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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21. 2024

다 비싼데 뭘 먹고사나요?

미국 연봉 100K도 무너졌다

물가가 그야말로 미쳤다. 어젯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는데 2,500원에, 저녁 한 끼 국밥이 12,000원이다. 한 끼 먹었는데 2만 원이 증발한 셈이다.

바다 건너 미국 얘기부터 하자면 여기는 지금 더 심각하다. 나는 뉴욕에 살 때 서브웨이 샌드위치 30CM를 사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세 조각으로 나눠먹은 적이있다. 당시 시급 12불 받던 인턴 때라 돈이 없었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물가가 제일 비싼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발버둥이었다. 세끼 모두 서브웨이를 먹으면 질리기 때문에 저녁은 대충 라면을 먹거나, 집에서 간장계란밥에 김치를 먹고 다음날 아침에 또 남은 한 조각을 먹었다. 그때는 내가 미국에서 가장 저소득층, 아니 그냥 빈민 수준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어떤 수준인지 잘 몰랐다. 그저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만 여겼다.


Six-figure salary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 관용표현처럼 쓰이는 단어다. 해석하자면 6자리 연봉을 일컫는데, 그 범위는 100,000달러부터 999,999달러까지를말한다. 보통 이는 10만 달러 이상 연봉을 처음 받는 사람들에게,

"와, 너 여섯 자리 연봉받는구나! 부럽다!"

라는 의미적인 숫자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연봉 1억 같은 개념이다. 실제로 연봉 10만 달러는 한화로 따졌을 때 1억 3천 정도 될 테니,  이 기준으로 삼았을 때 신입 초봉치고 연봉 100K는 천조국 미국 안에서도 꿈의 연봉이라고 불린다. 보통 명문대학교에 나와 증권사 탑티어에 들어가거나, 개발자들이 이 연봉을 받는다. 대개 100,000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미국인들은 학자금대출이나, 주택자금을 내고서도 나름 미국 내에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사실 엘에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는  IT업계나 개발자들은 100k가 뭐냐, 2억, 3억도 수두룩 빽빽이다. 맥도날드에서 패티만튀겨도 연봉 5천은 번다. 이들은 사실 미국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저소득층에 분류되어 세금도 적게 낸다.


근데 지금 세상이 바뀌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보통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에는 생산활동이 줄어들고, 생산활동 인구와 소득 수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물건을 싸게라도 팔아야 하니 물가가 오르지 않기 마련인데, 물가가 갈수록 고공행진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때부터 이런 스테그플레이션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단연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전 세계를 덮쳤다. 미국서 가볍게 패스트푸드 빅맥세트 하나 시켜도 15,000원에 세금까지 더하면 거의 2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 사실 미국이나 멕시코나 저소득층일수록 이런 패스트푸드를 가까이하게 되어 비만율이 높은데,이젠 이 패스트푸드마저도 서민이 사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란 거다. 우리나라도 여기저기서 서민물가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장을 보러 가서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7-8만 원이 넘고, 외식하기도 선뜻 겁이 날 정도다.나도 장을 보러 갈 때나, 옷 쇼핑을 할 때에도 정가 주고 도저히 살 수 없어 할인상품에만 눈길을 준다.

물가가 높아지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임금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지금이 그 상황이다. 한국 연봉 1억은 세금 다 떼면

650만 원 정도. 미국은 월 4.4K~5K 정도. 학자금 대출 내고 집값내고(미국은 전세 개념이 없어 더 빠듯함)차할부금까지 내면 현실상으로 계산은 한 한화로 200만원 남으려나?

그래서 현재 미국에서 연봉 여섯 자리를 받는 내 친구는 끝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한다. 이렇게 투잡을 해서야 그나마 월세를 내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조금의 저축이라도 하면서 겨우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은 팁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요즘은 키오스크에서 테이크아웃인데도 팁을 선택하도록 함) 사실상 외식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팁도 내가 있을 때만 해도 15% 정도만 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최소 18%~20%다.  

