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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09. 2024

저는 경제활동 포기하겠습니다

청년백수 100만시대에 대한 고찰

청년백수에 관한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취업하기 힘든 현실 속 아예 다 내려놓고 꿈을 포기한 청년들이 70만이 넘는단다. 더 이상 발전하려는 의지도 없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안정적인 소득을 벌려는 의지도 없다.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원래 꿈이었는데 그것마저 무너지니 아예 다 내려놓은 것이다. 심한 사람은 방 안에 틀여 막혀 친구는커녕 부모와 대화도 단절하고 외출자체를 않는단다. 그 방 앞에 한 발짝 움직이기까지 당사자에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의 성취도 없이 그저 실패로만 둘러싸여 자조적인 태도로세상을 비관하고, 상처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이제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것. 방을 넘어서면 모든 게 두렵다.


이에 반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단순히 본인 목표를 이루는데 시간이 걸려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인생이 꼬인 경우도 허다하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공무원시험준비를 한다거나. 전문직 시험은 최소 2년 반 이상은 소요되고, 9급 공무원시험이라도 공부머리가 있는 사람도 최소 1년은 잡아야 한다. 그 시간까지 잠수를 타고 공부에만 집중해서 붙으면 사회에 진출하는 거고, 떨어지면 이때까지 공부한 게 아까워 그냥 계속 준비하는 것이다. 쉽게 포기도 못한다. 나중에 붙는 한이 있어도 이때까지 연락하지 않은 친구에게 미안해 연락을 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관계는 끊어진다. 근데 이건 일단 붙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다. 그렇지 못하면 남자의 경우 4년제 대졸 기준 꼬인 인생을 한번 얘기해 보겠다. 꼬인 인생도 아니다. 주위에서 한 번쯤은 보는 누구나 겪는 그런 인생이다.



19살 11월: 수능시험을 생각보다 못 봐 재수를 한다.

20살: 재수를 했으나 현역때와 큰 점수차이가 안나 그냥 점수 맞춰 대학을 간다. (삼수를 하는 사람도 있음)

21살~22살: 대학 1년간 신입생으로 열심히 자유를 만끽하며 보낸다.

24살: 군대를 전역한다.

25살: 군대에서 철들어 열심히 학점관리를 하며 진로글 찾아나간다.

26살: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복수전공이 필요하거나, 교환학생을 가거나, 자격증공부를 하거나, 교직이수를 하거나 대외활동을 한다. 가장 열심히 산다.

27살: 대학을 졸업한다. 인턴을 일 년 한다. 인턴도 금턴이라고 불릴 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20개, 30개 넣어도 떨어지는 경우도 봤다. 몇몇 공기업은 체험형 인턴(3개월만 하고 계약종료)도 필기시험과 면접을 본다.

28살: (인턴을 했다고 가정했을 시) 인턴 경력과 자격증 등으로 취업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전문직 시험이나 공무원을 준비하는 경우는 대개 이때부터 시작한다. 자소서 쓰는 법도 서툴러 첫해는 그냥 날린다.

29살: 취업준비 2년 차에 접어든다. 이젠 서류는 몇 개 붙어 면접스터디라는 걸 해본다. 면접 경험이 드디어 생긴다.

*전문직, 공무원 시험공부 2년 차


엥? 이제 좀 공부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이제 좀 취업준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다 했는데 서른이다.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아냐고? 직접 겪어봤으니까. 내가 겪었다는데 이걸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봐라. 아 물론, 주변에서도 숱하게 봤다.


근데 사회는 묻는다.

“너 서른 동안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뭐 했어?”


응 탈락. 인턴경험 하나 없이 회사지원해? 응, 탈락.

시험준비 오래 해서 떨어진 게 벼슬이야? 탈락. 절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갭이어'라고 20대 때 본인의 진로를 이것저것 해보며 찾는 기간을 1~2년 대부분 갖는다. 근데 한국에서 일 년 휴학하고 쉬었다 하면? 난리 난다. 일 년 퇴사하고 쉬었다 하면? 면접에서 경찰 취조하듯 죄지은 사람인 양 물어본다. 원하는 대답을 얻을 때까지 묻는다. 단 한 번의 휴식이나 시험, 취업 실패도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더 처참하게 뭉개버린다. 정작 본인은 그 2~3년 동안 비록 결과는 안 좋았을지언정 남들 다 하는 연애도 안 하고, 술도 안 마시고, 여행도 제대로 한번 못 가고, 남들 하는 거 다 참아가면서 공부했을 텐데 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청년들은 더 설자리를 잃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백수가 되는 것이다. 말이 70만 명이지 사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걸 포함하면 더 많은 청년들이 이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주 1시간 근로만 해도 취업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70만 명이라는 숫자는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담컨대 최소 100만 명이다.

잘했든 못했든, 20대에 흥미가 있을 거라 판단해 선택한 그 하나의 진로선택이 30대의 인생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중간에 틀어버릴 수도 없다. 공부한 게 이거뿐이니 그냥 계속 시험준비하는 사람은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놨다. 공부 계속하면 준비생 신분이지만 포기하면 낙오자 취급받거든.


