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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테 Sep 21. 2021

동해에서 서해로 3일간 뜻밖의 여정

이번 연휴에 얼떨결에 동해에서 서해로 3일간 무작정 떠나게 되었다.



실패 없는 계획은 무(無) 계획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대사에서 조금 머릿속에 남은 말이다. 나는 본디 MBTI도 INFJ -A 뛰어난 전략가형 인지라 계획이 없는 삶을 살기가 어렵고 이해하기도 정말 어렵다. 그런 내가 이번 연휴 전혀 계획에도 없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목적은 있었다. 블로그를 요즘 동생과 벌금내기로 꾸준히 쓰면서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그렇게 새벽 4시 조금 넘어 도착한 동해바다 강릉 아들바위 있는 곳에서 하늘에 구름이 걷힘에 따라 넒고 푸르고 드넒은 태평양 바다가 펼쳐졌다. 하늘도 너무 찬란하고 높고 푸르렀다. 그 광경을 눈에 새기고 나서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공간 같은 풍경만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일상의 단조로움에 사는 것도 단순하게 되는 거 같다. 단순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인생의 허무함에 우울증 걸리기 십상이다. 아주 가끔은 무계획인 여행으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이번 무계획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한다. 계획된 여행은 아무래도 내가 어디를 가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행할지를 다 짜기 때문에 무계획 여행에서 만큼의 신선한 자극은 감소되리라 생각한다. 일상에 단조로움에 삶의 활력이 떨어진다면 불안한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과자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동생 때문에 일요일은 가평으로 떠나게 되었다. 블로그 체험단으로 가평 쪽에 여러 개가 잡혀서 따라갔다. 전날 동해바다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바로 강으로 여행을 가니 신기할 따름이지만 가평 페리 위에서 여유로움을 한껏 누리고 왔다. 페리 안에는 조그만 매점이 있었는데 가격은 죄다 2000원이었다. 50분짜리 페리에서 과자를 3개나 구입한 건 충동적이었지만 인당 하나씩 먹으라고 샀다. 날씨가 흐린 탓에 2층에서 자리를 잡고 발 뻗고 여유로움과 부자의 삶은 이런 것일까 하며 상류층의 기분으로 배를 탔다. 가평은 수상레저가 유명하기에 제트스키부터 웨이크보드 등을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는 바다 오늘은 강과 산 자연의 멋스러움을 감상하며 배 위에서 먹은 과자는 꿀맛이었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간혹 '돈 그깟이꺼 많아봐야 다 쓰고 죽지도 못한다',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트러블이 생긴다'등의 가진 자들을 깎아내리는 말들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우선 그만큼 가져보고 말하자'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이번 페리를 타며 북한강과 주변 풍경을 만끽하며 더욱 느끼게 되었다. 더 욕심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겪어본 세상밖에 세상을 모른다. 어쩌면 페리 위에서 보다 하늘 위에서 과자를 먹으면 더욱 맛있을지도 모른다. 드넒은 세상 이 우주에서 우리가 겪는 일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내 세계를 키우고 싶다.




삶은 기적의 연속이다


어제 이번엔 인천 서해바다에 조개 잡으러 갔다. 솔직히 어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피곤하기도 하고 내 할 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책을 여러 권 구입했는데 1권도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또 블로그도 써야 하고 유튜브도 공부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답답했다. 그렇지만 또 콘텐츠 발굴이라는 명분과 맛있는 거 사준다는 엄마의 꼬드김에 아침에 비몽사몽 깨서 준비하고 떠났다. 다행히 어제는 날씨가 좋았고 바닷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햇빛이 따사로운대도 뜨거운 줄 몰랐다. 서해는 동해와 달리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서 만조와 간조가 발생하고 하루 두 번 12시간 간격으로 생긴다. 이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쯤만 돼도 아는 상식이지만 실제로 바닷물이 얼마나 빠지는지는 직접 가봐야 체감할 수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간조가 최고조로 달하여 거의 10분 정도 걸어도 바닷물이 닿는데 까지 가질 못할 정도였다. 조개 잡으러 온 목적이 있기에 호미를 들고 뻘을 한참 나가서 조개를 캐기 시작했다. 근데 조개는 거의 나오지 않고 힘 만들었다. 그러다 엄마가 첫 조개를 캤다. 정말 컸다 이런 조개가 어떻게 이 뻘에 남아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조개의 무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큰 조개는 도대체 얼마나 살아있었던 것일까 가늠이 가질 않았다. 비록 조개는 많이 캐질 못했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 푸르른 하늘과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기적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오는 길 차 안에선 외할머니 쪽 친척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외할머니는 장례식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코로나에 옷차림에 운전하던 이모의 컨디션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가기는 어려웠다. 누군간 멋진 자연풍경에 행복함을 느낄 때 누군가는 비참함과 비통함에 잠긴 장례식장에 있다. 그 차이는 정말 한 끗 차이다. 곁에 가족들이 건강한 것,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것, 계절이 변하는 것 이런 여러 가지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모든 것이 다 기적의 연속이다.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 3번째 여행지였다. 





어쩌다 보니 동해에서 서해로 뜻밖의 여정을 겪고 나서 더 잘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냥 막연한 것이 아닌 다채롭게 내 세계를 넓히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한다. 이 작은 행성 지구에서 조차 한반도 그것도 한 도시를 벗어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우리네 일상이지만, 그 또한 행동하기 마련이란 것을 깨닫게 해 준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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