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의 시작, 함께 모아 나누기
대기업부부는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에 관해 오랫동안 쓰고 싶었다. 이 논제는 사실 정답이 없다. 이 세상에 나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많고, 어차피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에.
구독자가 2,600명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밝힐 수 있는 내 직업은 대기업 다니는 회사원이다. 와이프와 함께 차근차근 작은 곳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내게 고민상담을 하기도 하고, 직업을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점치는 사람들도있는 걸 보면서 사실 감사할 따름이다. 평범한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글로 위로를 주고,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껴 고된 하루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송희구 작가처럼, 일반 대기업 회사원이 쓴 <서울 자가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가 대박 난 것처럼, 일반 회사원도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평범한 사람들 곁에서 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게 TV나미디어에 나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 구독자에게도 더깊이 와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젠 재테크의 영역에서 말하고 싶다. 자격이 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기준은 없다. 그 어떤 일을 해도 각자의 분야에 있어 본인보다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전문가의 영역이란 정의하기에 따라 달린 것이기에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다만, 재테크의 영역에서도 ‘짠테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이 영역에서는 몇 년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책까지 출간한 적이 있기에 내게, 가히 자신 있게 누군가를 알려줄 수 있는 위치가 된다고 판단했다. 짜게 살아가는 인생에 필수적인 재테크 즉, ’짠테크‘가 합쳐질 수 있었기에 지금 30대 초반에 그나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 아닐까. 2018년에 서울에 처음 왔다. 6년 만에 서울에 내 집마련을 한다면 충분히 내 노하우를 말할 자격은 된다고 본다.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사실 나의 꾸밈없는 직설적인 단어들, 비유 없이 바로 때려 박는 팩트폭력 문장들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 좋아해 주시는 거라 생각한다. 애초에 이 브런치라는 앱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폐쇄적인 플랫폼이라 썼던 거다. 이런 직설적인 발언들이, (너무 지나치게) 사실에 기반한 글들이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 있으니 혼자 쓰고 말 거라고. 그래서 거짓말을 절대 안 한다. 전부 오픈할 수 있다.
대기업 부부에, 아직 자녀도 없고 오로지 양쪽에서
Income만 있다. 그래서 솔직히 인생에 돈 걱정이 없다. 둘을 합치면 회사복지는 넘쳐나기에 2주에 한번 5성급 호텔에서 쉬고 올 수 있고, 생필품을 자회사몰에서 50% 가격에 살 수 있으며, 아파도 돈이 안 들고, 교육에, 무이자대출에, 말하면 입 아프다.
근데 소비는 앞으로 소개할 짠테크로 꼭 필요한 데에만 소비한다. 자, 그러면 왜 이렇게까지 짠테크를 하면서, 매일 글 쓰고 미래를 위해 하루를 절박하게 사는가.거기에 대해 말해보면 답은 하나뿐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나은 글들을 오늘 하루도 그렇게 되라고 매일 글을 쓰는 거다.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혹은 사람이 대인관계나 인격면에서 어떻게든 더 나아져야 내 삶도 그렇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이 곧 나를 더 잘 살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날 지켜주는 회사도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에 관해 첫 책을 내면서 많은 문의가 들어왔다. ’어떻게 다 비울 수 있는지‘, ’그렇게 비워서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그래서 얼마를 더 모았는지‘,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등. 내게도 일과가 있고, 하루하루 쓰고 싶은 글이 있기 때문에 일일이 다 대답은 못해줬지만 이 브런치북을 통해 진정한 짠테크가 어떤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소개해보려 한다. 이 쳅터에서는 웜업으로 먼저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연애를 하고 있는 남녀에게 결혼 후 돈관리를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부터 설명하겠다. 짠테크의 시작은 일단 ‘재정파악’이다. 지금 내 자산과 너 재산이 먼저 얼마가 있는지를 알아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자, 먼저 거시적으로 짠테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통장부터 말하겠다. 돈을 모으긴 모아야 하는데 그럼 어디에 모으나?저금통에 모으나, 금고에 모으나? 은행은이렇게나 많은데 통장을 몇 개 어떻게 모아야 할까? 일단 전제되어야 할 것. 따로 모으지 말고 함께 모은다. 잊을까 봐 다시 말한다. 무조건 함께 모은다.
내 주변 거의 어림잡아 절반정도 되는 사람들이 결혼 후 돈관리를 각자 따로 한다. 각자 돈은 각자가 관리하고 매일 일정 금액만 같이 적금 통장에 모으는 식이다. 함께 적금통장을 만드는 것 외에, 솔로일 때와 재정적 상태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예를 들어보자. 명절 때 부모님 용돈을 50만 원 준다고 하면 25만 원씩 각자 각출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물론 장점이 있다. 돈의 유연성이 있어서 돈이 부족할 일이 거의 없고(상대에게 빌리면 되니까), 허락 안 받아도 되니 사생활이 보호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권한이 확보돼 돈으로 싸울 일도 적다.
반대로 어떤 부부는 모든 걸 한 통장에 다 모아서 모든 걸 공유한다. 월급이 인상된 것도, 사고 싶은 것, 주식, 주택청약, 부업 관련, 최근에 했던 지출까지. 자, 어떤 커플이 돈을 더 빨리 모을까. 당연히 후자다. 진짜 목적이 ’돈을 모으는 데‘ 있다면 무조건 바꿔야 한다. 전자는 돈을 모으는 속도에 있어서 후자를 따라갈 수가 없다. 서로가 모르는 비상금 및 수익은 어떻게든 존재하게 되어있고, 그 액수는 날이 갈수록 커진다. 자유는 많이 주어질수록 절제가 힘들다. 나중에는 숨기기 힘든 순간까지 온다. 그러면 적금통장에 있는 돈은 절대 늘어나지 않고 유지만 될 뿐이다. 즉 각자의 연봉이 올라도, 사업이 잘돼도, 모으는 돈은 계속 그냥 그대로라는 거다. 인플레이션에 적용해 보면 오히려 손해다.
그럼 어떻게 한 번에 모을까. 토스뱅크를 추천한다. 토스뱅크는 UI, UX로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어플이다. 놔두기만 해도 2% 이자가 붙는다.(최근 좀 까다롭게 바뀌긴 했다). 우선 ‘생활비통장’을 내 아이디로 한 개 만들고, 와이프 아이디로 ‘목돈통장’을 만든다.
자, 그럼 각자 입출금통장을 포함하면 총 다섯 개가 된다. 기존 적금이나 주식은 그대로 두고 만기 되면 목돈에 다시 파킹하고 더 좋은 상품을 가입한다. 매월 40~50만 원(이는 알아서 정하면 된다)을 생활비 통장에 넣고, 아파트 관리비, 먹는 것, 가스비, 집안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이 생활비 통장에서 해결한다. 그리고 각자의 용돈을 내 입출금 통장에 매월 정해진 날 송금한다. 나머지는 월급이 들어오든, 부업이 있든, 성과급을 받든, 예상에 없던 수입이 있든, 모든 수입을 목돈통장에 넣는다. 그리고 각자의 고정비를 포함한 모든 지출을 여기서 빼간다. 빼 갈 때에는 댓글로 어떤 것에 지출했는지 상세히 남긴다. 너무 쉽다. 이제 이는 분기별 액셀시트에 정리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기회가 된다면 이 엑셀시트도 추후 공유하도록 하겠다. 이 간단한 방법 통장 관리법만 말했는데도 이를 실천했다면이미 중산층의 길에는 왔다고 자부한다. 다음 편에 이어서 또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