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목표인가 수단인가
30대는 얼마를 매월 모아야 하냐는 고민상담이 왔다. 사실 이 답은 한동안 하지 못했다. 고백하자면 한동안 돈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고, 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는 상대적이며,돈이 많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저 질문에 대답도 했다. 정답은 없다고. 모은 돈이 없든 몇억이든 정답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할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하는 의도며, 그 누구에게도 추천 및 강요도 하지 않는 개인적인 이야기임을 밝힌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절절한 시간이라던가, 친구와 평생잊지 못할 여행, 결혼할 때의 행복, 자녀를 낳았을 때의황홀감,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저녁식사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충만한 감정들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즉, 돈에만 사람이 초점을 두게 되면 삶은 한없이 취약해진다. 특히나, 내가 돈을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벌기 위해서 했던 노력들에 비해, 온전히 타인의 ‘운’으로 작용한더 나은 결과를 마주하면 본인의 삶 전체가 부정당해버리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목표에서 그야말로 실패한인생이 된다. 로또복권이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단적인 예시다.
그래서 돈에만 100% 초점을 맞춘 삶이 아니라, 늘 어떻게 하면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돈은 사이드 개념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 행복이 직장에서의 성공이 됐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됐든, 무언가를 계속하면서 챙겨가는 보험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생에는 곡선이란 게 있어 본인이 하는 일에 있어 어떤 날은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쫄딱 망할 수도 있다. 우린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쫄딱망할 그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돈은 필요한 것이다.
대기업이나 전문직에 속한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이 뭘까. 바로 본인이 이 돈을 ‘평생’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유명 연예인들이 잘 나갈 때 돈을 벌면 건물을사두고, 부동산에 집중하는지 아는가? 나중에 본인이 대중에게 잊힐 때를 대비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자 함이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늘어난 수입을 혹은, 시간이 지나 뜻하지 않게 줄어든 수입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굴릴 수 있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돈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한다.
나는 이 습관을 ‘돈그릇’이라고 표현한다. 직역해서 개개인이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각자 있다는 것이다. 돈그릇이 작은 사람은 갑자기 벼락부자가 돼도 시간이지나면 일 이 년 안에 이 돈을 모두 탕진한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십 년 뒤 어떻게 살고 있나‘에 관한 재밌는 통계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50% 이상이 복권이 당첨되기 전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만큼 돈 그릇이 작아 기회가 와도 잡질 못하는 거다.
이 돈그릇을 제대로 다져놓고 넓히기 위해서는 습관뿐이다. 그 습관을 만들려면 사전에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하루라도 일찍 사회경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28살, 29살 남들 다 취업할 때,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소위 대단한 꿈을 가지고 몇 년씩 허비하지 말라는 것. 그건 시간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돈까지 같이 날리는 것이다. 작은 곳에서라도 어떻게든 경험을 쌓아 작은 현금흐름이라도 꼭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청년들의 취업난과 고소득직장의 부재, 중소기업에서 받는 열악한 대우를 직접 경험한 이들에겐 이 말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도 다겪고 하는 말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오죽하면 내 인생의 어떤 부분을 페이지 자르듯 도려낼 수 있다면 28살, 29살을 찢고 싶겠나.
실제로 지나고 나서 보니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당장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현금흐름과 경험들이 더 높은 직장, 더 높은 꿈을 꾸는 작은 밑거름이 됐다. 만약 하나만 붙잡고 몇 년을 허비했다면, 하나의 동아줄에 인생 전체를 말 그대로 걸어야 하는 것인데 심적 불안감과 더불어 주변 환경이 그걸 더 이룰 수 없도록 어떻게든 끌어 내렸을 거라 생각하니 암담하다. 마치 전쟁터에서 여러 개 선택지 없이 가장 열악한 무기하나 갖고 딱 하나의 희망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기다리는 병사와 무엇이 다를까.
대기업부부는 신입사원이 아니고서야 합쳐서 최소 못해도 1억 3천~4천 이상의 돈을 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나, 이미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갖춘 누군가에겐 콩고물 같은 돈일 것이고 취업준비생에겐 그림의떡 같은 액수일 것이다. 이렇게나 상대적이다. 이 돈은 한 번씩 여행 가고, 생활하고 저축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부족함을 느끼고 ‘돈그릇’을 키우기 위해 65%~ 70%를 저금하려고 한다.
운이 좋아 갑자기 들어온 로또 같은 돈이랑은 차원이 다른 무거운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왜 무겁냐고?
바로 내 시간과 노력으로 피땀 흘려 번 돈이기 때문이다. 이 돈에는 본인만 아는 무게가 있다. 힘들게 들어온만큼 힘들게 나가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나가지 않는다. 주변의 많은 사회초년생들은 대학생과 달리 한 번에 적지 않은 액수의 월급을 받아, 이를 어떻게 빠르게 굴려야 하는지에만 초점을 둔다. 나는 돈그릇을 늘리기 위해 단언컨대 이 저축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얘기해주고자 한다.
