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이 방향이 되길

사진집을 만들면서 든 생각

친한 사진관 사장님이 가게에서 사용할 샘플 책자를 부탁하셨다. 이전에도 여행을 갔다 오면 쌓이는 필름들로 사진집을 만들어주곤 하셨는데, 이번에는 일상 사진으로 구성된 사진집을 요청하셨다. 여행 사진들로 사진집을 만들 때는 "일본 여행 사진집", "몽골 여행 사진집"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었지만, 일상 사진으로 구성하려니 주제를 선뜻 선정하기 어려웠다. 내가 찍은 사진들의 방향성을 하나같이 달랐고, 이 사진들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니,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떠올릴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사진첩 속을 방황하는 것뿐이었다.


사진을 시작했을 때 찍었던 사진들. 건축물의 일부만을 담아 그들의 패턴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게 나의 사진 초심일까.


제목은 "a two-year archive, 2년 간의 기록집"이다. 여행이 아닌 일상의 기록, 기록의 책자, 계절의 흐름 등 다양한 후보가 있었지만, "2년 간의 기록집"이라는 꽤나 단순한 제목을 선정했다. 앞서 말했듯, 내 사진들의 방향은 달랐고, 그 속에서 방황하던 내가 내린 결론은 없었다. 사진집의 방향을 정하지 않고, 봐줄 만한 사진들을 나열하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어쩌면 봐줄 만한 사진들을 나열하는 것이 방향일 수 있겠지만, 그때의 나에겐 방황으로부터의 도망이었다. 도망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길 바랄 뿐이었다.


어두운 공간 아래, 화사한 꽃들 사이에서 피아노를 조율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도망이 아닌 일보 후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해 보고, 나의 장면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일단은 나를 돌아보고, 나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방황이 방향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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