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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23. 2024

How are you? 의 진짜 의미

내 관심사를 컨트롤하는 법

미국과 멕시코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종종 메시지가 온다.

“How's everything going?“ "¿Cómo estás?"

결혼식에서 연락한 지 오래된 또 다른 친구가 묻는다.

“대박! 너 요새 뭐 하고 지냈어?”

이런 스몰톡의 의미를 직역하면 ‘너 지금 상태가 어떠냐?’ 의역하면 ‘어떻게 지냈냐’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내가 아침 6시에 일어나 영양제를 먹고, 음악을 들으며 출근을 하고, 열심히 일을 하다가 퇴근을 하고, 친구들이랑 한잔하다가 집 가서 와이프랑 얘기 나누다 잠드는 것이 이들은 궁금한 게 아니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어떻게’는 요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서 지내냐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너 직장 다니고 결혼한 건 나도 이미 아니까, ‘최근 너의 관심사가 무엇인지’가 궁금해서 하는 얘기다. 이때 누군가는,

“요즘 다이어트로 필라테스를 시작했어”

라던지, 생각했던 본래의 지인 모습이 아니라 되게 놀란 대답이었던

“보컬트레이닝 학원에 다녀”

라던지 그 관심사는 운동, 취미, 공부, 일하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강제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기준 중 하나가 요리와 악기가 포함되어 있듯, 우리가 할 수 있는 이 관심사를 결국 늘려간다면 삶에는 유희와 성취가 따라온다. 뭐 하고 지내는지가 다채로울수록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고, 그 결과가 자기만족을 넘어 타인이나 세상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면 삶에 더할 나위 없다. 참 멋진 삶이다.


이번주 브런치 틈에 내 글이 두 개나 올라갔다.

틈은 작가의 다양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주제는 '새로고침'. 일상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글이라 선정됐다고 한다. 이처럼 남에게 눈치 보지 않는 것이 새로운 바람일 수 있고, 국내가 아니라 시야를 넓혀 해외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근데 가장 근본적으로 일단 이런 시각들도 남눈치를 보지 않는 삶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하고, 해외에서의 삶과 그들이 사는 방식에 관심이 있어야 결국 생기는 것이다. 나만의 취향도, 개성도, 그첫 시작은 관심이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가정 밑에서 자라, 보수적인 회사에 익숙한 누군가가 있다.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퇴근 후 맥주 한잔 하는 게 삶의 낙인 사람이 있다. 이 사람한테 남 눈치 보지 마라고 하면 과연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각자의 삶이기에 설령 옮기지 않는다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한국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외국어를 배우는 데 관심 없는 친구가 해외 교환학생을 간다. 그 시간이 과연 행복할까? 정작 본인은 불행한데, 인스타그램이나 대외적으로 본인이 행복하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준이라는 내 친구와 2019년에 태국에 놀러 간 적이 있다. 20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해외여행을 추천했고 본인도 한번 경험해 보자 해서 갔더니, 태국에서 계속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게 아닌가. 음식도 안맞아 컵라면만 먹고, 날씨도 너무 덥고, 호텔 침대도 불편해서 잠도 잘 안 오고, 영어도 할 줄 몰라 말도 안 통하고, 자기는 한국에 더 맞는 것 같다고 오히려 돈이 아깝단다. 타인에 이끌려 본인의 관심사를 못 찾은 케이스다. 내가 관심이 있어야 취향이 생기고, 취향이 있어야 그게 내 소개가 되고, 직업이 되고, 그 직업이 시대가 변해도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우리는 그 첫출발을 다채롭게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풍요롭다.


근데 누군가는 단조로운 인생이 행복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냥 내 가족 아픈데 없고, 직장에서 별일 없었고, 맛있는 저녁 해 먹고, 그냥 무탈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것. 맞는 말이다. 근데 이것은 삶에서가장 근간이 되는 Base를 얘기하는 것이다. 시간이 정작 지나고 나서 깨닫는 결과론적, 보수적 관점이다. 당장 그 순간에는 대부분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무 탈 없이 주말에 소파에 누워 24시간 TV만 본다고 하자. 지루하다. 뭔가 내 삶에 재미를 줄 어떤 관심사가 당연히 필요하다.

최소 시간을 죽이는(killing time) 다른 무언가라도 있어야 한다. 근데 시간이 한참 지나 인생의 모든 풍파를 겪고 그때를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그때가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할 거다. 당연히 오늘 누워서 잘 곳 없고, 먹을 것 없고, 돈이 없으면 관심사는 나발이고 당장돈 벌러 노가다라도 뛰러 갔을 것이다.

2018년 LA에서 뉴욕으로 이동 후, 내 예산에 맞는 집을 구하려 일주일간 에어비엔비를 구했다. 그런데도 집을 구하지 못해 너무 힘들어 공원 벤치에 혼자 캐리어를 두고 앉아 있는데 이 생각이 들었다.

