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남긴 교훈

by 홍정교

회사에서는 매주 화요일마다 영어 수업이 열린다.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업무이다 보니, 영어에 열정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표님께서 자진해서 수업을 해주신다. 그 마음이 진심으로 참 감사하다.

수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미리 회화 주제를 알려주시면 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영어로 이야기하며 회화를 공부하고, 영어 논문을 해석하며 문법과 독해를 익힌다. 비록 엉터리 영어로 더듬거리며 말하고 해석하지만, 이 영어 수업 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일을 합법적으로 안 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정말이다.) 나만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장일지라도, 조금씩 영어 실력이 늘어나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특히 회화 시간은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번 주제는 "Tell me about an embarrassing moment. When do you usually feel ashamed or embarrassed?"(부끄러웠던 순간을 얘기해주세요. 보통 언제 부끄러움을 느끼나요?)였다. (굳이 번역을 안 해줘도 되는 걸 알지만, 혹시 몰라서 적는다.)


늘 흥미로운 주제들이지만, 이번엔 특히 더 깊이 빠져들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 부끄러움을 느꼈을까?' 10초도 채 되지 않아 답이 떠올랐다. 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정보를 정답인 양 떠들고 다니다 그게 잘못된 정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최근에 한 친구와 처음으로 단둘이 술을 한잔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친구라 잔뜩 경계하며 술자리에 나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둘이서만 만난 것은 처음이었기에 솔직히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주변 친구들에게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주변에서 그 친구를 험담할 때마다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술잔이 몇 차례 오가며 분위기는 부드러워지고, 서로의 속내를 조금씩 터놓기 시작했다. 친구의 이야기는 이랬다.


어릴 때부터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컸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비록 주변에서 자신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피해 준 적은 없었기에 스스로 당당했다고 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어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주변에 하나둘씩 떠나가니 남은 사람이 몇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내 가슴 한켠이 묵직해졌다. 남에게 피해 준 것 없이, 한 푼이라도 아끼며 열심히 살겠다고 마음먹은 친구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에 동조하며, 직접 이야기해보지도 않고 '원래 그런 사람일 거야'라고 단정 지은 내가 부끄러웠다. 친구는 진심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나는 편견 속에 갇혀 그 마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어떠한 위로도, 동정도 해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자리를 얼른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친구의 이야기만 듣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어슴푸레 비추는 길을 걸으며, 내 마음속에도 어둠이 깃들었다. 나는 얼마나 쉽게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는가. 직접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남의 말만 믿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나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웠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행동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어쩌면 내 작은 선입견과 편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결국 나의 인간관계를 좁히고, 깊이를 얕게 만들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의 말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 눈과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직접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 자신도 더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그 친구에게 다시 연락해보고 싶다. 그날은 주로 내가 듣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보고 싶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우정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경험을 통해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소중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쩌면 내가 놓친 소중한 인연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남의 평가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직접 느끼고 소통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행복과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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