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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걷다 Mar 14. 2019

제주를 걷다 - 3

제주 올레길 3, 4코스

2018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 16개 코스 220km 정도를 걸었는데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내가 걷고 싶은 올레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에 더 행복함을 느낀다. 어느 때고 난 이 길을 걷기 위해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동행(同行). 같이 길을 가는 것,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이란 뜻으로 길동무, 길벗이란 우리말도 있다. '길벗'하면 양주가 떠오르고 '길벗'이라는 출판사도 생각난다. 어렸을 때는 길동무라는 말도 썼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산에 오를 때  가끔 '같이 걸으실래요? 길동무나(아니면 말 동무나) 하면서' 이런 말을 하거나 듣는 듯하다. 올레길 3, 4 코스는 오래된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와 함께 길동무가 되어 같이 걸었다.


3코스 : 온평 포구 - 표선해수욕장, B코스 14.4km (4-7시간 소요)


3코스는 A, B 코스가 있다. A코스가 더 길고, 힘든 코스다.


친구와 난 잠시 고민을 하다가 B코스를 선택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B코스가 더 맘에 끌렸던 것이다. 여러 올레길을 걷다 보니 제주도의 해안도로는 어딜 가더라도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으나, 한쪽으로 차가 다니는 해안도로 길을 한참 걷다 보면  상대적으로 조금 지루해질 수 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조금 힘든 오름을 오를 때면 바다가 있는 해안도로가 생각나고, 혼자 인적 드문 아스팔트 해안도로를 걸을 때는 마을 길과 밭길이 그리워진다.


3코스의 해변 도로를 걷다 보면 신산 환해장성이란 곳을 지나친다. 제주도 해안선 120km에 돌로 담을 쌓아 왜구의 침입에 방어하던 역사의 흔적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 우리나라 제1의 관광지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올레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주도와 제주도 주민을 겪었을 격동의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된다.


마을의 아름다운 돌담이 아닌 적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돌로 만든 방어 진지로서의 돌담이다.


옥빛 제주 바다를 보고 또 본다.


제주도 멍멍이는 거의 다 흰색견이다. 나중에 들었는데 검은색 개는 터부시 하는 풍습이 있었고, 흰색 강아지가  아니면 장에서 안 팔렸다고 한다.


해변도로, 마을 도로를 걷다 보면 개를 가끔 만난다. 아직까지는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풀어진 개를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짖는 개를 보면 곤욕스럽다. 눈 안 마주치기, 짖어도 무시하기, 여차하면 강하게 째려보기 등 나름 대처법을 가지고 올레길을 걸었다.


3코스는 유명한 신산리 카페가 있다. 5km 남짓 걷다가 살짝 힘들 즈음 카페를 만난다.


카페 앞 전경. 전선줄이 아쉽지만, 나중에 다시 찾으면 깔끔하게 매설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아저씨들도 포토라인에 세우고 자세를 취하게 하는 것은 카페 사장님의 일이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소소한 재미가 많다, 3코스를 걷다가 우연히 들린 무인 휴게소에는 물과 음료수, 라면 등이 구비되어 있고, 한쪽 벽에는 포스트잇 메모지들도 많이 붙어 있다. 대부분 '잘 쉬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글인데 '잔돈이 없어서 그냥 먹고 갑니다. 다음에 꼭 갚을게요' 이런 메모도 보인다.


이런 글도 있다. '진혁'씨는 선택을 잘한 것일까?


드디어 표선 해변 도착. 바다물이 저 멀리까지 빠져 있는데 아침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늦은 점심은 보말칼국수. 가장 맛있었던 보말칼국수 중에 한 곳. 보말칼국수 '죽'이라 배는 부른데 국물까지 다 먹어야 할 정도로 맛있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여행자 안내센터를 보게 되는데 무조건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근처 맛집, 숙소 등 정보도 얻고, 차도 한잔 얻어 마실 수 있다. 또 중간에 놓친 '제주올레 패스포트' 중간 도장도 받을 수 있다.


안내센터에서 소개받은 보말칼국수 집. 이미 소문난 맛집일 듯하다.


저녁은 제주 흑돼지. 혼자였으면 못 먹었을 식사였다. 동행이 있어서 좋은 올레길 걷기다.


4코스 : 표선해수욕장 - 남원포구, 19km (6-7시간 소요)


4코스는 해안도로를 많이 걷는다.


표선 해수욕장 펜션에서 먹은 아침. 누룽지에, 빵에, 라면에. 커피까지. 든든한 조식, 걷지 않으면 살도 찌는 조식이다.


전날 보았던 모래사장이 이렇게 되어 있다. 그 큰 모래 해수욕장이 사라졌다.


사진이 잘 찍힌 것이 아니라 대충 찍어도 이렇게 아름답다.


제주도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영원할 것 같은 느낌.


4코스를 걸으면서 '길'에 대해 관심이 생겨 길 사진을 계속 찍게 되었다.


무거운 배낭 메고 나 갈 길 가련다. 나처럼 무거운 배낭 메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중간에 들렸어야 했던 한라산 등산도 다음으로 미룬다.


그래, 아직은 한라산에 눈이 많네. 그래서 못 간 것으로 치는 거다.


여기 막걸리 한 사발 추가요.


4코스 종착지인 남원포구까지 열심히 걸었다. 4코스 종착지인 남원포구는 큰 마을이 있다. 오늘은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정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경험할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는 다양한 숙소를 경험하는 것이다. 숙소를 정하고 길동무를 공항 가는 버스에 태워 보냈다. 내 배낭을 같이 보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동행 길에서 만난 사람은 그렇게 만나고 또 헤어지는 법이다. 지금은 아쉽지만 다시 만날 날이 있으니 그때가 오면 또 반갑게 맞이하고 함께 걷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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