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필름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고찰_0003
나는 특허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근래 새롭게 출원되는 특허들은 모두 편리성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특허들 뿐이다. 반도체나 배터리 생산에 있어, 작업 편의성 개선 및 제조 단가 절감을 위해, 라이다 센서 및 카메라를 도입한 용접부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이 등장하고, 센서를 통해 감지한 사용자의 보행 주기를 기반으로 사용자 걸음걸이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보정 및 개선하기 위한 로봇의 보조력 및 운동 궤도 제어 기술들도 출원된다.
그리고 나는 필름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한 장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필름에 맞는 감도(ISO)를 맞추고, 레버를 당겨 필름을 감고, 장면을 찾아 조리개와 초점을 조절하고,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한 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이렇게 담은 사진은 어떻게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 사진관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한 후에야 그 결과물을 알 수 있다. 필름으로 사진 한 장을 찍는 일은 불편하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직업의 내가 왜 이렇게 불편하고 번거로운 취미를 가졌는가.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이 직업인 내게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가득한 필름 사진은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와인딩하여 매수계가 1이 되는 순간, 초점링을 돌려 뷰파인더 속의 피사체가 선명해지는 순간, 셔터를 눌러 찰칵 소리가 나는 순간. 이 모든 순간이 나를 즐겁게 하는 불편함이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