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재테크에 대한 소고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 지난 순간을 돌이켜보면 매 순간 그래왔다. 아무리 좋은 순간들도 기록 없이는 모두 다 사라졌다. 근데 우연하게나마 기록한 날은 더 선명히 오랫동안 남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어제 읽은 책이 아무리 감명 깊었다 할지라도, 지금 모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이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펜을 들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뭐라도 남기려 애쓴다. 나는 내 뇌를 신뢰하지 않는다.
근데 마음먹고 ‘자, 이제 기록해야지!’라고 하면 무엇을기록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있다. 다이어리를 앞에 두고 한 시간을 고민해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특정정해진 순간에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책을 50페이지 정도 읽으면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을 압축해서 메모장에 적는다. 길게도 아니고 한 두줄 정도 말 그대로 ‘압축화’한다. 그럼 내 머릿속에 그대로 남는다. 길을 가다가, 지하철을 타다가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메모장을 켠다. 길게 적을 필요도 없다. 단어 하나만 적어놔도 나중에 그걸 다시 볼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떠오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거나, 책을 쓰거나, 여행계획을 세우거나, 목표를 설정할 때 기록은 이토록 생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우리가 새로 기록하게 된 것이 있다면 바로 가계부다. 매 순간 가계부로 지난 소비를 기록하고 짚어봄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계부에 집착하고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가계부는 필요한 소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구분하는 용도로만사용해야 한다.
주변에 무엇을 썼는지 모르는데 한 달에 카드값이 2백만 원, 3백만 원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늘 내가 하는 말은 하나하나 전부 기록해보라 한다. 쿠팡에서 물과 과자를 샀어도 그냥 ‘쿠팡’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세세히 항목까지 기록한다. 그래야 나중에 봐도 쉽게 파악 가능하다. 신혼 5개월 차 새 예금통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기록의 힘 덕분이다. 물론 이 모든 돈을 5개월 만에 모은 건 아니지만, 수입을 떠나 지출을 통제하는 데 있어서 기록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거다. 오로지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꼭 활용해 보길 바란다.
요즘 많은 신혼부부들이 각자 통장을 관리하고 공동생활비만 함께 모으는 경우가 있다. 정답은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모든 금액을 함께 모으는 것을 선호한다.
서로 모든 것을 오픈하기 때문에 예산 및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편리하다. 목돈 통장에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숫자의 돈이 몰려있어, 여기저기 몇 백씩 분산되어 있는 것보다 실행력이 앞선다.
한눈에 자산이 정리가 되기에 여기서 가계부를 활용하면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 ‘일 년에 얼마를 모으겠다!‘,
‘내년 이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이다!‘ ’26년까지 무엇을 하겠다!’라는 목표아래, 사소한 지출도 줄일 수 있다. 필요 없는 ott구독서비스를 줄이고, 무엇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다음으로, 기록의 힘은 본인을 통제하는 힘을 기른다. 만족지연의 큰 깨달음을 얻는다. 누군가는,
“지금 행복할래,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만족을 지연하냐‘라고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도 최근에는 생각을 바꾸고 있다. 삶이 그만큼 팍팍하기 때문이다. 천만 원 통장과, 오천만 원 통장과 일억 통장은 마음의 편안함부터 다르다. 나이가 들어 내 앞가림을 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또 가계부를 작성하며 둘이 한 번에 모으게 되면 결정권자가 증가한다. 공동으로 필요한 것들 살 때에 둘 다결정해야 살 수 있으니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각자가 사고 싶은 게 있을 때에는 각자 돈으로 사면된다. 기록은 이처럼 내 삶의 생산성뿐 아니라 재테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