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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26. 2024

현대차 생산직 vs 7급공무원

현대차 노조와 직업적 우위에 대한 소고

이 둘의 비교에 앞서 현대차 노조에 대해 먼저 얘기해볼까 한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 협상안으로 기본급

15만 9천 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5근무제, 정년연장(만 64세)을내걸었다.  협상타결을 떠나 지금 노조는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현대차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같은 계열사를 제외하고서도 1차 하청, 2차 하청, 3차, 심지어 4차까지 있다. 임금이나 복지는 당연히 밑으로 갈수록 열악하다. 모든 의사결정은 현대차에 있고 하청과의 관계는 철저한 갑을관계로 형성돼 있다. 2차까지는 규모가 거의 중견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라 울산에서는 만약 1차 하청에 재직 중이라 하면 어느 정도 인정을 해준다. 이런 하청업체들의 단가를 깎아서 배 불린 돈으로 그들은 노동자라는 그럴듯한 핑계 속에 도를 넘는 요구를 회사에 하고 있다. 매년 임금협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건 노동자의 당당한 권리고 이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세상만사 모든 문제는 도를 넘어 선을 안지킬 때 발생하는 법이다.


직업의 귀천은 없다. 과거 공돌이라 불리며 무시당했던 생산직의 인식개선은 고무적이다. 모두가 이처럼 존중받아야한다. 하지만 한 집단의 도를 넘어선 욕심은 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때 20년 전 공돌이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등 힘들게 공부해 얻은 값진 노력의 결과보다 오히려 더 대우가 높다면,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봉급을 받는다면, 더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누가 자기계발에 매진할 것이며 심지어 경쟁만 심화돼 그 자리는 신규채용없이 지금 있는 사람만 배불리는 격이다.

나는 미국처럼 해고도 쉽고 채용도 쉽도록 노동의 유연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파업하면 나중에 한국인은 아예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생산직 직원뿐만 아니라 그 자리를 모두 외국인노동자로 채워야 한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 생산직 사람들은 본인의 집단에 과몰입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그 정도 대우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들이 현대자동차의 획기적인 마케팅전략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특정 국가 혹은 해외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어 역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천부적인 기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 조립업무다.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수없이 하며 직접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안다. 집단과 본인을 동일시하고, 그 주체에 과몰입하는 것은 본인이 잘 되는 걸 넘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다. 명백한 사회악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린 줄 알고, 이마에 빨간 띠만 매면 다 해결되는 줄 안다.


사람들은 가난하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선진국계열에 올라섰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힘들게 산다. 부자의 기준은 주관적이나, 상위 5%라 잡아도 나머지 95%는 어쨌든 부자가 아닌 것이다. 이 95%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나, 그것이 현차 노조처럼 모순되고 변질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들은 영원히5% 안에 못 들어간다. 인간은 사사로운 이익관계를 좇아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인간은 사익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한다. 근데 이 사익은 결국 그들만의 상식이고, 그들만의 권리다. 그 조직을 바라보는 밖의 사람들은 아무도 공감하지 못한다. 그냥 본인이 쟁취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양성과 포용 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하니 이지경이 난 것이다. 현대차 생산직. 현대판 성공신화다.


우리는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관성으로 억눌러 살아야어른스러운 것이라 교육받는다. 마치 세상이 원래 이런 거라고. 원래 노조는 이런 거야. 원래 1차 하청과 본사정규직은 대우가 다른 거야. 우린 대기업이라 임금 높은 게 당연한 거야. 매년 권리를 인정 못 받으면 파업하는 건 당연한 거야. 비관과 자조 속에 무력해진다.

실현가능성은 낮으나 어차피 이제 울산 공장은 울산에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아예 통째로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이 답일지 모른다. 상생이라곤 없는 내 배 불리기 혈안 된 노동자들보다 해외 값싼 노동력확보로 인건비 줄이는 게 회사차원에서 훨씬 도움이 된다. 아니면 미국 같은 곳으로 이전해 마치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 경쟁사들과 산업클러스터도 형성하고 열린 환경 속에서 배우며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러면 차 값도 더 이상 안 오를 것이다. 다 노조 때문에 차 값도 오르는 거다.

현대차 생산직의 위상이 떡상한 것도 사실 이 노조의 영향이 크다. 한 달에 몇만 원만 내면 되는 노조회비에,입사와 동시에 자동가입에, 매년 근속해도 월급은 오르고 야간근무도 안 해도 된다. 이런 곳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나? 현차의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 기득권 그 자체다. 자식에게 직업승계까지 하는마당인데 기득권을 넘어 공산주의나 다름없다. 이래서

7급 공무원에 비교되는 것이다. 오히려 7급 공무원이 현대차 생산직과 비교해 줘서 감사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나라의 녹을 받는 7급 공무원과 어떻게 공장생산직을 비교하냐는 의견도 분분하나 이 둘을 비교하는 그 자체로 생산직은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이미 최고의 직장이 되어버렸다. 이 논쟁의 답을 굳이 객관적으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누군가가 돈에 좀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고 흙수저로 태어났다면 현대차 생산직 가는거고, 조금 넉넉한 집안에서 돈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7급공무원하는 거다. 이게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다. 이 라인부터는 사실 돈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의 이런 만행은 우리에게 한 가지 명확한 교훈을 환기한다. 바로 누가 뭐라든 사람은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바라는 것만 좇는다는 것. 우린 이것을 정제된 언어로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직업을 대하는 이 가치관은 물론 천지차이나 개인의 가치관 이전에 먼저 내가 속한 조직이 있고 사회가 있다. 적어도 나보다 더 큰 범주가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 개개인에게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에게 누군가 제목과 같이 생산직과 7급공무원 중에 어떤 직업이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 않고 대답할 것이다. 그냥 내가 만족하는 직업이 제일 좋은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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