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분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 아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어떤 사연이 있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지만, 그 회식 자리가 썩 유쾌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업무적인 케미는 좋지 않았다. 성격적으로도 잘 맞지 않아서, 나는 가능한 같이 있는 자리를 피하려 애썼다. 표정 관리를 잘 못하는 나는, 그와의 만남이 어려웠다. 그가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분의 희망퇴직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켠에 안타까움이 스며들었고, 진심으로 더 나은 곳에서 행복하길 기도했다. 그러나 그 마음도 잠깐이었다.
인수인계 기간 동안 그를 자주 마주쳤다. 그때도 나는 그와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퇴사를 앞두면 모든 감정이 해소될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이 어리석었다. 그는 여전히 똑같았고, 나의 태도도 변함없었다.
어제, 드디어 그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았다. 술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못다한 얘기도 하고, 이젠 정말 마지막임을 실감했다.
나는 MBTI 테스트에서 IN"F"J로 나온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다들 나를 IN"T"J라고 한다. 왜일까?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일까? 아니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그에게 마지막으로 (반강제적으로) 적은 짧은 편지를 쓰면서,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빽빽하게 적고 있는 나를 보며, 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진짜 나를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그때그때 하는 것이 건강하다고 말하는 내가 정작 반대로 살고 있는 모습이 씁쓸했다. 언젠가부터 감정을 숨기고 표현을 아끼게 된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마지막 그의 포옹이 내게 더 많은 숙제를 안겨주었다.
현실에 치여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다니다 어느새 그 가면이 나의 얼굴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힘들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일기를 읽는 누군가도 분명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날들이 이어져도, 때론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 속마음이 때로는 아프고, 상처받을지라도, 그것이 진정한 자신을 찾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게 마지막 포옹을 건넸던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서로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느끼고, 서로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간이 흐르면 이 기억도 희미해지겠지만, 그때 나는 진정으로 나를 마주했던 그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지칠 때,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나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의 앞날에 무한한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