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출승인이 났기 때문에 당당하게 글을 써보려 한다. 혹시라도 대출승인이 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2주간 잠을 설쳤다.
앞서 얘기한 청년버팀목 대출은 기존 버팀목 대출에서 청년전용으로 새로 나온 국가 정책이다. 금리는 기존 버팀목대출보다 0.3%~0.5%정도 더 저렴하며, 최대금리는 2.1%이다. 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최근 주담대 대출이 5%이상인 경우를 비추어볼 때, 중소기업청년대출 (금리1.2%) 다음으로 전세 대출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한도가 워낙 그동안 작았어서 서울 경기 부동산의 현 시세로 전세를 받는 데 택도 없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외면받았던 정책이다. 하지만 2022년 10월 4일, 아주 반가운 소식이 뉴스 1면을 채웠다.
청년버팀목 한도를 최대 3억보증금에 2억대출, 신혼부부는 최대 4억 보증금에 3억대출로 한도를 확대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초창기 지출이 매우 많을텐데 주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이것만한 상품이 없겠다 싶었다. 이로써 기필코 받고야 만다는 내 버팀목대출 도전기가 시작되었다.
1. 자격조건 검토 및 사전심사
회사를 지원하거나, 대출 등 무언가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내가 지원자격에 부합하는 지의 여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출의 존재를 앎에도 불구하고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주택자, 자산 3억이하, 등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소득초과로 인해 신청을 못한다. 이 대출은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세대주만 신청가능하다. 대출을 받기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자격에 부합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주택도시기금 대출 종류
현재는 23년도라 당연 22년도 원천징수를 본다고 생각하고, 난 이 대출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직 22년 원천징수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은행에서는 21년도 원천징수를 본다고 하여 난 21년 당시 1년차였기에 딱 맞게 소득이 부합했다.
은행에서 소득이 이상없다는 것을 듣고, 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4,980만원. 참 경이로운 숫자다. 버팀목 대출을 받기 위해 신이 내려주신 연봉이라 할 수 있겠다. 야근을 딱 한번만 더 했더라면 신청 못했을 금액이다.
2. 집구하기
이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아무리 대출 한도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 하락기라고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전세 3억 아파트는 정말 찾기 힘들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포기하고 직방이나 부동산에 들어가 장소를 대충 정하고 빌라를 알아보기로 했다. 신혼인데 뭐 작게 시작하면 어떤가? 내 스스로 떳떳하면 된다.
2주에 걸쳐서 빌라를 알아봤다. 마침 사촌동생이 대학교를 휴학하고 부동산 일을 잠깐 하고 있어서, 도움을 청해 함께 신림 쪽 한번 약수 쪽 한번 방을 총 5~6개 정도 보았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전세 3억으로 그래도 넓은 투룸정도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피스텔의 경우 진짜 코딱지 만한 방 2개, 1.5룸밖에 구하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오피스텔은 크기며 위치며 비슷했고 빌라는 오피스텔보다는 넓었지만 깔끔하지 않았고 둘의 장단점이 뚜렷했다. 계속 집을 보러다니고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사촌동생에게도 미안했기에 마지막 한 군데만 더 보고 결정하자! 고 한 뒤, 최후의 날을 잡았다.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 여기 살기로 사촌동생과 약속했다.
실망감을 가득 안고, 집에 도착해서 씻고 인터넷을 켰다. 그 때 관악 모 아파트에 급 전세로 3억 매물이 당일에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우리 둘 직장의 위치도 적당했고, 아파트 평도 좋은 곳이었다. 옆에 산도 있고 산책길이 잘 되어있어 자연을 좋아하는 내겐 안성맞춤이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와 집을 보러갔고, 집 주인분은 날짜를 맞춰주는 조건으로 이렇게 싸게 집을 내놓으셨다고 했다. 전세대출, 보증보험 포함 근저당도 모두 말소하는 조건으로 안전한 매물이었다.
앞서 새해 다짐 글에서 잠시 얘기했던 것처럼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는 꼭 명심하고 배워야 할 자세가 있다.바로 생각을 오래 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을 오래 하면 내 결정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어 부정적인 결정을 할 확률이 높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난 바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거보다 좋은 조건은 앞으로 없다고 확신했다. 공인중개사 분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5% 계약금 1,500만원을 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부모의 아무런 도움없이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살다니! 모든 것이 여기까지는 꿈만 같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른채.
