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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1. 2019

산사를 걷다 - 1

영주 부석사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흘간 산사 20곳을 방문하였다. '산사를 걷다'는 열흘간 쓴 일기 형태의 글이다.


봄이 오기에는 아직 이른 2월 중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 편을 읽다가 작년에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그중의 대부분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새로 등재된 산사 :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나의 '산사 걷기'는 작은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2018년 8월 발간, 기존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소개한 산사 20여 곳이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이라는 영주 부석사를 먼저 찾아갔다.  

부석사는 백두대간의 태백산맥이 두 갈래, 태백산과 소백산으로 나누어지는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부석사는 다양한 국보와 보물을 보존하고 있는 사찰이다.


부서사로 들어가는 입구. 설레는 마음으로 돌계단을 올라선다.


우리나라 유명한 사찰은 대부분 삼국시대나 통일신라 시대부터 유래한 곳이 많다. 이후 전소되고, 재건하기를 반복하는데 수백 년 세월을 지킨 건축물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름난 절은 절의 대문 격인 일주문에서 사찰의 수호신인 천왕문이 나오는 진입로 길이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부석사의 진입로 길은 1km 남짓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펼쳐져 있고 길 건너편으로는 사과나무 밭들이 있다. 지금도 이리 멋진 길인데 봄,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2월 중순, 아직은 이른 계절 탓에 혼자 이 아름다운 길을 독차지한다.


부석사로 들어가는 일주문


아름답고, 예쁜 일주문의 장식들


일주문을 들어서면 다시 아름다운 길이 펼쳐져 있다.


봄을 준비하는 부석사의 고목들


돌 하나를 올려놓으며 어떤 소원을 비는 것일까?


당간지주.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을 달아 놓는 곳이라고 한다. 꾸밈이 없어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초연해 보인다.


천왕문으로 가는 돌계단.


부석사의 돌계단은 한 계단, 한 계단 아껴서 걷는다. 한 계단 오르고 주위를 보고 또 한 계단 오르고 앞을 보고.


한동안 머물게 하는 멋진 전경. 보이는 건축물은 안양루이다.


부석사 삼층석탑


석탑과 함께 하는 부석사의 전경.


건물 하나하나가 긴 세월을 느끼게 해 주고 멋스럽다.


돌로 쌓은 축대, 돌계단 또한 이곳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무량수전 앞 석등.


최고 목조 건축물인 무량수전


긴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현판.


꽃 피는 봄, 낙엽 물드는 가을을 상상해 본다.


무량수전의 측면.


무량수전 옆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이 기둥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건축물에 필요한 나무 기둥이 아니라, 나무 기둥 조차도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되었다.


무량수전 옆 석불.


무량수전 옆모습 전경.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석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무량수전 앞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저 멀리 펼쳐 보여야 할 웅장한 태백산맥 봉우리들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장관임이 분명했다. 


아름다운 사찰이 있는 곳은 모두 누가 봐도 산의 명당자리에 있는 듯싶은데, 그 자리에 사찰이 있어서 명당자리가 된 것은 아닐까 싶다.


무량수전의 다른 옆면


화려하고 단아한 삼성각 창살 무늬


삼성각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백발이 다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어 있고 

천지는 부평같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오듯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인간 백 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세월이 무정하지도, 아직 창창한 나이임에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김삿갓의 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여운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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