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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Dec 26. 2020

인생은 언제나 모험이다

목숨 걸고 살아야 하는 이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오너 셰프로써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1인 가게다 보니 이것저것 올라운드로 해야 할게 많았고 경영이란 건 처음이다 보니 내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끌기도 어려웠다. 



요리에 맞추느냐 고객에게 맞추느냐 


요리사로서 나는 재료 손질과 재료의 궁합과 조리법이나 아무래도 일반인보다는 조금 더 잘 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감칠맛을 이끌고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방식대로 만든 것이 꼭 먹는 손님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 가게 치킨 같은 경우 일반 프랜차이즈들의 크리스피 방식처럼 딱딱한 튀김이 아닌 닭고기 육질에 집중한 일본식 가라아게와 비슷한 부드러우면서 파삭한 치킨이다 최근 어떤 사람이 이걸 기름에 절었다고 하면서 악평을 남겨서 속앓이를 했는데 이는 개인의 입맛 차이이기에 더욱 당혹스럽고 어지럽다. 또 우리 동네는 매운맛을 비선호하는 약간 한국인 같지 않은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동네다. 그동안 숱하게 다녀보고 먹어보고 배워온 내 평균값의 맵기 정도로 음식을 만들어도 맵다는 의견이 많아서 맵기를 줄 인적도 있는데 아는 사장님은 손님의 입맛보다 요리에 맞는 맛으로 맞추는 게 맞다고도 하니 참 어느 장단에 놀아나야 할지 뫃르겠다. 




식사와 요리의 차이 


젊은 세대에서는 쌀이 굳이 주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서양식이 많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퓨전음식과 대 배달음식 전성시대를 맞이해 우리의 주식은 굳이 쌀이 아니어도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나이 때가 올라갈수록 쌀의 선호가 엄청 심해지고 식사는 무조건 쌀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 같다. 때문에 '치킨 말싸미'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메뉴인 육회비빔밥이 아직도 메뉴에서 계속 고정돼있는 것은 동네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요리는 식가와 다르게 조금 자극적이고 강한 맛을 내도 된다고 판단이 든다. 이것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것으로 요리는 밥도 먹기도 하지만 안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술 마시는 사람에게는 강렬한 맛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 소신껏 만들어본 음식들도 결국 시행착오를 거치며 계속 가다듬어지는 중이다 물론 맛이 변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은 문제없다는 생각하에 그러고 있다 혹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아니라 그건 안심해도 좋다. 



 


삶의 태도나 가치관도 시간에 따라 바뀐다 


장사를 하면서 많은 문제들을 끌어안고 하나씩 풀어가다 보니 나 스스로도 바뀌어가는 점들이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처음에 옳다고 생각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잘못된 선택이었나 싶기도 하고 또 미래에 대한 불안과 안 좋은 예감들이 진짜 일어날 때면 너무도 후회스러우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체념하고 다음 수를 생각해본다. 이러한 일련의 연속들이 어느샌가 이전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곤 한다. 늘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미래를 꿈꿔왔지만 연이은 코로나 폭탄에 이번엔 너무 휘청이게 되어 마음부터 꺾여 버린 거 같다. 이 가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나 스스로가 그렇게 단정 지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분명 실패자가 될 수는 있지만 패배주의자가 되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분명 지금도 방법이 있고 이럴수록 더 발버둥 쳐야 하는데 조금 지쳤다고 조금 힘들다고 자꾸 다른 곳에 눈을 돌리니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솔직히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모든 선택이 다 힘들고 어렵다) 분명 초심을 잃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그럼에도 소신 있게 결국 선택과 책임은 내 몫이다 


소신껏 살기는 내 좌우명이지만 생계가 달린 순간부터 남을 의식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보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 뭔지를 계속 연구했는데 결국은 이모양이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소리도 듣기는 해야겠지만 분명 나다운 색깔을 잃어버린다면 누구도 나를 우리 가게를 찾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여 이제부터는 내색깔을 내보려 한다 그 시작으로 전국 어디에도 없는 우리 가게만의 스페셜리티를 개발해 적극 홍보해볼 생각이다 언제나 모험은 목숨걸고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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