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추억

기억과 추억 속의 너와 나

by Josh

예전에 말라위에 있을 때 친했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와 아주 친하다는 사람들을 어쩌다가 만났다. 그렇게 잠시 기억 저 편에 두고 잘 꺼내보지 않았던 그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그 친구가 어떻게 지내나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사실 이제 기억을 미화해 버려서 기억도 잘 안 나는 그때의 일들이지만, 꽤 힘들어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우리와는 관계없는 많은 말들로 꽤 힘들었던 거 같은데, 사실 난 힘든 기억은 잘 잊어버리는 편이라, 뭐... 그랬었나? 정도로 기억이 나긴 한다만.

아무튼 말은 늘 무게를 가지고 때로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기도 한다. 지나친 온기로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지나친 차가움으로 상대를 얼어붙게 하기도 한다. 뭐 그때 그 친구에게 못다 한 말과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오히려 안 하길 잘한 말과 전하지 못해서 잘 된 마음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 못한 말과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이에 여백이 있었다는 뜻일 것이고, 그 여백이야말로 추억을 오래 숨 쉬게 하는 공간일지도 모르니까.

사람이란 결국 기억과 추억의 줄다리기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하루가 내일이 되면 곧 기억이 되고, 기억은 시간이 지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바꾼다. 추억은 기억보다 한층 더 따뜻하고도 그리움이 스며든 형태로 남는 거 같다. 기억은 종종 정확해야 하지만 추억은 늘 정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모호하고 흐릿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지.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빚어진 진실이기에, 추억은 나를 괴롭히는 대신 다정한 그림자가 되어준다.

그런 추억 속에서 나는 친구를 떠올린다. 온화한 얼굴로 가볍게 내 말에 웃으면서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을, 함께 걷던 길과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아도 편안했던 순간들을.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 흐르고 있다. 너는 너의 길을 걸어가고,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면서. 그러나 그 길들이 반드시 멀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어쩌면 언젠가, 혹은 여러 번, 보이지 않는 교차점에서 우리는 다시 스쳐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결국 삶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만남은 오래 지속되고, 어떤 만남은 짧게 스쳐가지만, 길고 짧음을 떠나, 한 번의 만남은 언제나 유일하고 소중하다.

아무튼 이제 닿지 않을 친구를 그리워해보면서 주절거려 봤다.

친구에게 못다 한 말을 이렇게라도 흘려보내본다.

나는 우리의 추억 속에서 즐거울 거야. 그러니 너도 추억 속의 나를 아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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