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의 여유
국제개발협력 이라는 분야에 들어와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나에게 늘 들리는, 그리고 내가 곧잘 하는 불평이 있다. 느린 사람들, 느린 시스템, 느린 모든 것들. 그 말 앞에는 한국에 비해란 말이 빠져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있을 때였다. 사업비 인출을 위해 은행에 방문했는데 무슨일인지 내 담당 매니저는 2시간동안 자리를 비웠고, 난 현지직원에게 푸념했다. 말라위 시스템은 너무 느려. 그리고 현지직원은 말했다. “This is Malawi sir.”
아차 싶었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그리고 왜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 이런 불평을 터트리는 주제에 과연 나는 그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연약하고 모호한 인간이 아닌가, 이후 캄보디아에서도, 미얀마에서도, 방글라데시에서도, 그리고 오늘 탄자니아에서도 똑같은 불평을 하고 있는 나를 봤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나? 친구들의 말처럼 사서 고생하면서 왜 나는 해외에 나와 끝없는 불평을 하고 있나? 나는 늘 버릇 처럼 돈이 다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데, 고작 한국보다 조금 더 받는 다고 나와있지는 않을 거고.
“10초 센다! 10, 9, 8, 7, 6, 5, 4, 3, 2, 1, 0, 땡!”
어린 시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때 나는 10초를 기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12초를 기다렸지. 10부터 0까지 그리고 마지막을 알리는 땡! 까지.
빨리빨리를 외치는 나를 포함한 평범한 한국인들의 특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이는 기다림이다. 10초를 준다며 다그치면서도 2초를 더 기다려준다니, 이거야 말로 츤데레 라는 건가.
오늘 나는 지난주부터 확인하고 계약서끼지 받았던, 오늘 오전 9시에 도착한다던 우물공사 마무리 팀의 출발했다는 거짓말과 오후 네시반쯤 결국 내일 오전에 도착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가운데 대수롭지 않다며 웃어 넘기는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 불평하고있다.
어렸던 내가 가졌던 2초의 여유, 10초에 다만 2초 정도를 더해 12초를 기다려주는 여유가 지금 나에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내일은 우물공사가 마무리 될 거란 희망을 다시 품는다. 그래 다시 꿈꾸고 희망하자. 그거 아니면 내가 지금 할 수있는게 뭐가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