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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06. 2024

왜 거기에 돈을 써?

라고 하면 그게 기회다.

빠니보틀이 유퀴즈에 나왔다. 빠니보틀은 처음부터 유튜버를 결심한 건 아니었다. 33살 때 보일러회사 인턴에 합격했다. 점심을 혼자 먹거나, 와이셔츠를 빼입으면 안 된다는 보수적인 문화에 적응을 못했다. 그래서 누구나 다 된다는 정규직전환에 실패하는 시련을 겪는다. 이때 전재산이 2천만 원 정도였고, 과감히 좋아하는 여행 유투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도 유튜브는 여전히 레드오션이었지만, 과감히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들어 결론적으로 지금의 빠니보틀이 만들어진 것.

주변에 빠니보틀과 똑같이 산 한 형이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형은 부모지원 없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약 백만 원의 돈으로 미국에서 생활해야 했다. 심지어 인턴도 무급이었다. 물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캘리포니아에서 500불 미만 방한칸을 구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미국에서 방 구하는 대표 사이트 craiglist에 지금 들어가 봐도 방 한 칸이 최소  1,400불이다. 심지어 방금 접속해 20분간 찾은 LA에 제일 싼 방한칸 금액이다.

2개월간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며 형은 컨디션 괜찮은 한 달 500불짜리 방을 기적처럼 구했다. 한국인이었던 집주인이 형의 사정을 듣고는 아량을 베푼 것이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은 40만 원으로 미국에서 어떻게 1년 넘게 살 수 있을까.

여행은 절대 못 다니고, 밥도 거의 바나나로 때우고, 커피는 사치였다. 주변에서는 모두 행복하려고 왔던 미국인데, 왜 저렇게까지 해서 사서 고생을 하냐고 안타깝게 여겼다.

근데 딱 하나 달랐던 점이 있다. 형은 그 없는 돈을 모으고 모아, 본인이 좋아하는 보컬레슨을 받으려 다녔다. 30분에 150불 가까이하는 본인 형편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면서까지 LA에 가장 유명한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다. 밤이면 밤마다 형은 노래연습을 했다. 난 당시 그걸 취미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형에게는 그게 레슨 숙제였고, 진심이었으며 그게 행복이었다.

형과 어제 만나 커피 한잔 하며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지금 밥 먹을 돈도 없는데 어떻게 그걸 할 수 있었냐고. 형은 말했다. 좋아하니까.

이게 다다. 그때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형은 말했다. 형은 지금 서울 강남에서 가장 유명한 보컬 트레이너다.


빠니와 형의 공통점은 뭘까.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과감히 돈을 쓴 것이다. 좋아하는 걸 아직 못 찾은 모두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방법은 너무 간단하다.


“내가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봐라”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야 본연의 만족이 뒤따라온다. 본연의 행복이라는 건 행복의 가치를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찾는 것이다.

근데 획일화된 교육 앞에 갭이어마저 청년들은 부담스럽다고 여기며 사회가 말하는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정답’만을 향해 좇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100명 중 1명 설령 있다한들, 그것만 좇도록 사회가 허락해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는 그 유혹과많은 이들의 참견 속에 나만의 신념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다.


돈은 소중하다. 특히 내 힘으로 번 돈은 더 그렇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살아남은 게 각자가 모두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버는 동기부여가 생겨 모든 분야가 어우러져 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중한 돈을 어디 쓴다는 건, 분명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게 없다 하더라도 사람인지라 자연스레 어디론가 이끌려온 부분이 분명 있다. 지금 각자 오늘의 모습도 내 과거가 만든 것이다. 남들은 의아해하는데 어느 곳에 자연스럽게 돈을 써왔던 본인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없다면 앞으로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곧 내 취향이고, 내 미래를 결정짓는 기회다. 누가 뭐라 하든 계속 꾸준히 소비하고 행하면 된다.

빠니보틀도 어쩌면 퇴직 후 2천만 원이라는 돈을 자기 계발이나, 재취업을 위한 생활비로 쓸 수 있었을 텐데,

(대부분이 퇴사 후 이렇고, 모아둔 돈이나 실업급여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을 느낀다) 본인이 좋아하는취향인 여행에 투자한 것이다.

Chat GPT, AI가 인간을 따라오지 못하는 유일한 영역이 취향이다. 본인의 의식, 가치관이 취향을 만들고 그 취향에 따라 돈을 쓰게 한다. 그걸 찾기 위해 결국은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여러분은 어디에 돈을 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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