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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26. 2024

청년들이 먹고살기 힘든 이유

청년 정책으로 보는 2030의 삶에 대하여

뉴스만 보면 늘 청년, 청년이다. 정부는 청년을 위한답시고 청년도약계좌, 청년주택드림통장 등 청년을 위한정책이나 금융상품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언론은 이를 부풀린다. 이를 보고 중장년층들은 왜 청년들만 지원하냐며,  청년만 사람이냐고 외침과 동시에 그들에겐 또 다른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한다. 청년정책에 양극화된 이 세대갈등은 단시간에 좁혀지지 않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청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청년도약계좌만 봐도 그렇다. 정부지원금을 더해 5년간 오천만 원을 만들어준다는 달콤한 명목아래 숨어있는 함정들이 보인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 동안 묶이는 돈이다. 청년에게는 결혼, 전세자금, 주택구입, 학업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는데 매달 70만 원을 5년 동안 불입하는 것은 우리나라 청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대학가 월세 원룸이 60만 원 하는 시대다. 여기서 말하는청년들이 19세부터 34살까진데 대기업, 전문직을 제외하고 어디서 돈이 생겨서 5년간 그만큼 돈을 넣을 수있을까?


청년희망적금 만기

청년 적금이 드디어 오늘 만기 되었다. 만기 되어 도약계좌로 갈아타면 그동안의 18개월을 납입한 걸로 인정해주겠다고도 한다. 그럼 18개월 동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총 7년이 넘는 돈이 묶이는 셈이다. 이득도 크지 않은데 누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청년상품을 가입할까 의문이다. 계산해 보니 정부기여금을 5년간 최대치로 받기 위해서는 5년간 최저임금만 받고 살아야 한다. 5년간 청년들은 자기 계발을 해 내 몸값을 높여야 하는데 5년 동안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있을지 과연 의문이다. 최저시급 인력을 양성하자는 논리인가 의심스럽다. 하나 다행인 것은 돈을 적게 벌고자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실업급여와 같은 모럴해저드는 그나마 방지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기간과 금액으로는 사실상 매월 70만 원으로 나스닥이나 S&P500을 사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에 국민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사실 고위급 자리의 최종 결정권자들, TV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하는 청년에 대한 얘기들은 사실 큰 공감이 가지 않는다. 좋은 거 먹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 살면서 어떻게 우리의 삶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다음은 최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택드림통장에 대해 알아보자. 이 통장을 일 년간 일정금액 이상으로 납입하면 2.2% 저금리에 주택담보대출이 80%까지 가능하다. 근데 하나 조건이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고 무엇보다 집값의 한도가 6억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6억 이하의 집은 서울에 웬만해선 없다. 서울 청년들은 저금리로 대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정책이다. 만약 있다한들, 지금 저렇게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것은 청년들에게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자수쇼가 높을 때 오르는 것이 아니라, 투기수요가 높을 때 오른다. 2021년 같은 무지성 상승은 더 이상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 정부도 당연히 집값이 떨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저금리로 청년들에게 대출을 해주어 주택구입을 권하지만, 사실 집은 내가 여유가 될 때 사는 게 맞다. 평생을 대출 갚느라 허덕이냐 마냐 신중하고 엄청 중요한 선택지라는 거다.


청년수당처럼 물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상품들도 있다. 나도 힘든 취업준비 기간에 이 청년수당으로 큰 보탬이 되었고, 그때 바랬던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돌아본다. 자산을 불려주고 양질의 일자리를 알선해 취업률을 높이는 것. 혼자 경제적 독립을 일구도록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회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게 아니다. 이런 정책 아래 대한민국 사회가 청년에게 암묵적으로 바라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목표한 바를 이뤄야 하고, 무언가를 쟁취해야 한다는 맹목적 기대와 시선들. 돈을 쥐어주고 ‘오늘도 힘내! 내일도 힘내!’ 끝까지 달려가보라는 이 사회의 메시지는 사실 큰 힘이 나지 않는다.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에서 청년정책을 등에 업고 ‘실패해도 다시 가보자’라는 진솔한 메시지를 우린 원한다.


우리는 나이에 맞는 가치를 늘 억압받아왔고 지금 거기에 지쳐있다. 본인의 가치관대로 살아가는 MZ세대라지만 정답을 정해놓고 사는 사회적 시선을 온전히 무시하기는 힘들다. 대기업에 가는 것보다 다른 걸 자꾸 하고 싶은 청년에게 이 사회는 그런 거 집어치우고 빨리 경쟁에서 이겨 대기업에 가라고 부추긴다. 한 달 학원비를 200만 원, 300만 원을 쓰면서까지 19살에게 의대를 가라고 부추긴다. 의대증원도 하는 마당에 지금 같은 기회는 없다고 한다. 요즘은 초등학교 단과 학원에 의대반이 신설됐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하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라고 끌어내리는 사회. 이런데 청년들은 어떻게 나만의 개성과 꿈을 키우고, 진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만의 강한 내면이다. 다른 걸 다 뺏겨도, 사회가 강요하는 무언가를 늘 하면서도 딱 하나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을 나만의 내면. 그것이 꿈이 됐든, 가치관이 됐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됐든 꼭 지켜내야만 한다. 그 코어(core)를 잊지 않고, 내면에 기반해 내시간을 조금씩 채워가다 보면 조금씩 원하는 것을 하는 날의 비중이 기필코 늘어날 거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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