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대하여
나는 자주 후회를 한다. 그 후회들을 보고 있자면, 대부분 나의 후회는 왜 그랬지? 가 아니라 그럴걸, 혹은 그러지 말걸 이런 것들 같다.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그리로 향한다. 이미 지나간 말, 이미 지나간 표정, 이미 지나간 계절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용기 냈더라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정법은 오늘도 조용히 스며들어 스스로를 끌어내린다. 과거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데, 나는 그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눈물도, 후회도, 침묵도 결국은 그때의 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걸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리도 힘들어하고 있나.
그렇게 또 후회를 반복하면서 별 생각없이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을 읽다 책의 구절이 나를 위로해 준다.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나는 현재를 살 거야. 과거의 형벌을, 잘못 내린 선택의 총합을 살지 않을 거야."
- 윤이형 소설집 "작은 마음 동호회", <님프들> 中
이제는 다시 나를 믿기로 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도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현재의 나를 걷게 하는 일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더는 가정법으로 나를 찌르지 말자. 지나간 날들을 저울질하지 말자. 그 대신, 그때의 나를, 오늘의 나를 믿고 살아가자. 그리고 사실, 내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내 편을 들어주겠나.
지나간 것을 애도하는 대신 남은 것들을 품고 가야겠다. 결국 삶은 놓친 것들과 함께 숨 쉬는 일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