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Apr 13. 2023

옷은 왜 잘 입어야 할까?

나를 꾸미는 것에 대한 소고

바야흐로 자기 어필의 시대다. 어릴 적부터 유행에 민감하여 아주 어릴때부터 엄마가 매일 아침마다 챙겨주는 옷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 당시 인터넷 크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늘 새로운 유행을 찾아다니고 주말마다 백화점이나 시내로 가 옷이나 신발 구경을 했다. 폴로가 유행할 때에는 있는 없는 돈 다 긁어모아 폴로 니트를 사면 그날 하루는 기분이 참 좋았다. 남들이 가지고 싶어 했던 옷과 신발은 꼭 가져야 했고 매일 똑같은 옷과 신발을 입는 것이 지독하게 싫었다. 사춘기 시절, 누군가 나를 판단할 때 겉모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믿었고 언제나 유행을 좇는 트렌드세터가 되어야 원만한 대인관계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지금 30대에 접어들고 느낀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이다. 옷을 잘 입고 외면적으로 늘 멋있게 다닌다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은 기필코 맞다. 다만 겉모습으로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심지어 나이가 들면 입는 옷이 한정적인데다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 윤곽이 잡히기에 이쁘다고 해서 굳이 무분별한 소비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왜 이토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걸까?


 첫째, 나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요즘은 개성의 시대다. 나를 그만큼 드러내고 알려야 더 많은 기회, 관심을 받는다.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아간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똑같이 살아간다.

 회사, 학교 등 우리가 있는 곳에 다소 획일화된 사람들의 겉모습에서 옷은 나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결정되고 관심사를 알 수 있다. 특히나 본인의 개성을 가장 상대방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옷이다. 즉, 셀프브랜딩을 하는 데 효과적이다. 내가 나이키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이키 한정판을 어렵게 구해 신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고 힙합을 좋아한다고 하면 남들이 쉽게 구할 수 없는 브랜드의 후드티나 모자에 열을 올릴 것이다. 영국 신사 같은 깔끔하고 정적인 느낌을 좋아한다면 정장브랜드를 줄줄 꿰고 있을 것이다. 빈티지한 스트릿느낌을 좋아한다면 컨버스를 색깔별로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굳이 비싼 브랜드를 살 필요도 없다.

 과거에는 옷은 단순히 내 몸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패션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써 그만큼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지 나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소통창구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드래곤을 보자. 지드래곤이 신은 나이키 한정판은 돈을 몇백만 원을 주고도 살 수 없고, 반스신발을 한번 구겨 신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그 바로 다음 해 반스에서는 구겨진기 편하게 뒤가 뚫려있는 신발을 새로 개발했다. 왜냐하면 지드래곤이 그렇게 신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다 따라 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플루언서도, 기업에서도 패션을 대중들과 소통하는 문화의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다. 옷을 잘 입으면 가령 열명이 길을 지나간다 했을 때 한 번쯤 더 뒤돌아보게 된다. 그중에 한~두 명 기억에 남는 사람은 결국 겉모습에서 본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2. 자기 관리 및 자존감 향상

옷을 잘 입고 본인을 잘 꾸밀 줄 아는 사람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며 대개 맞다. 

 취업준비생 시절 365일을 추리닝 세트를 입고 다니니 어딜 가든 자신감이 하락했다. 남들은 정작 내 옷차림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혼자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 한 번은 멀끔히 차려입고 시내에 나가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비록 직업은 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었지만 스스로 당당하고 자신감이 차오르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옷차림은 남들 시선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의 자신감을 높여준다.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을 보자. 김어준에게능 유명한 보스 일화가 있다. 본인이 유럽여행에서 돈이 다 떨어져 전재산 120만원이 남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갈지 말지를 고민하다 보스 정장을 샀다. 물론 그 당시 김어준은 남은 120만원으로 다달이 나누어 계산하여 아주 빈곤하게 여행을 하다 며칠 더 유럽에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좀 달리 먹었다. 보스정장 한 벌을 120만원 주고 사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펜션 아르바이트였는데 보스를 입었기 때문에 그날 30명을 넘게 숙소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펜션 주인은 제발 한국으로 돌아가지 마라고 오히려 김어준을 말렸다고 한다.

 여기서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인상, 겉모습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옷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 30명은 전부 다 보스 정장을 입은 김어준이 믿음직해 보였기 때문에 그 펜션을 찾아갔을 것이다. 만약 허름하게 반팔티 하나 입고 호객행위를 했다면 그 누가 그 펜션을 눈여겨보았겠는가?

 당시 취업준비생시절, 내가 느끼는 가장 큰 후회는 하고 싶은 것을 취업 준비 후로 모두 미룬 것이다. 나는 옷을 정말 좋아하고 꾸미는 것을 참 즐기는 사람인데 그 당시 앞에 놓인 취업이라는 숙제 때문에 모든 것을 뒤로 미루며 누추한 겉모습에 내 자신감마저 하락해 버린 것이다. 취업준비를 할 때 연애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맛있는 것을 먹지 말라는 법도 없고, 술 한잔 못하게 누가 강요한 적도 없다.  그저 스스로 취업에만 목매달려 모든 것이 불안했고, 자존감이 하락하고 싶은 것들을 취업 이후로 미룬 것이다. 김어준도 보스를 입은 이유는 지금 행복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내 스스로를 꾸미고 자기관리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나 스스로도 무한한 자신감과 자존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말끔히 구두를 신고 재킷을 입고 향수를 한번 뿌린 뒤 집을 나서보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것이다.


