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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슬 Oct 12. 2020

Why MBA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꽤 분주하고 정신없는 여름을 보내고, Evanston에 다시 돌아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다시 MBA 지원 타이밍이네요. 한해가 참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하기 전, 추석 언저리에 facebook에 쓴 글이 있어 공유드리려고요. 윗 클래스 선배의 글을 읽고 inspried돼 저도 끄적여본 글인데요. Why MBA에 대해 더 깊이 고민을 하실 때 혹시라도 생각해보실 만한 점이 있을까 하여 올려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Why MBA에 대한 부분을 참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거 같아서요. 30살 전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엄청난 목돈을 들이는 일인 만큼 많이 또 많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잘 내릴 수 있으려면 MBA 과정을 밟는 데 수반하는 장/단점들을 명확하게 파악해보셔야 하겠고요. 그에 앞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와 나름의 고찰을 많이 해보셨으면 합니다. 제 지인들은 이걸 'Self Due Diligence'라고 부르더라고요 ㅎㅎ


서론이 길었습니다.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WhyMBA


가끔 밥/커피 자리에서 MBA의 효용에 대해 물으시는 분들이 있어서, 당황할 때가 있는데요. 질문이 당황스러워서가 아니라 대답을 너무 진지하게 해야 돼서....


 "한때 MBA만 나오면 다 모셔가던 시절이 있었고 그게 끝났기 때문에 MBA는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가 가끔 나오는데요. 보통은 "맞다, 그런 부분이 있다"며 웃고 넘기는 편입니다. 근데 엊그제 저희 아래 class 분들을 만나고 보니, 제 자신 뿐만 아니라 MBA에 오는 후배(?)분들을 위해서도 그냥 그렇게 말하고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사회의 흐름상 위의 이야기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SKY 나왔다고 삼성전자 모셔가던 시절은 끝난 게 맞고, 끝나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SKY도 개판으로 살다 졸업하면 취업을 잘 못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어야하듯이, MBA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놀고 수업 안갔으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이게 당연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해도 당장 잘 안풀리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모두 경험을 통해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게 언제가 되든 언젠가 어느 정도 잘 풀리고 잘 살게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가끔 MBA 마치고 돌아오신 분들 중에 "나는 2년간 놀기만 하고 취업했다"를 자랑처럼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 때문에 "MBA=2년 땡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사실은 그닥 그렇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생각하고 오시면 고생하시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고 잘라서 말하는 편인데요. 좋은 성적/학교 생활을 하려면 그냥 책만 붙잡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함께 발전된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하기에 뭔가 회사에서 좋은 고과를 받는 게 빡센 것 마냥 어려운 부분도 있네요.


 물론 어찌보면 인생에서 마지막 학생 시절일 수 있기에 여행도 다니고 좀 쉬어갈만한 좋은 타이밍입니다. 저도 그렇게 보내고 있고요. 학점에 대한 압박이 덜하기에 갑자기 훅 어려워지는 강의 내용에 압박감을 덜 느끼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건 장점입니다. 저 같은 경영/경제 비전공자에게는 공부할 거리가 굉장히 많은 커리큘럼이고요. 수업 듣다 현타가 올만큼 어려운 것들도 있긴 한데, 다 인생 살며 도움이 되려니 생각하고 넘기고 있습니다 ㅎㅎ 


#WHYKELLOGG


1. 문화

위와 같은 어려움을 특유의 friendly한 문화와 team work로 낙오하는 사람 없이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는 학교입니다. 특히 이 나라의 마이너리티인  international들한테 추천해요. 특히 recruiting 때 이 문화를 번개맞은 것처럼 경험하게 되는데요. (컨설팅의 경우) 모든 mock interview/chat이 무료로 진행되고(일부 학교는 돈을 받습니다) 취업 사관학교에 온 것인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단, Finance의 경우는 아무래도 약한 측면이 있는 듯 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얼럼나이 층이 비교적 얇고 워낙 각개전투가 이뤄지는 분야라서 더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2. 커리큘럼

모든 수업들이 다 좋지만 특히 마케팅 수업이 좋습니다. 지난 쿼터엔 Customer Analytics(#FlorianZettelmeyer), 이번 쿼터엔 Retail Analytics and Pricing(#EricAnderson)을 듣고 있는데요. 교수들이 유수 회사들의 board에 많이 참여하며 연구 분야를 접목해 성과로 내고 있는 부분들을 가르칩니다. 학교 와서 다시 R 쓰고 데이터 만지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3. 생활환경

에반스톤은 너무 좋은 동네입니다. 생전 가도 구경못할 저택들이 즐비해서 매일 다른 코스로 산책하며 집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마만큼 부촌이라 안전하고 좋은 식당, 가게들도 많습니다. 물론 범 시카고 지역이 겨울에 추운데요. 제가 경험한 작년 겨울은 일상 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고 한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아, 재작년엔 너무 추웠다고...ㅠㅠ)


4. 골프...?

왜이렇게 MBA 얘기만 하면 골프 얘기가 나오는지 골알못인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도 같은데요.. 


결론은 그마만큼 열정이 있는 분들은 다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도 치시고 잘 지내다 가시는 거 같아요. 물론 플로리다나 엘에이만 하겠습니까만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돈을 들여서 2년간 생활하시는만큼 골프말고 다른 목표도 세워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희 클래스 친구들(스폰/비스폰 모두 포함) 2년간 운동(서핑, 다이빙, 테니스, 크로스핏 등)을 파보기도 하고, 지역 Non-profit들과 협업을 해보기도 하고, 평소 관심있던 분야의 field study를 교수와 함께 해보기도 하고, 스타트업 운영을 병행하기도 하더라고요. 


하고자 하는 게 뚜렷할수록 2년간의 경험이 풍부할 거 같고요. 이런 계획들을 application에 녹이시면 자연히 좋은 essay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관심 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갈까말까 망설이시는 분들에겐 꼭 오는 쪽으로 생각해보시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길어도 100년을 못 살 제 인생에 다시 없을 2년인 거 같고요. 처음엔 좀 힘들고, (아마도 집/차/땅 살 돈을) 학교에 뿌리며 뭔가 나만 뒤쳐지는 느낌이 드는 거 같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 길을 고민하고 있는 것만으로 이미 '경험'에 대한 가치를 많이 두시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분들에게는 정말 값진 일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우선 저부터 더 열심히 잘 살아야되겠네요.... 얼른 숙제하고 시험보러 가야겠어요...  그럼 모두 좋은 추석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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