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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21. 2024

자기 방어는 어떻게 변질되었나

어떻게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친구와의 대화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자기 방어는 필수적이다. 늘 어릴 적부터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면서 살아라고 우리는 교육받아왔지만 실생활에서 그렇게만 살다가는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피해만 본다. 눈뜨고 코 베이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 친구나 지인과의 관계에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그냥 손절하고 더 이상 안 보면 그만이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어차피 싫어도 계속 봐야 할 사이이기 때문에 관계에서 나만의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 태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태도가 바로 자기 방어다. 이 자기 방어는 상대방에 비해 내가 더 우월함을 드러낸다거나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도와는 달리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했을 때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예전에는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88>만 봐도 이웃들간의 정도 있었고, 서로를 위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자기 방어라는 것이 지나치게 왜곡됐다. 이렇게 변질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사회가 팍팍해진 것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 혼자 먹고살기도 벅찬 현실에 철저히 기반한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만든 국가 잘못이냐? 그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며 삶이변화해 온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이고, 이 흐름 속에서 사회적인 공감대가 다소 얇아진 것뿐이라는 생각을한다.


정확히 자기 방어는 어떻게 변질되었나? 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한 명제에 본인을 방어하고자 상대방을 공격하는 태도가 흔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그 공격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고 주장과는 동떨어진 모호한 근거만 존재한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CHAT GPT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요즘은 4O, 프로까지 나와 앞으로 AI는 인간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영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근데 가령 이런 CHAT GPT나 AI처럼 빠르게 바뀌는 기술에 있어 책 한 권 읽어보지 않고, 자소서나 보고서를 대필한다는 둥,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둥, 악질적인 의견만 내놓는 사람들이 나는 눈에 밟힌다. 장담컨대 이들은 CHAT GPT를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왜? 이들은 새로운 것이 두렵다. 새로운 것은 지금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편협적이고 일천한 경험만이 정답인 줄 알고 살아가거든. 그 일천한 경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타인을, 이 세상을 무분별하게 공격하고 있는 거다. 물론 경험자체가 풍부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 경험으로 지금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겠지만그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더 배우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설령 본인이 안 배운다 치자. 그러면 아무문제없다. '아, 이런 게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뿐이다. 근거도 없이 거기에 시비를 거는 것이 문젠데, 유독 한국인들은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실 좀 많이 안타깝다.

모르는 건 정상이다. 몰라서 물어보는 것도 정상이다. 혼자 찾아보는 것도 정상이다. 근데 그걸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전형적인 자기 방어의 변질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글을 자주 쓰기 때문에 다양한 글을 매일 접한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돼'와 '되'의 차이를 구분 못해 오타 댓글을 적은 한 회원분이 계셨다. 거기에 댓글로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실수든, 몰랐든 이런 경우는 무조건 알려주는 사람이 1명 이상 있기 마련이다.근데 알려준 사람보고,

"넌 뭘 다 아냐, 걸어 다니는 사전 납셨네"

라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고 난 경악했다. 그리고는 그 댓글로 또 서로 감정낭비를 한다. 비대면이라서 말을 함부로 하는 건지, 실제 그런 인성을 가진 건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모르는 것은 일단 자랑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는 것에 있어 더 겸손해야 할 글쓴이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적반하장에 다양성과 표용으로안기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너덜트가 단역배우를 모집하는데 '0명 모집'이라는 모집글을 올렸는데,

'0명인데 왜 뽑냐'는 댓글이 있었다. 똑같은 상황이다. 본인이 0명의 정의를 만약 몰랐다면 혼자 찾아보면 된다. 아니면 주변에 물어봐도 되는데 적반하장으로 너덜트한테 왜 뽑냐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거다.


우리는 스스로 자기 방어의 자격이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 대개 자기 방어는 인간관계의 소통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문해력이 되겠다. 책을 읽어도 좋고, 인문 교양서를 봐도 좋고, 모르는 게있으면 스스로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쇼츠나 유튜브의 폐해가 조금씩 드러난다고 느끼는 것이 현대인은 무언가를 읽는데 금세 싫증을 느끼고, 뇌의 능동적인 회전을 못하게 한다. 수동적인 정신적 안락만을 추구한다. 문해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1년간 영어를 안 쓰면 1년 전보다 영어가 입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 전화영어를 할 때 몸소 느꼈다. 아니, 외국어도 이런데 한국인이 한국어도 제대로 읽지 않는데 어떻게 언어가 풍부해지겠나. 무식을 절대 방패로 삼아서는 안된다. 과거보다 정보는 무수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현대인이 취하는 정보는 편리로 대체된 획일화된 언어들로만 가득하다. 소통의본질은 변화에 있다. 더 많이, 더 혁신적으로 내 상황과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소통을 하는 것인데 그 편협한 단어들로만 소통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한 경험에 매몰되는 것도 이런 변질에 있어 큰 문제다. 그래야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전 세계를 놓고 보면 나라는 사람은 그냥 한낱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내가 한 경험은 절대 우월하지 않고, 전부가 아니다. 더 배우고 나아가야 할 것이 너무많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도, 최고의 작가라도 그게 김영하든, 유시민이든, 이슬아든 이들도 아직 노트에 써야 할 글이 많고 읽어야 할 책이 많다. 내가 잘나도 더 잘난이들이 세상에 있고, 내가 부족해도 더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내 경험에 빗대자면, 친구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애를 먼저 갖겠다는 친구가 있다. 100명 중 99명은 미쳤냐고 한다. 근데 우리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먼저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의 삶이기 때문에 나보다 더 신중하게 애초에 고민했을 것이고, 선택했을 것이기에 온전히 응원해 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 문화만이 선한 관계를 이끌고 건강한 자기 방어를 만든다. 그 건강한 자기 방어를 우리는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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