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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25. 2024

내가 불행을 이기는 세 가지 방법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살다 보면 행복한 순간들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념일이라던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생일날, 준비해 온 목표에 도달했다거나, 운이 좋아 뜻하지 않은 이득이 있다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졌다거나, 바쁜 와중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 여행을 갔다거나, 이외 모든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는지 불안할 만큼 행복한 나날들.

거창하지 않아도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사우나를 하고 난 뒤의 개운함, 맛있는 걸 먹을 때, 누군가에게 설렘을 느끼거나, 편안하게 잠자리를 들 때.

대개 행복은 어떤 종류든 오면 그저 오래도록 즐기고 만끽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인생에서 큰 아픔이나 좌절이 오는 순간이 있다. 이 때는 그 불행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는 각자 본인만의 스킬과 단단한 내면이 필요하다. 근데 중요한 건 본인만의 노하우가 설령 있다한들, 여전히 흔들리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아픔과 좌절이 갑자기 찾아올 때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냥 갑자기. 이럴 때 사람은 말 그대로 멘탈이 나간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네다섯 번 정도 경험한 듯하다. 그런 순간이 올 때는 울기도 하고, 벤치에 혼자 앉아 내 삶을 한없이 자책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미래의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혹은반대로 극단적으로 치우쳐버린 내 인생을 걱정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특히 부모를 잃은 슬픔의 일주일 밤낮은 마치 공황을 닮은 듯했다. 밥을 하루종일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누구나 시련은 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실 고통이고, 행복은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한 사람의 인생을 생애주기로 보면 대략 90%가 고통이라면, 행복은 고작 10%인 셈이다. 불교에서 늘 인생은 고통이라고 강조하는 게 그것이다. 그 10%의 행복을 위해 늘 인내하며 살아가는 자산성 행복을 가진 사람도 있고, 순간순간에서 작은 행복을 소비하는 현금성행복을 가진 사람으로 나뉠 뿐. 결국은 이 시련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앞으로의 내 모든 삶을 결정한다.

불행과 시련을 경험한 자의 기준치는 각각 다르다. 각자의 경험치, 사고관, 관념 모든 게 다르기에 어쩌면 하나의 불행을 누군가는 쉽게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아 오랫동안 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 기준치 자체를 높이는 걸 우린 성장이라고 부른다. 근데 참 모순적인 것은 앞으로 살아가며 무수한 불행과 시련에 맞닥뜨릴 텐데 이 경험치가 쌓인다 해서 우리가 불행에 매 순간 적응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럼 우리는 불행에 어떻게 맞서는 게 좋을까?


내가 불행에 맞서는 방법은 먼저 내가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대로 짊어지는 것이다. 대개 사람은 간사하고 이기적이라 불행을 겪으면 그 불행의 인과관계를 따지며 책임소재를 묻는다. 그 책임소재를 물을 그럴싸한 대상을 찾고, 그 대상에게 불행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나서야 내 탓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을 찾는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못나서, 내 잘못으로 이런 불행이 닥쳤다는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헤어 나오질 못하거든.

근데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책임소재를 묻는 대상이 이 불행을 해결해주지도 않을뿐더러이는 스스로 자기 위안을 삼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결국은 내가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 그러면 그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분명 있다. 벌어진 일은 내가 가진 능력과 환경 내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면 그뿐이다. 했는데 안되면? 그럼 말고. 그리고는 지나가게 내버려두면 된다. 사람들이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는 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그 약을 한 달만 먹어도 지금 내 모습이 한 달 전과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내가 짊어지고, 배우면서 해결하고, 지나가게 내버려둔다. 이 삼박자는 공식이다. 모든 불행을 가장 건강하게 맞서는 방법이다.


다음은 사랑하는 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늘 누군가와 함께 해도 외로운 게 사람이다. 근데 혼자 이 불행을 덤덤히 이겨내기란 사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 수 있다. 그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세상이 날 져버리는 그 순간에도 이 사람들 만큼은 내 옆에 있어주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 한편이 편안해진다. 실제로 그렇다. 내 사람은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내 옆에 끝까지 계속 있는다. 혼자보다 여럿은 힘이 세다. 어차피 시련과 불행은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도 죽지 않을 만큼만 오기 때문에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이겨낼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고, 배워온 걸 생각하면 된다. 힘든 순간이 올 때 열위비교는 근본적으로 옳은 방향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마인드 컨트롤에는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안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어떻게 내가 지금 누리는 것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지나온 날들을 살펴보면 된다. 얼마나 많이 배웠고, 내가 그 험했던 길을 지금까지 잘 걸어왔는가. 잠시 쉬어간다고, 잠시 뒤돌아 간다고 지나온 길이 사라지거나 부정당하지 않는다. 그러면 매일매일이 행복이다. 아침에 일어난 것에 행복하고, 밥 먹는 순간에도 행복하고, 일하는 순간에도 행복하다. 조금 슬픈 날엔 보통보다 덜 행복한 것뿐.


좋은 날은 무조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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