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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Oct 21. 2020

친구의 생일에 내가 선물을 받았다

관계의 소중함 

어느새 벌써 10월 중순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부터 창업을 준비했고 재작년 이맘때는 일본 공항일을 시작했었다. 10월은 뭔가 준비하고 시작하는 나에겐 조금 특별한 달이다. 그래서일까 10월은 명절부터 시작해 상당히 정신없이 지나갔고 가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게일을 비롯해 내가 가진 문제를 몰두하는 것만으로도 내 뇌는 과부하 상태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이 친구는 늘 우리 단톡 방에 있는 모든 애들의 생일을 먼저 챙기고 먼저 알아봐 주고 축하해주는 기특한(?)녀석이다. 평소 히키코모리라 집에서 잘 안 나오지만 본인 생일이라고 장사하는 나를 배려하여서인지 동업했던 친구 차를 타고 가게에 왔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갑자기 목요일에 와서 파스타를 해 먹는다는데 솔직히 나는 내 가게가 한가한 것도 있지만 그 때문에 내 주방에 들락날락 거리며 내 공간을 침입하는 건 별로 반기지 않는다. 물론 그들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겠지만 일단 내 가게가 한가하다는 게 나에겐 이미 스트레스인데 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다. 


아무튼 이 두 명이 와서 투움바 파스타를 비롯해 나는 치킨을 준비했다. 요즘 많은 고민 중인 낮 장사가 확실히 좋지 않은 상황인지라 낮에는 대체로 한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밤 장사가 엄청 잘되는 것도 아닌...) 그리하여 뭐 뜻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조금은 귀찮고 짜증 난 마음으로 반은 포기상태로 그래 맘대로 해라 하고 그냥 같이 음식 만들며 점심을 먹었다. 이때만 해도 돈은 받기 뭐하고 안 받는 건 짜증 나고 또 파스타 준비로 재료 등을 사서 만들어준 친구 입장에선 너네 줄려고 이렇게 준비해서 만들었는데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그러면서 그냥 일단 먹기는 하는데 영 좋지는 않았다.  그러다 두 명이 오늘 무슨 날인지 아냐고 물었다. 잠깐 전에 같이 동업했던 친구는 평일에 일하는데 오늘 일하는 곳 창립기념일이라고 쉰다했었기에 나는 니 일하는데 창립기념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근데 사실 그때 살짝 느낌이 오긴 했었다. 파스타 만들러 온 친구 생일이라는 것을! 


카톡을 보라고 하면서 결국 그 친구 입에서 "내생이다새캬"라고 들었다. 역시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가질 않나 보다. 올해 내 생일에 좋은 지갑을 선물 받아서 참 미안해졌다. 본디 내가 먼저 축하해주고 밥이라도 샀어야 하는데 먼저 찾아와서 음식도 해주니 오히려 내가 선물을 받은 거 같았다. 지난 8월부터 가게 운영이 많이 힘들어지고 안 좋은 일들도 생기면서 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소홀했었다. 그럼에도 10년 지기 이 놈들은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서로 바보짓도 많이 하고 아직도 애들 같지만 이럴 때엔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이런 관계의 힘으로 또 살아가게 되는구나 싶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가 형성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촉매가 되어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로 인해 삶의 달라지게 되는 거 같다. 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 소중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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