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건 최대한 빨리
인생에서 본인이 꼭 해야 한다고 결정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한국교육열로 봐서는 최소 고졸까지는 열이면 열 갈 것 같고, 고등학교 졸업 시점 그러니까 19살 때부터 이제 이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에 각자 놓이게 된다.
1차시점: 대학진학 및 일자리
누군가는 기술을 배우러 폴리텍에 들어간다. 요즘 대학교 1학년 20살들 새내기 입학생 중엔 대학 나와봤자취업이 안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개인의 역량 차이겠으나 SKY대학교 아니, 서울대조차 문과계열은 취업이 안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약 어문계열이나, 지방대생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내놓을만한 경력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사실상 서울에날고 기는 대기업이나 본인이 가고 싶은 고연봉직장은웬만하면 잡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어학연수, 교환학생, 대학 4년 등록금으로 부모님 등골을 휘게 할 게 아니고서야 ‘빠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를 갔다 온 뒤 2학년 때 복학을 하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찾아보면 자퇴를 하고 기술을 배우러 폴리텍대학을 다니는 이들도 많다. 나도 실제 이런 경험이 있다. 아니면 창업을 하던가, 장사를 하던가, 내 관심분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자신 있는 분야를 찾아 떠나고 없다. 꽤나 현명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4학년이 돼서 취업준비를 하려고 보면 이제 전쟁은 시작된다. 서울에 날고 기는 명문대생을 이길 수 있는 본인만의 경쟁력이 뭐가 있을까. 자기객관화된 시선으로내가 사회에서 부족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1인분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가 현재 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근데 그때는? 맞다.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이 취업이 될 때까지 버텨내야만 한다. 스터디카페를 전전할 수도, 방안에 틀여 박혀 문제를 풀 수도, 면접스터디를 갈 수도 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어디든 당연히 취업은 되겠지. 본인이 가고 싶었던 곳에 못 갈 뿐이지. 근데 노선을 조금 바꿔 처음부터 내가하고 싶은 것을 찾아 대학을 자퇴한다거나,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면? 과연 경쟁력이 진짜 없었을까. 어학연수 가서, 교환학생 가서 견문을 넓혀오겠다? 사실 갔다 온 사람은 알겠지만 대학생 때 해외에 나가는 건 역량을 쌓는다는 개념보다는 그냥 놀러 가는 것에 가깝다. 직장인이 되고 나면 시간이 없으니까 그때 아니면 놀 시간이 없거든. 그나마 자기돈으로 놀러 갔으면 다행이다. 부모님이 돈을 대 주셨다면 부모님도 어느 정도는 속는 셈 치고 빌려준 거다. 진로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특히나 요즘같이 개인의 개성과 취향, 역량에만 초점이 맞춰진 시대에 내 일을 결정짓는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이다.
그때는 모른다. 시간이 흘러 빠르면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는 어느 정도 주변 지인들, 고등학교 친구들과 격차가 발생하는데, 일자리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삶의 직결된 문제이기에 삶을 대하는 총체적인 여유가 달라진다.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상태에서 공무원시험준비를 오래 한다거나, 취업준비를 오래 한다거나, 요즘 조롱받는 '그냥 쉼'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보통 직장인 급여기준 월 300만 원의 기회비용을 날리는 꼴이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개인이 버티는 개념이 아니라 그만큼 그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 된다. 어쨌거나 내가 무엇을 하면서 돈을 벌지에 대한 고민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 늦었다 생각할 땐 진짜 늦었다.
2차시점: 결혼 및 출산
만약 본인이 1단계를 늦지 않게 잘 넘어섰다면 축하한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은 있다는 거다. 이제2단계다. 20대는 서두를 것도 없을뿐더러 그만큼 풋풋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이기에 넘긴다. 남녀불문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만 33세를 넘어가면(결혼할) 이성을 만나기가 급속도로 어려워진다. 이 어렵다는 주체는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본인의 이상향과 환경이다.
