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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27. 2024

처음인데 어떻게 해요?

나만의 처음을 갖는 일

처음에 대한 설렘은 누구나 있다. 첫 연애, 첫 키스, 첫 여행, 첫 등교, 첫 입사••••••. 처음이라는 단어는 이토록 우리를 황홀하게 하고 와닿는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첫 수영할 때가 떠오른다. 어릴 때 아빠와 물놀이를 하다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던 나는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그리고 전역 후 23살, 1월 1일. 1월 2일부터 학교 내 수영장이 초급반 개강을 했고 그때 새벽에 난 잠을 자지 못했다. 왜 이게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렇게나 사소하지만, 그땐 첫 수영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지금은 그때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고, 접배평자 네 가지 영법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가끔씩 그때가 종종 생각이 난다.

대학교 첫 수업도, 첫 연애도, 첫 해외여행도, 첫 출간 그때 가졌던 그 설렘은 지금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큰 활력이 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 다른 처음을 계속 맞닥뜨리게 된다. 이처럼, 인생은 무수한 처음을 쌓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처음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내 경험을 예시로 들자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초등학교입학, 중학교입학, 여행, 연애 등 누구나 하는 당연한 처음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책출간처럼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각자의 처음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이 둘의 공통점은 살아가며 누구나 일정 횟수 이상의 처음이라는 경험을 갖는다는 것이다.

처음을 더 많이 갖는다는 것은 더 도전하면 되는 것이기에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우리는 이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단순히 초심을 잃지 말자는 개념이 아니라, 이 초심을 나만의 방식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어떤가?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탑재된 전자제품이 출시되고, 주가의 등락으로기업의 가치가 변하며, 잘 나가던 연예인과 운동선수도 한순간에 몰락하는 시대다. 나만의 처음을 유지해야만이 같은 보통사람들 속에서 보통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있다. 근데 우리 사회는 그걸 알면서도 가짜를 자꾸 보여준다. 우리는 그걸 간파할 수 있는 통찰과 혜안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어떤 중학생이 있다고 하면 이 학생은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 꿈을 지원해 달라고 부모님을 설득할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사회가 정한 그림으로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지금 당장 예고 준비반 학원에 등록해 그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예고에 입학하고, 예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명문 예대를 간다. 거기서 눈에 띄는 공모나 대회에 참가해서 상 타고 유명해지는 것. 그게 전부인 줄 알고 하나의 틀에 학생을 가둬버린다. 내가 자녀가 생긴다면 절대 그렇게 교육을 시키진 않을 것 같다.

이걸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나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롤모델을 찾아가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의 한 장르를 그냥 그려보고. 그게 정답이 아닌 길이라도 나만의 처음을 만들어 가다 보면 진짜 길이 생긴다. 그걸 어른들은 모른다.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자. 커피를 배우고 싶은데 커피로 유명한 과테말라를 가서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마음이 들었다. 근데 부모님은 분명 말릴 것이다. 너는 스페인어도 못하고, 거기는 치안도 위험한데 왜 가냐. 커피학원이나 다녀서 바리스타 2급 자격증부터 따고 나중에 돈 모아서 카페나 차리라는 그런 맹목적이고 원론적인 답만 내놓는다. 그게 정답인 것 마냥.

근데 내가 과테말라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실제로 생활 스페인어를 공부해 비행기표를 끊어 직접 가서 먹어보고, 조사를 해보고 한국에 돌아왔다면 어떻게 미래가 달라질까? 그냥 바리스타 2급 자격증 딴 사람보다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그때의 황홀했던 설렘과 열정으로 과테말라 커피를 주구장창 파서 과테말라 로스팅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면 등단준비를 할 게 아니라 브런치 작가신청을 해보고, 음악을 좋아하면 명문 음대, 외국 유학을 생각할 게 아니라 내 작업물을 어디에 올려보는 것이 진짜 본인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래퍼 빈지노도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신의 작업물을 올리면서 처음 이름을 알렸지 않나. 눈 밝은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슈프림팀 쌈디가 바로 연락해서 작업을함께 했다.

보석을 좋아했던 내 지인은 보석을 너무 좋아해 보석만 파다가 종로에 금은방 체인점을 차려 대박이 났고, 맥주를 좋아했던 내 친구도 아일랜드, 체코에 직접 여행을 가 맥주를 마셔보고 그때의 경험으로 스펙도 없는데 글로벌 맥주회사에 한 번에 취업했다.


우리는 나만의 방식으로 독창적인 처음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정석의 길이 아니라, 내 마음 속 내면의 울림의 길이다. 그게 남들이 우러러보는 ‘인정받고 안정적인 직장’ 보다 훨씬 값진 인생임을 하루라도 이른 나이에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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