취업준비는 또 어떤가. 그냥 이력서 한 줄 쓴다고 해서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 인턴경력에, 자격증에, 토익에, 영어말하기에, 제2외국어에, 자소서에 넣을 경험에, 대외활동까지. 서류를 합격하면 면접스터디에, 관련 직무, 회사 분석에 최종합격까지 할게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올라갔다 하더라도 최종에서 떨어지면 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거다.

맥이 빠진다. 이렇게 일, 이년 지나면 또 도태되고 고시낭인을 너머 취업낭인, 사회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거다. 사회가 정한 그 잠깐의 준비기간 안에 이뤄놓은 명확한 결과물이 없으면 사람들은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까내리기 바쁘다.

본인 인생과 비교했을 시 상대적 우위를 매기기 위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타인에게 날 선 잣대를 들이대고 이는 혐오로 번진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쿠팡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을 전전하는 걸 숭고하게 생각하고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딸배라고, 쿠팡맨이라고 동정과 욕부터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타인에게 피해 안 주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얼마나 숭고하고 대단한 일인가. 본인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그러는 건데 온갖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욕하기 바쁘다.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공장에서 지이이익- 할래?”

“그러니 쿠팡배달이나 대리나 하고 있지”

더 말하기도 입 아프다. 이 와중에 40-50대들은 청년들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눈만 높아서 그런 거라고 비판해 댄다. 본인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지우란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최고의 교육을 받은 청년은 현시대가 처음인데 말이다. 본인은 단 하루라도 이 시대 청년으로 살아보지 못했기에 저런 말 밖에 못하는 것이다.


팩트를 말해주겠다. 그래, 맞다. 기성세대가 바라는 대로 눈 낮춰서 중소기업 가서 열심히 해서 희망을 보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하면 당연히 좋지. 대기업에 들어가는 사람보다 능력이 부족하니까 중소기업도 그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안 가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특히 한국은 물질적으로 타인의 성공한 삶을 접하기가 매우 쉬운 구조다. SNS와 물질만능주의, 서로 비교하는 문화 속에서 누군 어디 갔고, 연봉이 얼마고, 어디 살고, 누군 돈이 얼마고, 누군 차가 무엇인지 핸드폰 몇 분 들여다보면 바로 나온다. 꼭 통계자료를 안 봐도 그냥 저절로 삶의 격차가 체감된다. 내 하찮은 삶과 너의 잘난 삶의 격차.

한국이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독일이나 일본은 탄탄한 중소기업이 나라 경제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이나 복지가 절대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하고 싶은 직무, 하고 싶은 산업에 뛰어드는 청년이 많다. 우리는?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다녀보니 희망이 없으니까 퇴사하고 실패하고, 위를 보는 건데 그걸 눈이 높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삶의 질은 하늘과 땅차이다. 본인이 특별함을 지우라는데 그러면 청년 개개인이 특별하지 않다는 재단은 대체 왜 먼저 하시는 겁니까. 평범한 하나의 목표에도 성공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텐데요.

일전에 현대차 노조 생산직 관련 한 글에서 40-50대로 추정되는 분이 이런 댓글을 남기셨다.

“너 거기 갈 능력 안되니까 억울해서 이런 글 쓰는 거지?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이건 유추도 아니다. 익명성 하나 믿고 그냥 하루아침에 상대를 '능력 안 돼서 남이나 까내리는 억울한 청년 중 한 명’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 진짜 현실을 얘기하면서 진짜 목소리를 내는데 중년들은 이를 불편해하고 피하면서 논지를 흐린다. 왜?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배려와 존중이 우리에게 절실한 때다.  


시간이 지나 이것도 안된다 하면 방법은 딱 하나다. 서로가 행복한 방법. ‘알빠노’마인드로 가면 된다. 남들 호텔 가고 오마카세 가는 게 부러운가? 근데 난 집에서 만 사천원 엽기떡볶이 하나 시켜 먹는 게 행복하다. 자, 그럼 그게 진짜 본인의 행복인 것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진짜 동기부여를 찾아야 한다.

내가 본연의 얻고자 하는 욕망, 채우고자 하는 결핍. 그건 단순히 자격증 따는 것처럼 도장 깨기처럼 이뤄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내가 뭔 일을 하든 어딜 가든 알빠세요? 마인드로 가면 세상 행복하다. 그러다 배고파서 돈 없으면 편의점 알바라도 하겠죠. 그걸 불편해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행한 인생인 것이다.


정해진 것만 따라 가는 삶도 불행할 수 있다. 유튜브에 퇴사 한번 쳐봐라. 영상만 수십만개다. 본인이 행복한 삶대로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행복해야한다는 마인드로 살면 어떻게든 삶은 흘러가게 돼있다. 뭐라도 하면, 다 포기하고 내려놓지 않고 뭐라도 하면 거기서 가지는 무조건 뻗어간다. 우리는 희망을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술래는 아무도 없다. 질책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선시 되어야한다.

괜찮다고. 좀 쉬다가 다시 훌훌털고 일어나 보자고. 지나보면 별거 아닐거라고. 다시 해 보자고. 나도 똑같았다고. 그게 첫 번째다.


희망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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