. 꼭 본인의 역량을 계발하는 행위뿐 아니라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삶도 모두 포함이다. 지금을 희생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본질적인 결론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 삶과 꾸준함이 이어질 때에는 더없이 값진 결과물이 나오고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단언컨대 말할 수 있다.
근데 이 갓생이 점점 변질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월 천만 원‘이라는 이름아래 보다 쉽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갓생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걸 믿고 따르는 네티즌들도 많아져 시간이 흘러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질까 우려된다.
도대체 월 천만 원을 이들은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는 건가. 아니, 실제로 본인이 자칭하는 효율(?)적인 노력으로 진짜 월 천만 원이 통장으로 입금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나는 그 수많은 광고 속 대다수는 아니라고 본다.
이 글을 읽는 대학생이나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이가 혹시 있다면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월 천만 원을 버는 것은 가능은 하나 현실적으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임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새로 차린 자영업이 줄을 서서 대박이 나거나(물론 매출이 아닌 순이익계산도 필요함) 대기업 임원, 전문직 정도? 딱 그 정도다. 월 천만 원은 약 8천 달러다. 태평양 건너 천조국미국에서도 월 이 정도 받는 직업은 흔하지 않다.
‘누구나 따라 하는 월 천만 원 버는 법’ 이런 영상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의문점 첫째, 만약 진짜 월 천만 원을 그들이 번다면 그 방법을 불특정다수에게 굳이 알려주는 이유가 있을까? 본인만 그 노하우로 알아서 이천만 원, 삼천만 원 계속 벌면 된다. 그 이유는 하나다.
왜냐하면 그들은 조회수를 높이고 이름을 알려 강의나지식을 팔아 그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더 많은 어그로를 끌고 얕은 지식의 전자책을 내고 원론적인 말들로 포장해 방송을 찍는다. 대체로 본인의 본업보다 지식창업에 대한 수입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으며, 진짜 본업은 높은 확률로 부나 명예와는 거리가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안 나오거나 꾸며낸 경우도 난 실제로 봤다.
둘째, 지속가능한 수입(월급이나 배당수익 등)을 무시하고 떡상을 권유한다. 이들은 본인의 조회수나 구독자 떡상 경험 때문인지 인생한방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나 배당수익과 같이 꾸준히 들어오는 배당금, 연금 등을 무시하고 로또 같은 일확천금을 늘 이야기한다. 그것의 고유명사가 바로 ‘월 천’이다.
이 세상 모든 가짜들은 잠깐 반짝이고 금세 사라진다. TV를 보자. 하루가 다르게 또 새로운 이들이 나온다. 꾸준히 인기를 얻은 연예인은 드물기에 그들이 존경받고 대단한 거다. 꾸준한 시간이 주는 복리의 힘을 모른 채, 잠깐의 인기와 소득이 앞으로 계속될 것만 같은 허상에 빠져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꾸준함’ 임을 모른다.
셋째,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이들은 주로 오랜 꾸준함을 통해 결과가 주어지는 일들 가령, 전문직 시험이나
자신만의 통찰이나 능력으로 엮어낸 양질의 콘텐츠나 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으로 대중을 꼬드긴다. 블로그 수익화라던가, 스마트스토어, SNS마케팅, 온라인으로 조금만 정보를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게 양질의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진입장벽 자체만 봤을 때 쉽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건 지속가능성 또한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긴 시간과 노력의 끝에 달성할 수 있는 무언가는 늘 소수만 도전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쉬운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게 온 만큼 쉽게 사라진다. 나만의 것이 아닐뿐더러 조금만 변형이 돼도 쉽게 풀어내지 못한다.
넷째, 이들의 타겟팅은 주로 젊은 세대 2030이다.
40대부터는 한 집안의 가장일 확률이 높고, 오랜 경험과 본인만의 인생의 연륜, 인사이트가 풍부하므로 이에 쉽게 휘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에게는 돈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뼈저리게 다가올 때인 만큼 그들을 현혹해서 강의를 만들고, 주식이나 갖가지 돈되는 정보를 끌어모아 그들의 돈을 빼앗는 시스템을 만든다. 주로 홍보할 때 이들은 본인의 겉모습에 치중하는데 화려한 차나 집, 액세서리, 여행 가는 삶 등으로 본인만 따라오면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나, 월 수익은 절대 100% 정확히 까지 않는다. 아주 극 소수만 제외하고 진짜 부자는 사실 없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누구나 월 천 벌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하시면 됩니다’ 등의 자극적인 광고멘트로 우리를 현혹시킨다. 그러면 거기에 분명히 걸려드는 누군가의 댓글이나 반응만 캡처를 하고, 진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나 욕은 전면 차단을 한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성공한 이들이 있다. 위의 예시가 아니라 정직한 방법으로 훌륭한 인사이트를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경제적 자유를 일궈낸 사람이 존재한다. 이들은 타이밍이나 운도 좋았고, 그 시장에서 본인만의 차별점이 분명 있었겠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건 이런 일부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다 좋다, 하지만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하나는 오늘도 성실히 일하는 근로자나 자영업자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을 욕하거나 비난하지는 말자는 거다. 노동으로 버는 자본의 중요성이 외면받는 요즘이나 본연의 가치로만 따졌을 때 가장 정직한 방법이 아닐까.
이들이 아직 있기에 우리 사회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게 비로소 고무적이다.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에게는 진짜 ‘갓생’이 뭔지 스스로한테 자문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우리는 도파민과 자극 속에서 진실에 회피해서는 안된다. 진실에 맞서지 않는 그들의 아집이 그들의 삶과 우리 사회를 망가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