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과 저축이 답이다
예부터 단식은 정신이 맑아지는 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절식과 금식하는 문화가 있었고, 대부분이 이를 실천해 왔다. 장수에 좋고, 원활한 혈액순환을 도우며, 소화에 시키는 에너지를 피부재생에 쓰이도록 돕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단식은 한 인간이 생존하도록 모든 체내 기관이 각자의 기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에 집중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나 일을 할 때 최대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식을 하기도 한다. 다이어트는 덤이다. 한 예시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희생시키는
'간헐적 단식'은 많은 현대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자, 그러면 이를 소비에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먹지 않는 걸 돈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그대로 빗대어보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라 부른다. 당장 내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내가 가지고있는 부동산이 폭삭 그 가치가 내려앉을 수 있고, 환율이 급등해 해외여행 중인 사람들, 외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님 혹은 수출로 먹고사는 굴지의 기업들에게 적지 않는 타격을 준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짙어진다는 것에 있다. 안개가 그치지 않고 더 심해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대개 이 불확실성은 낭보보다 비보의 성격을 띨 확률이 높다. 말 그대로 앞이 안 보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물에 빠질 수도 있고 전봇대에 머리가 박살 날 수도 있으니까.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이젠 저성장의 길로 들어서 그야말로 적자생존, 약육강식의보편화가 이 불확실성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불확실성에서 훨씬 큰 예상수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확실성'을 택하는 것이 사실 더 좋다. 당연한 논리다. 이는 투자에서도 적용되는데 그야말로 단순한 규칙을 적용하면 된다. 그건 본인의 포트폴리오 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려면 그 새 종목이 이미 내가 기보유하고 있는 종목들보다 '상당히 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이 불확실성과 관련해 무너지는 일본의 길을 빗대어 그대로 따라간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한국사회를 '낙관적'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일본은 그야말로 '아름답게 망하고 있는 국가'로 불릴 만큼 불확실성을 대비해 해외투자자본과 관광업 뿐만 아니라 순수과학기술 및 기초 공학적 토대가 잘 갖춰져 있다. 1억 3천만 명에 가까운 내수인구는 수출에만 의존해 있는 한국경제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희망적이다.
이에 반해 현재 한국은 대기업이 비상경영을 하고, 이 연말에도 길거리는 한산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한다. 신성장산업의 부재와 맞물려 중국에 기술유출로핵심산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인구는 감소하고 원화가치하락,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불안정, 트럼프의 관세협박 그리고 저출산에 따른 노인부양까지. 그야말로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소리 없이 천천히 위기는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이 폭탄은 IMF때처럼 언제 터질지 모른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자. 당연히 경제적 안정이 먼저 갖춰져 있어야겠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안전한 상태를 바란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족, 화목한 내 가정, 인간관계, 자아실현 이 모든 걸 안전한 상태로 계속 지켜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이 그 바탕이 된다. 이렇게 불경기가 지속될수록 그 생각은 두 배, 세배 강해진다. 인생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직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니다.
이젠 앞서 설명한 간헐적 단식처럼 처절하게 아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치환해 주는 것이 바로 저축이다. 안 쓰면 수익률 100%거든.
눈치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한 출판사들은 재테크 책을여럿 출판 중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절약'이 키워드다.대형서점만 가도 과거 투자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 보다 '1억을 모아야 하는 이유', '짠테크 투자법' 등 절약과 저축에 관련된 책들이 더 많이 눈에 보인다.