월 이백만 원을 벌어도 백만 원 저축하는 사람이 있고, 오백만 원을 벌어도 백만 원도 저축 못하는 사람이 있다. 소비에 관한 돈그릇, 즉 습관이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대개 아주 높은 확률로 후자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에 대해 더 집착하고, 정보를 찾아 헤매고, 모든운이 본인에게 오길 바란다. 의미 있는 돈을 만들기 위한 첫 시작,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공부도 다 필요 없고 그냥 우선 저축이 답이다. 언제까지? ‘오천만 원’을 모을 때까지. 은행의 예금자 보호도 오천만 원까지다. 제2금융권에 대한 자금쏠림 우려나, 예금보험료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 금액은 그만큼 고유명사화되어 의미가 있다는 거다. 중요한 건 사실 오천 모아도 할 수 있는 거 많이 없다. 그럼 왜 오천만 원인가. 이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나 오천만 원을 모으는 순간 그 사람의 절실함과 노력이 증명되는 금액이라고 판단해서다. 탑급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솔직히 일 년에 성과급이 몇 천씩 들어오기에 사실 이 숫자를 모으는 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근데 다수의 직장인들은 이렇지 않을 확률이 높고, 본인 노력으로 이 숫자를 만들어보는 게 오히려 더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모으자마자 생각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오천만 원을얼마나 빨리 만드냐에 따라 본인이 생각하는 경제관념자체가 퀀텀점프해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처음보다 똑같은 돈을 다시 모을 때까지, 일억, 이억을 모으는 건처음 오천만 원보다 훨씬 더 적게 걸린다.
둘 다 대기업 다니면 삶이 매우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월급 외, 현금성복지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호텔을 간다거나, 자사몰을 통해 할인을 해준다거나, 의료비가 지원된다거나, 영어를 해도, 책을 사도 교육비가 전혀 안 든다거나. 근데 월급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같은 월급쟁이일 뿐이다. 연봉 1억 인 사람도 실수령액은 650만 원밖에 안된다. 직장인만큼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직업도 없다. 즉, 일반 회사 다니는 부부와 대기업에 다니는 부부라고 해서 현금성 복지를 제외하면 사실 받는 돈 자체는 못 따라갈 만큼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 본인 사업을 하지 않고서야 절대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버는 순간이 있을 때 안정적인 흐름을 만들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엔 영원한 건 없기에.
그래서 우리 부부는 주식투자나 공격적인 투자자체도 일 년에 오천만 원 이상이 모일 때부터 한다. 한다 해도어떻게든 보수적으로 투자한다. 단순히 오천만 원이 주는 돈의 액수보다 늘 이렇게 계속 모을 수 있다는 저축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매사에 가장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둘은 돈 모으는 데에 가장 핵심이다. 참을성. 조금 돈 벌었다 해서 모든 자산을 100% 주식에 박는다거나, 부동산 투자에 영끌을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자산의 50% 이상이 변동성자산에 있다는 건 투자가 아닌 도박이라 생각한다.
주식은 장담컨대 하루에 2시간 이상 매일 공부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해도 좋다. 폭락해도 멘탈하나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면 상관없다. 근데 대다수는 이 심리게임에 갈대처럼 흔들려하고, 투자기준에 있어 본인만의 명확한 근거가 없어 주식으로돈을 번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
다음, 나는 아직 차가 없다.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그 돈으로 악착같이 안 모아도, 그 돈을 써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행복한 여행 한번 더 하고 만다. 차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더 중요하다 했던가. 남들 다 산다고 절대 조급해할 필요 없다. 중고차 하나가 2천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취득세니, 유지비니, 기름값이니 명목상 2천만 원만 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3천만 원, 4천만 원 값어치다. 연애 4년 할 때도 쏘카를 빌리거나, 대중교통으로 잘만했다. 자녀가 생기기 전까지는 사지 않을 계획이다. 자동차는 어디까지나 소비재일 뿐이다. 구매와 동시에 감가상각되며, ‘자산’ 개념에 포함시킨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본인이 필요할 때 사면 된다. 가령, 지방에 사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직장과의 거리를 따졌을 때 차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당연히 사는 것이 삶의 질을 훨씬 높이는 격이다. 매일 대중교통을 기다리며 버리는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사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다.
인터넷엔 이렇게 연봉별 자동차 등급표가 있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표라 들고 왔다. 내 기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표에서 연봉 ‘-1000만 원’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나는 칸을 하나 더 만들 것이다.
‘그냥 사지 않는다’.
개인 SNS도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면 어떻게든 진짜 본인 모습을 숨기게 되고,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잘나 보이기 위해 치장하게 된다. 그게 다 쓸데없는 돈이다. 여행을 가서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즐기고 있다면 그냥 그 순간을 만끽하고 오면 된다. 그 순간을 불특정다수에게 공유하는 순간 그 자체로 본연의 행복이 아니라 자랑이 된다.
다음 가장 중요한 것. 작은 걸 아끼고 큰 데에 거침없이쓰는 것이다. 짠테크 한다 해서 ‘돈이 없는 사람’ 취급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스스로도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동정심을 유발한다거나, 이득을 취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아껴 산다는 게 자칫 변질돼 돈에 세상 모든 가치를 실어버리면 돈은 수단이 되어 돈 관련 그 어느 것도 부끄러울 게 없어지고 조심성이 결여된다. 말 그대로 사람이 뻔뻔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추한게 없다.
짠테크의 삶 속에서 이를 조금이라도 사전에 방지하는방법이 머냐. 그게 바로 작은 데에 아끼되, 큰 것에 고민 않고 투자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고마운 사람에게 베푼다거나, 기념일이라거나, 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산다거나, 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표현을 한다. 이게 돈을 대하는 현대판 가장 효과적인 능력이고 힘이다. 돈은 언제까지나 ‘수단’이다. 목표가 돼서는 그삶은 아주 높은 확률로 불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