"당장 오늘 잘 곳이 없는데 난 어떡하지?"

이런 불안함에서 내가 영어를 어떻게 배울 것이며, 내일 어떤 옷을 입을 것이며, 미국에서 관심사가 뭔지 당연히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은 내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된 상태에서 관심사를다채롭게 가져가야만 그에 맞게 세상이 움직인다.

흑과 백에 대입해 보자. A는 흑을 좋아하고 백을 싫어한다. B는 백을 좋아하는데 흑을 싫어한다. 나는 흑에도 관심 있고, 백에도 관심 있고, 심지어 그걸 섞은 회색에도 관심 있다고 하면 앞에 A, B처럼 흑백논리에 젖은 사람들은 서로가 가진 색깔의 매력은 모르지만, 나는 흑, 검, 그리고 회색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된다. 그들은 모르는 회색이 가진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배색 그리고 유유채색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함과 눈부시지않은 화려함을 알게 된다. 그러면 회색 관련 다른 물건들이나 사물도 눈에 들어오고, 회색과 관련한 나만의 세계가 또 열리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글로만 쓰는 게 너무 아까워 대학생 지인에게 물어보니 그림 그리기를 추천해 준다. 나는 그림에 관심이 있어 어플도 소개받고 다운도 받았다. 지인은 말만 하고 다운 안 받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다운까지 받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 했다. 관심이 있으니까 하는 행동이다. 또 좋아하는 디자이너 얘길 서로 나누다 그림에 관심 없는 일반인이 그 디자이너를 얘기하면 아무렇지 않게 무심히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생각해 냈다.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은 손흥민도 그냥 본인에게 축구선수 1에 지나지 않겠지. 결국은 관심사가 내영역을 확장시킨다. 그래서 서울 대치동 학부모들이 내 자녀가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파악하고, 그걸 키워주려고 한 달에 학원비만 2백만 원 쓰면서 발레도 시키고 미술도 시키고 태권도도 시키고 글짓기도 시키고 하는 거다.


이미 30대라고? 40대라고? 그렇다고 이미 늦었느냐?지금이라도 내가 관심사를 좀 더 확장해 보는 시도를 소개하겠다.

먼저 가지를 뻗는 느낌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수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수영과 같이 할 수 있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에도 도전할 수 있다. 나아가 물과 관련된 영상을 찍어볼 수도 있고,물과 관련된 제품을 제작할 수도 있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림 관련 강의를 할 수도 있고, 그림을 아이패드로 그려서 유튜브에 그림을 그리며 내 얘기를 소개할 수도 있다. 클래스 101로 라인드로잉 강의를 할수도 있고, 글과 그림을 접목한 웹툰을 그려볼 수도 있다. 전자기기에 관심 있다고 하면 블로그에 전자기기 리뷰를 해 볼 수도 있고, 타인과 협업을 할수도 있다. 계속 가지를 뻗어나감으로써 내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인생을 먼저 산 어른들 혹은 이미 성공을 성취한 사람들에게만 집중한다. 어떻게 성공했는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이뤘는지 그걸 보고 따라 한다.

근데 그때 성공할 수 있었던 사회적 환경과 지금 처한 현실은 또 다르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바뀐다. 오히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관과 지식은 더 이상 이 현대사회에서 안 먹힐지 모른다. 어쩌면 돈을 버는 방법이나 성공하는 방법이 고지식하고 올드한 방법일지 모른다. 나보다 더 어린 사람들이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트렌드는 무엇인지 많은 대화를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내가 걸어온 길, 대학교 진학이나, 취업이나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도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훨씬 더 깨어있고 번뜩이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 최근 대학생과 일을 할 기회가 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일에서나, 삶을 꾸려나가는 가치관이나 내가 그 당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걸 생각하는 걸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거기서 우리는 오히려 내 관심사를 또 발견할 수 있고 그 관심사가 오히려 현대사회에 더 적합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 두 가지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관심사를 하나 둘 찾아가는 이 행위자체가 과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과시가 돼버린 표본을 좇아서도 안된다. 알맹이는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심지어 과시한다고 해서 타인이 알아봐 주지도 않는다. 관심사는 나 스스로에게 솔직할 때에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 코어에 집중해야 한다.


가지를 뻗을 관심사가 애초에 없고, 주변에 배울 인맥조차 없다면 그냥 답은 단순하다. 책을 읽으면 된다.

예전엔 정보가 너무 없어서 책밖에 읽을 게 없었다면 지금은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책이 답이다. 그게 진짜 검증된 양질의 정보다.

이처럼,  How are you? 에 100% 마음에 드는 대답을본인이 하려면, 이렇게 당신이 보통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길 나는 바란다. 어차피 안 하면 평생 우리가 모를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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