가장 먼저 본인의 이상향의 급이 높아진다는 것. 본인이 돈을 버는 만큼 상대도 그렇기 바라고, 집안이나 외모, 자산, 소득 모든 것이 본인과 어느 정도는 맞춰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손해보지 않으니까. 여기서 남자는 본인이 버는 만큼 여자의 나이가 어리길 바라고, 여자는 본인의 나이가 어린 만큼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원한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여자는 나이는 좀 있어도 더 능력 있고 돈 많은 첫 번째 남자를 만나길 바란다. 이 돈 많은 남자는 다시 어린 여자를 찾고, 어린 여자는 젊은 남자를 찾고 비매칭 무한루트. 해결책은 눈을 낮추는 건데 그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본인만의 아집에 갇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환경이다. 대개 30대 직장인들은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지친다. 퇴근하면 집에서 밥 먹고 기껏해야 운동, 산책, 자기 계발 조금 하기 바쁘다. 사실 운동 하나 하는 것도 대단한 거다. 누군가를 만날 시간 자체도, 의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시간을 내어 노력해야 한다. 비혼주의자가 아니고서야 경제적으로 보나, 삶의 이유로 보나, 결혼이라는 것은 인생에서 얻는 영역이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미혼이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 우스갯소리로 싱글세를 납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다. 혼자 사는 미혼에 떼가는 세금이 육아휴직 급여, 결혼 세액공제 등 결혼과 출산을 하는 대상에게 다 쓰이니, 싱글인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것.
여기서 출산은 또 다른 문제다. 여성의 가임기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칠수록 여성은 더 조급해지고, 설령 결혼해서 출산을 했다 하더라도 늦게 육아를 한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나만의 자유시간이 점점 더 줄어드는 격. 애 키우고 나면 나이 50넘는다. 그래서 결혼과 출산을 할 때에 그 결정도어쨌거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3차시점: 자산증식
언제까지 회사가 나를 책임져주나. 최대 늦어도 만 60세다. 어떻게든 젖은 낙엽처럼 붙어있어야 나오는 계산이다. 자, 그럼 100세 시대 이제 40년이 남았다.
만약 돈이 없다면? 어떻게 길고 긴 남은 여생을 버틸 것인가. 요즘은 환갑은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제2의 인생이라고 축복해 준다. 그때서야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코인이니 시작하면 조급함이 따라와 필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특히 사회에 나오면 퇴직금을 두둑하게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하이에나들이 덤벼들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로 큰돈을 잃는 것은 부지기수. 사기가 넘쳐난다. 얼마나 흔하냐 하면 주변에서도 삼촌이나 친척이나 퇴직금으로 프랜차이즈를 차렸다거나, 다른 어느 곳에 투자했다거나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조급함이 없으려면? 나는 어떻게 자산증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일찍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아예 하지 않고 그 시간을본인에게 투자한다면 안정적인 제2의 일자리라던가, 무언가 먹고살 수 있는 본인만의 무기가 당연 생기겠지.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어떤 실행은 어떻게든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거다. 여기서 하나 더. 만약 2번이 된상태에서 3번을 빨리 시작했다면? 자산이나, 결혼해서가정의 안정은 두 배, 세배로 찾아온다. 가족이 있으니 당연히 집이 있을 것이고, 집이 주는 1 주택의 안정감에 주식이나 코인이나 좀 더 가변성을 띄는 재테크의 영역에 진입하면 조금 떨어져도 멘탈 흔들림 하나 없다. 주식이나 코인에 올인한 미혼은 반대로 며칠 전처럼 트럼프 한마디에 주식이 폭락했다 가정하면 내 전재산이기 때문에 멘탈이 나가고, 일에 집중도 안된다. 근데 심지어 내 몸하나 누일 집 하나 없다. 월세는 자꾸빠져나간다. 어떤 것이 더 나을지는 본인이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처럼 인생에서 빨리 결정하고 시간에 맡겨 꾸준함을요하는 것들은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는 선택일 확률이 높다. 그걸 알면서 늦추는 건 본인에게 그 어떤 효익도 없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땐 진짜로 늦은 것이다. 2번이 안 됐다면 3번이라도, 혹은 3번이 안 됐더라면 2번이라도 만들어감으로써 최소한 삶의 안정은 찾을 필요가 있다. 어차피 해야 할 거면 하루빨리하는 게 마음 편하다. 누군가는 조금 늦더라도 본인의 상황에 맞게 계획하며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것도 물론 의미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어차피 해야 할 것을 빨리 끝내버리면 다음 스텝을 밟는데 그 어떤 불안이나 부담이 없는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