3. 은행 심사받기(+서류)
회사 반차를 내고 관련 서류를 모두 준비해간 뒤 은행에 갔다. 아무 은행이나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버팀목대출을 취급하는 5군데 중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A은행에 갔다.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고 서류작성을 하고 있는데 은행원분께서 갑자기 21년 소득으로는 심사할 수가 없다고 했다. 22년 원천징수영수증이 안나와서 어쩔 수 없이 21년을 보는 건 맞지만, 21년 1월 1일이 아닌 1월 4일에 입사했기에 1년치 온전한 소득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월1일이 공휴일이고, 2일,3일은 토,일요일인데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1월을 제외하고 나누기 11을 해서 다시 *12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여쭤봤더니(이렇게 계산하면 5,000만원 이하가 여전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안되고 21년 원천징수는 끝났으니, 22년 급여명세서를 들고 오라는 것이었다. 22년도 급여는 소득이 한참 초과되기 때문에 버팀목 대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렇게 난 A은행과 작별했다.
두 번째, B은행에 갔다. B은행에서는 자리에 앉아마자 1분정도 서류를 검토하더니 아예 21년 소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22년 소득이 이미 12월까지 다 나왔기 때문에 22년 갑종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이 나오기 전 1년급여가 다 나오는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B은행과도 작별했다.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다.
세 번째, C은행에 갔다. 일단 다행인 것은 내가 간 봉천동이 은행이 다 붙어있어 반차의 짧은 시간안에 여러 군데의 은행을 한번에 방문할 수 있어 좋았다. C은행은 아주 상냥하게 승인을 해주시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21년 원천징수영수증과 최근 3개월 급여내역서도 같이 지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3개월 급여내역서가 포함된다면 당연히 소득을 초과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렇게 C은행에서도 아무런 성과없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초반에 미리 말해줬더라면 얼른 포기하고 다른 은행을 갔을텐데 마지막에 말씀해주셔서 소중한 시간만 날린 꼴이었다. 은행은 3시 반에 문을 닫기 때문에 반차를 써도 얼른 업무를 봐야했다.
네 번째, D은행에 갔다. D은행은 2년 전 취업 준비 시절, 최종면접에 낙방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D은행 직원분은 유일하게 남자분이셨는데, 승인을 해 주신다고 했다. 이 모든 힘듦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너무 고마워서 신용카드를 만들어 드리려고 하는 찰나, 잔금지급일이 촉박하다고 거절당했다. 보통 3일이면 된다는 대출 후기를 몇번이나 읽고 갔는데 영업일이 13일이나 남았는데 촉박하다고 안해주신다고 했다. 봉천동에 있는 D은행이 하나밖에 없어 대출이 몰린다고 하셨다. 설날 연휴도 끼어있기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사과하셨다. 너무 황당하고 슬펐지만 직원분이 안된다고 하시는 데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섯 번째, 진짜 마지막으로 나는 E은행에 방문했다. E은행 직원분은 21년 소득으로도 가능하고, 1월4일부터 시작했어도 1년 만근으로 인정을 해주었으며, 영업일이 13일 남은 것도 시간이 충분하기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끝내 날 받아주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신용카드도 만들어 드리고, 오히려 고맙다고 작은 선물도 주셨다. 오늘부터 내 주거래 은행은 E은행이다.
4. E-기금 든든 신청
은행에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나면, E-기금 든든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대출을 따로 신청해야한다.
가게 될 집주소를 입력하고 인적사항, 대출신청금액 등을 입력하면 단계에 맞게 심사를 한다. 은행에서 모두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들어가서 신청을 하면 하루만에 심사가 다 끝나고 카카오톡으로 알림이 오니, 직접하는 게 훨씬 빠르고 좋다. 은행가기 전 미리 신청해도 되고, 나처럼 은행에 서류를 다 제출하고 신청해도 된다.
사후 자산심사까지 끝나면 모든 것이 완료된다. 이제 대출 일자 하루 전 은행에서 전화가 오고, 대출 입금 시간 및 인지세, 보증료 수수료(15만원 정도) 만 부담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처럼, 청년 버팀목 대출은 사회초년생에게는 단비와 같은 정책이다. 근 한달 간의 뉴스를 보자. 고금리에 영끌족이 힘들어한다는 소식이 참 많다. 우리 회사에 형 한 분은 작년에 집을 구매했는데, 원리금을 포함한 대출이자를 한달에 600만원씩 내고 있다고 했다. 600만원을 낼 수 있다는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부담의 직격타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무섭기도 했다. 내 돈이 아닌데 빌린 돈을 내 돈처럼 여기고 과한 투자, 지출을 하게 되면 뼈저리게 고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늘 분수에 맞게 살아야한다.
낮은 금리 뿐만 아니라 이 상품의 또 다른 큰 장점으로는 그 사이 집을 매수하지 않는다면 최대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집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목적물도 그 사이 변경이 가능하다. 결혼이나 추후 인생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나는 부동산하락기+대출한도확대+소득제한 타이밍을 가장 잘 누릴 수 있었던 최대 수혜자이다. 고마운 이 정책 덕에 보란듯이 잘 살아야겠다.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고, 대출상품 이름 그대로 주거안정의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 상품을 꼭 추천하고 싶다. 자격이 되는 청년들은 꼭 신청해서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