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테 Dec 09. 2020

11년 8개월 그녀가 떠났다

많은 장사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코로나 19라는 엄청난 블랙스완을 만나고 버티지 못해 폐업하는 시국이다. 물론 그만큼 또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승승장구하는 곳도 있으며 새로 시작하려는 창업자들은 권리금과 임대료가 낮은 지금이 적기라며 뛰어들기도 한다.(다만 그만큼 판이 바뀌고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이번 달로 내 가게를 운영한 지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8개월간 정말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래서일까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그중 한 사람인 앞집 헤어 카페 사장님이 이곳을 떠났다. 


11년 8개월


매일 나보다 일찍 나와 저녁 7시 반쯤 퇴근하시는 엄마보다 나이가 많으신 여사장님 그렇지만 나보다 더 목소리에 힘이 있고 친화력이 좋고 단골이 많아 늘 사람들이 끊이질 않아 보였다. 이곳에서 12년 가까이 있으시면서 정말 숱한 일들도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그건 분명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고 그래서일까 마지막 모습은 왜인지 시원섭섭하면서 쓸쓸하고 허탈한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조금의 분노도 느껴졌다. 벌써 그녀가 떠난 지 일주일이 된 거 같다. 마지막 8개월은 우리 가게와 함께 했는데 나는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헤어 카페가 부러웠다. 역시 미용기능장이셔서 그랬을까 아니면 오래된 가게라 자리를 잡아서였을까 어떤 이유든 대단하고 부러웠다. 그런 그녀도 늘 스트레스받아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주차문제였다. 은근히 단골이 된 헤어 카페 손님들은 멀리서도 차를 타고 와서 머리를 하곤 했는데 때문에 가게 옆 주차공간은 헤어 카페에겐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고 늘 사수해야 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동네는 주정차 단속 지역이 아니기에 내 땅이 아니고선 그 자리에 주차를 한다 해서 견인을 하거나 법으로 끌고 갈 수가 없었다. 이런 점을 악용한 못된 사람들이 그냥 주차를 하고 휙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우리 가게도 마찬가지였는데 가게 오픈 초창기에는 꽤나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가끔 그리고 휴일에 가게를 와야 할 때면 역시 나하고 주차를 해놓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헤어 카페는 우리 가게보다 그런 차들의 공격(?)을 많이 받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 안에서 뛰어나와 주차하는 차량을 살피는 그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일을 11년 8개월간 한자리에서 버티고 했으니 정말 대단하다. 


그녀가 떠난 건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마중도 이별 선물도 못했다. 그저 한통의 전화가 걸려와서 잠시 대화를 주고받고 서로 파이팅하며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 친절은 했지만 잔정은 없었기에 엄청 서운하거나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잘 대해준 좋은 사람이 한 명 곁에서 떠난 건 분명 슬픈 일이다. 발목의 부상도 있고 코로나와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봄이 되면 서울에서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 잘되길 기도할 뿐이다. 추운 겨울 마음에 한차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의 생일에 내가 선물을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