하루에 극단적인 미션으로 짜릿함과 성취감을 얻는 모유투버의 ‘일주일 무지출’ 영상이 최근 꽤 인상 깊었다.일용직 알바를 하면서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며,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추워서 동묘 가서 1만 원짜리 패딩도 사면서 버티고 버텨 결국 미션을 성공하더라. 그걸 보면서 인간은 살아남으려는 초인적인 힘이 있다는 경이로움과 동시에 우리가 사는 삶에는 크게 화려하고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을얻었다. 물론 적은 돈으로는 영양가 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사 먹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예시를 제외하고서도 우린 돈이 있어도 매일 건강식품만 찾지않는다. 그게 문제다. 1만 원짜리 패딩으로 한겨울 추위를 막을 수 있고, 2만 원짜리 당근 중고거래로 일을 할 수 있는 안전화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본인에게 필요한 게 화려한 명품, 값비싼 자동차, 아파트보다 결국 이런 게 더 삶에 온전히 순기능을 가져다준다는 것.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작은 것에 만족하는 충만감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누군가에겐 이 겨울 추위가 몽클레어패딩, 백만 원이 넘는 캐나다구스 하물며 노스페이스 히말라야 패딩 정도는 최소한 입어줘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물론 기능적으로 더 훌륭하겠지만 본인이 패딩에 굳이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으면 절대 사지 않게 된다. 왜냐면 본인이 눈길조차 어차피 주지 않기 때문에 살 기회조차 없어진다. 그냥 그 돈으로 적금이나 예금, 투자하고 말지. 나를 둘러싼 모든 물질적인 것에 있어 역치를 낮춰야 한다. 기준 자체를 낮추면 작은 것에도 충만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더 오래 쓸수록, 더 많이 사용할수록 오히려 그 물건의 소중함과 진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다면 굳이 자녀가 있지 않은 이상 차가 필요 없다. 굳이 신혼생활을 25평 이상 아파트에서 시작하라는 법 없다. 남들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를 굳이 따라 살 필요가 없다. 핸드폰은 2년마다 바꿔야 할 이유가 없고, 해외여행을 매년 갈 필요도 없다. 본인 체중만 관리해도 똑같은 옷을 십 년은 입을 수있다. 단, 디자인 측면에서 유행에 어느 정도 뒤처질 수는 있겠다. 유행 안 타는 옷을 사면 그만이다.
골프를 배우라고 해서 굳이 따라 배울 필요가 없다. 친구 좋아한다고 매일 술자리 가질 필요가 없다. 애연가라 자처하며 담배 못 끊는다는 건 핑계다.
내 등기권리증과 두둑한 예금이 이것보다 더 가치 있고 빛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축 및 절약은 내 행복과 만족감을 미래로 이월시키는데 그 주목적이 있는데, 절대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장점은 기이월된 행복이 시간에 비례할수록 복리가 되어 두 배, 아니 열 배, 백배로 커진다는 것에 있다. 인생의 모든 논리가 동일하다. 투자도 마찬가지. 투자의 본래 정의는 미래에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현재의 만족을 지연시키는 행위이다.
이제 필요 없는 건 절대적으로 아껴야 한다. 돈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는다. 의미 없는 소비 끝엔 공허와 허무감만 밀려오고, 믿는 구석 하나 없이 평생 불안한 인생을 보내게 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주변에서 곡소리가 들려올수록, 주식과 실물가치가 폭락할수록, 절약은 더 빛을 발하는데 그 원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1. 내 소득을 증가시킨다.
2. 1이 안 되면 소비를 줄인다.
너무 간단하다. 본인의 씀씀이를 줄이는 것 외에 자녀가 생겼거나,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거나,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야 하거나 지출금액이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내 소득을 늘리면 된다. 회사원이라면 승진을 하거나, 야근을 해서 수당을 더 받거나, 이직을 해서 본인의 몸값을 더 올려야 한다. 자영업자라면 더 일찍 일어나 한 시간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 기술직 가령, 미용사라고 하면 보통 정해진 시간 이외에도 출근을 빨리하거나, 퇴근을 늦게 해서 내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본인이 사장이든, 직원이든 간에 본인 손님이 늘어날수록 인센티브나 월급이 많아지는 건 기정사실이니까.
근데 1을 당장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니,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렇다. 내가 승진을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안 시켜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이직면접에 떨어지면 그 꿈은 좌절되는 거다. 자영업을 하는데 빨리 출근해 봤자 손님이 안 오면 의미 없고, 하고 있는 부업에서 어떤 돈도 안 벌린다면 그건 시간낭비만 한 꼴이다.
그게 안되면 답은 하나뿐이다. 2번. 소비를 극도로 줄이면 된다. 의미 없는 관계를 최소화하던가, 사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던가. 사실 각자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무조건 먹지 말고 아껴라! 할 수도 없는 노릇.뚱뚱한 사람에겐 건강을 위해 헬스장 비용이 불가피할것이고, 몸이 안 좋은 사람에게 병원비는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부모의 살림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면 부모님 용돈을 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근데 그 와중에서도 각자만의 절약법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일주일 남짓 남은 2024년, 어떤 걸 더 아끼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디폴트로 가져야 하는 전략이다.
이젠 취향이 아닌 생존을 위해 우린 매사에 처절하게 아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