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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an 19. 2024

평범함이 백만 뷰를 만들다

누적조회수 백만 뷰달성에 대한 소회

새벽에 일어나 브런치를 보니, 백만 뷰가 넘어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만 뷰다. 잘난 것 하나 없는 나의 글을 백만 번이나 클릭해 주셨다는 거다. 물론 같은 사람일 수도 있으나 내 계정에 백만 번 타인이 들어온 사실은 확실하므로 오늘은 이를 스스로 자축해보려 한다.

아주 감사하게도 글을 쓸 때마다 자주 다음 메인이나 브런치 상단에 내 글을 띄워주셨다. 지금에서야 밝히는 건데, 아직도 누가 내 글을 띄워주시는지 모른다.

다음 포털 관계자인지, 브런치 담당자인지 모르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니 트래픽 측면에서만 봤을 때 내 목표가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었다.

누구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학벌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원래 꿈이 작가도 아니다. 이런 내가 그들 대비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딱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공감’이다. 그냥 평범한 사람에게 오늘 일어날 수 있는 일과 그에 대한 생각들. 지하철 옆칸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남자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소시민적인 소회, 조금이라도 더 잘살아보겠다고, 흙수저 탈출해 보겠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사람들이 공감해 주었기에 가능했지 않나 싶다.

책을 쓰게 된 것도, 브런치 메인에 자주 걸린 것도 모두동일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럼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퇴근하면 기진맥진 피곤해 죽을 지경인데, 새벽에 일어나면 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전에 잠도 잘 안 오는데 나는 왜 글까지 쓰는 걸까? 그것도 거의 매일. 브런치를 한지 일 년 이 개월 정도 됐고, 글을 이백 몇 개 올렸으니 정말 못해도 이틀에 한 번은 올린 셈이다.

글을 쓰는 데 이유를 붙이자면 당장 열개 넘게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언가 기록을 해야 이 평범한 삶에서 단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이순신을 나라를 지킨 위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난중일기처럼 본인이 전쟁 속에서 늘 무언가를 적고, 그의 주변 사람이 이순신에 대해 기록한 것들이 시대를 넘어 후손들에게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순신 말고도 그 주위의 충신 중에 이순신보다 더 애국심과 희생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한 장군들이 없었을까? 분명 많았을 것이다. 근데 우리는 이순신밖에 모른다. 왜냐. 그들은 글로 기록되지 않았거든.

콜럼버스도 마찬가지다. 신대륙을 콜럼버스가 발견했다고? 인도인줄 알고 처음 항해에서 발견했던 미국과 중남미가 모두 콜럼버스가 개척한 땅이라고?

콜럼버스보다 훨씬 전부터 캐나다 원주민들은 미국을 들락날락 거리며 포획활동을 즐겼다. 다만 콜럼버스 때 아메리카 대륙이 기록되면서 더 많이 후손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래서 나도 글을 쓴다. 평범한 사람은 기록하지 않으면 계속 평범하게 살다가 그렇게 죽는다.

영화에 비유해 보자. 평범한 사람은 영원히 엑스트라로 남지만, 꾸준히 기록하면 주연의 자리를 꿰찬다 믿는다. 평범한 인생이 기록되는 한,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사실 삶이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엑스트라의 삶이 주연의 삶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값질 수 있다. 다 각자의 삶에 고유한 희생과 본연의 가치가 있다. 아버지세대의 헌신과 노력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지만, 지금 2030의 취업난이나 양극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듯, 그들의 노력 또한 절대 헛되지 않다. 인생은 상대적이고 글도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고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그냥 쓰는 자체가 깊은 사고를 요하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깊은 사고를 하면서 뇌의 확장이 일어나고, 타인에게 내 생각을 말이나 글로 쉽게 설명하는 것. 이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일의 근간이 된다고 믿는다. 억지로 잘 쓰려하지 않아도 된다. 잘 써서 작가가 아니라 그냥 써서 작가다.


우리 대부분의 삶은 실패한 채로 끝난다. 본인의 내면을 닦으며 꾸준히 쓰는 것은 이 험한 인생에서 실패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만드는 일이라 여긴다.

당연히 누구나 쓰기 싫다. 능동적으로 계속 생각해야 하고 무엇보다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그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할 때 자연스레 따라온다.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도 어차피 안 쓴다. 쓰라고 백번말해도 안 쓴다. 이연복 같은 유명 셰프가 본인의 비밀 레시피를 예능프로그램에서 상세히 알려주어도 안 망하는 이유가 뭘까. 알려줘도 어차피 사람들은 실행을 안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냥 쓰기만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왔듯, 그냥 우리는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럼 상위 5%다.


제 글을 봐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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