이렇게 양극화는 갈수록 더 심해진다. 내 친구뿐 아니라 이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이 모든 피해가 서민층이나 저소득층에만 한정된다는 것에 있다. 반면 아마존 사장을 포함한 미국 부자들은 플로리다나 텍사스에 거대 주택을 사들인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 부자라고 하면 모두 LA의 버버리 힐스나, 뉴욕 맨해튼, 샌프란시스코 등의대도시를 생각할 것이다. 근데 미국 부자들은 최근 플로리다나 텍사스로 몰리고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같은 주는 자본소득세와 수입에 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미국 부자들은 갖고 있는 돈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세금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세금을 내는 주에서 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절세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거다. 부자들은 어떻게든 더 그 돈을 지키려 하면서 그 돈으로 더 몸집을 키우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으로써 허리층즉, 중산층이 무너지는 위험한 현상에 전 세계는 직면해 있다. Lower middle class든 Upper middle class 든 중산층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다니고 돈 착실히 모아서 결혼한 사람 중, 서울에 자가가 없다면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단언컨대 스스로를 Lower middle class라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부모한테 물려받은 자가가 있으나,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면? 똑같다. 조건을 갖춘 어느 정도 삶이 중산층은 한국에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 때 돈을 찍어내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미국은 달러가 남아돌아 물가가 치솟는다. 근데 미국 밖에서는 달러가 없어 환율은 갈수록 높아진다. 추가적으로 긴축을 하고, 금리를 인상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의 시기상조는 전 세계에 혼란을 주고있다.

자, 그럼 보자. 이 상황에서 미국이 휘청이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박살 나는 거다. 대공황은 얼마든지 다시 온다. 실제 미국인 서민들의 삶, 내 주변 모든 이들의 삶을 볼 때 절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주식은 나날이 치솟고 있어서 괜찮다고? 틀린 말은아니다. 현재 수치상으로 보면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들 말한다. 미국 증시가 활황이다.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마감했고, S&P지수도 5200선을 뚫었다. 이처럼 서학개미가 미국증시에 장기적으로확신을 갖고 꾸준히 적립식 매수를 하는 이유는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논조가 박혀있기 때문이다. 워런버핏이 한 말처럼, 단일 종목이 아닌 미국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VTI, VOO, SPY만 꾸준히 사도 최소 20%를먹는다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이렇게 달러를 복사하는미국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주식은 절대 서민의 현실적인 삶 반영하지 못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한다 해도 그 소비자물가지수는 가중치의 적절성 문제나, 소비자의 대체가능성을 철저히 무시한 지수다. 예를 들어 내가 사과를 사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올라 돈이 부족해서 딸기를 샀다 치자. 이 딸기 구매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즉 이 주식랠리는 솔직히 모래성을 쌓는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그럼 왜 자꾸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 걸까. 우리나라는 자국의 생산품을 보호한답시고 시장 경쟁에 소극적이고, 대부분 독과점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자연스레 갈라파고스화되는 것이다. 고립과 과도한 시장 독점.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자유경쟁 장려하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야겠지. 말은 쉽다. 근데 정치적 이슈와 각 국가 간 이해관계, 기업의 상황 등에 따라 이는 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개선되기 위해서는 모든 합이 맞아야 한다.


이럴수록 저축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지금부터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고 우리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 이때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현대사회에서 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건 문제는 소비다. 어떤 소비가 날 행복하게 해주는 지를 기준을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그냥 무신사에서 3개에 19,900원짜리 티를 입는 대신에 맛있는 거 먹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밥은 대충 먹어도 반팔티 한 장에 10만 원이 넘는 것을 입는 것에 더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다. 다만, 그 어떤 가치든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돈을 아껴야 한다는 거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가격이 기반되지 않은 소비정체성과 취향을 먼저 확고히 해야 한다.

샤넬과 비슷한데 고작 3,000원밖에 하지 않는 아래 다이소 품절 화장품 손앤박 컬러밤을 보자.


가격이 기반되지 않고 나만의 취향이 드러난 소비라 품절이 되는 것이다. 바로 ‘가성비’. 브랜드에만 집착했다면 아직도 사람들은 명품매장에 줄만 서 있을 것이다.

물론 소비에 선택과 후회는 각자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앞에서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 명확한 기준은 딱 하나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서 앞으로의 리스크도 대비하고, 내 삶의 유희를 높이는 데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돈 모으는 것은 생각보다 별로 고통스럽지 않다. 나중에 모으고 싶은데 못 모으는 게 오히려 더 고통스럽다. 하나를 맹신하면 안 되고 늘 소신 있게 내 자산 내에서 할 수 있는 것, 도전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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