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Oct 07. 2024

난 누구를 버릴 것인가

의미없는 만남이 주는 독에 대한 소고

친분과 우정이라는 명목아래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마치 연말에 보내는 기계적인 안부인사처럼,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해서 진심을 줄 수 없는 그런 얇디얇은 관계들에 우리 각자는 둘러싸여 있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과거 페이스북, 현재는 인스타그램에 팔로우는 되어 있으나 가끔 성은 기억 안 나고, 스몰톡하기도 어려운 관계 같은 것. 여기서 조금 더 친분이 있으면 내 결혼식에 하객1로 채워줄 가능성 있는 사람들에 우리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다.

30대가 들어서자 주변에 결혼을 준비 중인 친구가 많다. 그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게 돈보다,직장보다 다름아닌 관계다. 이미 내 친구 중에 한 명은 여자친구도 아직 없으면서, 직장도 안정적이지 않으면서 본인 결혼식에 하객이 몇 명 올지를 카운트한다. 그리고는 이 정도의 숫자가 괜찮은 숫자인지 남들과 비교한다. 그 숫자가 정확히 의미하는 건 ‘이 정도 하객 수는 제삼자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수준인지’를 말한다.


아침 출근길, 메신저에 들어가면 오늘 생일인 사람 목록이 뜬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내가 생일 선물 보내줄정도의 사이는 되지’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2만 원, 3만 원 기프티콘을 보낸다. 거기엔 상대방이 감동받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이상적이고 손해 볼 것 없는 정당한 품앗이라고, 본인은 주변사람들까지 이렇게 챙기는 바른 사람이라고 합리화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진정으로 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한 적은 물론 단 한 번도 없다. 술에 취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던 그때의 순간들은 30대가 들어서면 자연스레 옅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본인이 그 우정이나 관계에 충실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외적변수로 인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본인이 아무리 잡으려 움켜쥐어도 어쩔 수 없이 놓치게 되는 인생의 진리와 같은 것. 이유는 각자의 결혼과 취업,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굴레들로 본인보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 우리는 이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오래 지내왔든, 상대와 내가 어떻게 상생하는 관곈지 다 차치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각자가 가지고 있다. 회사일이라던가, 본인의 이루고 싶은 꿈이라던가, 혼자만의 시간이라던가, 가족이 생긴다면 와이프, 자녀,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들 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걸 암묵적으로 개개인이 모두 알기 때문에 만남의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고,나이를 먹으며 서로 소원해지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연락도 안되고 얼굴을 비추지 않은 친구들이 있다. 최근에 연락이 닿아 만났던 친구는 3년 동안 자취를 감추고 공부에만 전념해 회계사 자격증을땄다. 그리고는 마침내 모임에 얼굴을 비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과거에 소원했든 안 했든 결국 그는 몇 시간도 안되어 그 모임에 다시 적응했고, 당차고 멋졌다. 더 당당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그 3년이라는 보상이 회계사라는 자격증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본인의 미래에만 집중했던 그 노력이 결국 빛을 본 것.

또 다른 친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의 결혼식을 갔었는데 내 결혼식에는 오지 않았다.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내 기분이 어떻든 간에 그 친구가 내 결혼식에 당시 오지 않았던 이유는 친구인 내 결혼식보다 본인의 임신, 즉, 본인의 곧 태어날 자녀가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거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본인 위주로모든 게 돌아간다. 본인 먼저 잘 돼야 한다. 본인이 잘 풀리면 관계는 저절로 회복되게 되어있다. 매사가 그렇다. 대화 도중 말을 자르는 무례하고 예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결국 본인의 의견이 맞고, 상대보다 본인의 말에 더 힘을 주기 위해 상대의 말을 자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그러면서 그러지 말라고, 상대를 배려하라고 후천적인 ’교육‘을 받았기에 그러지 않는 거고.


이렇게 본인위주의 삶을 사는 사람과, 타인의 눈에 기대어 타인의 삶에 맞춰가는 삶 사이엔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격차가 생길 것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그 모임 다 나가봤자 나중에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간다싶으면 피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만남에 지나치게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건 본인의 삶에 득이 아니라 장애물일 뿐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나는 시간이 있을 때에도 혼자 여행을 가거나, 그냥 방 안에만 틀여 박혀 내가하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그게 돈과 시간을 모두 아끼는 길임을 나이가 들면서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돈을 아끼는 방법, 진정한 짠테크 중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이런 ‘쓸데 없는 만남’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히 서야 한다. 만나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히 ‘친분’의 목적이라면 나는절대 나가지 않는다. 만나는 상대방을 돕거나, 반대로 친한 지인이 도움을 청하거나, 같이 생산적인 무언가 할 수 있는 가령, 독서모임이라던가 부동산 공부라던가, 경제 공부라던가. 이런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만남을 제안하지도 않고 완곡한 거절의사를 한다.  

술 마시면 한번 만나면 기본 10만 원이다. 술 마시면 1차만 가지 않는다. 아주 높은 확률로 2차도 간다. 신나거든. 그럼 일인당 최소 그 정도 비용이 나온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든, 안 벌든 의미 있는 목돈을 만드는 데에는 이런 세는 돈을 줄여야 한다. 송년회니, 신년회니 친분이 주가 된 모임은 어떻게든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친분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은 만나봤자 하는 얘기가 똑같다. 과거에 함께 했던 추억팔이 아니면 함께 알고 있는 제삼자의 근황. 그거 끝나면 서로의 계획공유 및 자산, 자녀 얘기들. 주식을 하는지, 요즘 회사는 괜찮은지, 영양가 1도 없는 얘기뿐이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하면서 각자는 집 가는 길 본인을 돌아본다. 내가 이 사람보다 잘 살고 있는지, 또 다른 친구의 좋은소식을 들었다면 괜한 자극과 질투감 등등. 대개 이 자극은 긍정적이지도 않다. 인스턴트 음식 같은 영양가는 없고 당장의 허기만 채워주는 것들이다. 만약 그 모임에서 그런 자극을 혹은 남의 잘된 얘기들, 이런 걸 한번도 느끼지 못했다면 본인자랑만 하고 온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또라이 불변의 법칙’과같은 개념. 주변에 또라이가 없다 싶으면 본인이 또라이다. 이건 아주 오랜 경험 끝에서 나온 것이다. 일주일에 5번, 6번 술만 먹으면서 지냈던 다년간의 학습이 만든 통계다. 그 돈과 노력으로 집에 가족과 맛있는 거 시켜 먹고, 본인을 계발하는 게 훨씬 미래에 남는 장사다.그걸 빨리 알아야 미래에 절대 배신하지 않을 의미 있는 돈과 추억을 모은다.

미니멀리즘은 물건과 자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가장 주된 것은 관계다. 상대를 피해안주는 선에서 어떻게든 더 세련되고 덜 서툴게 그렇게 줄여가는 사람이 나중에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사람은 어느 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는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에 이를 실행한다. 부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면 위에 내가 말한 계획과 실행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