3. 상황에 맞는 예의를 갖춘다

옷에 관심이 없는 남자들이 많다. 결혼을 준비하며 웨딩촬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여성분들은 옷을 3벌밖에 교환하지 못하는 것에 늘 아쉬워한다. 내 여자친구도 11만원을 더 추가해 3벌이 아닌 4벌로 웨딩촬영을 예약할 만큼 여자들은 외모나 옷차림에 관심이 많으며, 본인을 꾸미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나도 옷 입는 것을 좋아해 사진작가분에 남자는 몇 벌 갈아입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러자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남자는 옷을 갈아입는데 무제한이란다. 어차피 10벌, 20벌을 입게 해줘 봤자 남자들은 정장만 두벌 들고 오고 옷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많이 갈아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웨딩촬영을 할 때는 옷에 관심이 많고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면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더 다채롭고 풍성한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웨딩촬영은 여자는 누구나 항상 이쁘기에, 남자가 꾸미는 것이 전체적인 사진의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

 결혼식에 가면 많은 옷차림을 보게 된다. 츄리닝이나 후드티를 입고 오는 사람도 난 본적이 있다. 옷을 좋아하면 상황과 장소에 맞는 옷을 멋스럽게 입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경조사 때 옷이 없어 친구에게 빌리거나, 당일에 구매를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정말 많다.  


4. 섹스어필

옷을 잘 입으면 내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섹스어필을 할 수 있다. 동물들도 마음에 드는 이성을 위해 본인을 꾸민다. 교미를 하기 위해 공작새는 더 화려한 날갯짓을 하고, 어떤 새는 본인의 집을 꾸미기 위해 나뭇가지를 평소보다 더 많이 들고 와 암컷새가 들어오기 쉽도록 입구를 푹신하게 만든다. 이런 동물들도 자기를 어필하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멋있어 보이려면 옷을 잘 입어야 한다. 첫인상에서 대체적으로 70% 이상 판가름 나기 때문에 옷을 잘 입으면 당연히 더 멋있어 보이고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이성에게 줄 수 있다.  


5. 색다른 기회를 얻는다

 옷을 잘 입어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사례도 많다. 내 친구는 실제로 옷을 정말 잘 입는데, 패션 매거진에서 모델로 활동해 달라는 제의도 받았다. 패션 커뮤니티에 협찬받은 신발이나 옷을 공짜로 매달 받아서 최근에는 옷과 신발을 돈을 주고 산 적이 없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김어준의 보스처럼 말끔한 겉모습을 보고 아르바이트에 뽑힐 수도 있고, 회사 면접에서 합격하기도 할 것이다. 옷을 잘 입음으로써 멋있고 깔끔한 이미지덕에 길거리나 카페에서 번호를 따이는 경우도 흔히 있다. 특히 롤렉스 시계와 같이 네임드같은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거나 가방을 들고 있으면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약속이 있을 때 본인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으며 이는 좋은 성과로 이끈다.


 이렇게 옷을 잘 입으면 좋은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태껏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며 겉치레를 중시하지 말고 내면을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이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말한 미니멀리즘과 옷을 잘 입는 것의 균형 즉, 교집함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옷이 많아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정답은 단순히 입을 옷이 다양한 것을 넘어 어울리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다면 충분히 미니멀리즘과 옷 잘입기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어떻게 옷을 잘 입으면서 미니멀리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걸까?

 먼저, 과감히 버려야 한다. 3개월 이상 입지 않은 옷은 과감히 뒤를 돌아보지 말고 버려야 한다. 그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것을 본인도 아는 것이다. 안 맞거나 안 입는 옷은 버리고 계속 입을 옷은 비싼 것을 사야 한다. 비싼 것이 재질도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다. 가령 단색 디건이나 니트, 코트는 어디에든 받쳐 입기도 좋고 꾸준히 입을 것이기 때문에 비싼 브랜드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코트는 특히 비싼 걸 사야 매년 겨울 돌려 입을 수 있다. 가격이 싼 코트는 직포와 같은 느낌을 주고 멀리서만 봐도 정말 저렴한 코트라는 것이 티가 난다. 이것은 안 사는 것만 못하다. 한 겨울 입고 내년 겨울에는 절대 입지 못한다. 왜냐하면 재질도 좋지 않기 때문에 보풀이 피기 때문이다.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내가 자주 손이 가는 옷은 무조건 비싼 것으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 여름에는 자주 빨아야 하기 때문에 비싼 옷을 살 필요 없이 스파브랜드에서 똑같은 색의 반팔티를 기본 3개 이상 사서 돌려 입자. 자주 빨면 어차피 해지기 때문에 비싼 것을 살 필요가 없다. 흰색 티 3~4개만 있으면 어떤 바지를 입어도 어울리기 때문에 그렇게 돌려 입어도 무방하다. 같은 색의 옷을 사도 전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스스로 만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니멀한 옷차림이다.

 미니멀한 옷차림의 가장 좋은 점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유럽여행에서 산 100만원 짜리 가죽재킷을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현재 잘 입고 있다. 그리고 이건 비싼 것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매년 겨울 가죽크림으로 가죽재킷을 발라주며 관리한다. 과감하게 비싼 것을 구매했기 때문에 가진 것의 소중함을 더 아는 것이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보지 못한 나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늘 본인을 가꾼다면 옷도 자연스레 잘 입게 되고 앞서 말한 모든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중2 때 처음 신었던 바둑판 모양의 반스 신발은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유행 중이며, 고1 때 유행했던 나이키 에어포스는 현재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패션뿐만이 아니라 세상만사가 그렇다. 2017년에 유행했던 비트코인은 지금 다시 상승하여 많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옛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유행은 계속 돌고 돌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게 좇기보다는 나만의 줏대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늘 본인을 가꿔 나간다면 옷을 잘 입는 그저 ‘스타일 좋은 사람’을 넘어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고 성공을 얻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에 드는 여자 100% 꼬시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